[이철재의 밀담]북한군 '특수부대 20만 양병설' 과연 진실?

이철재 2019. 2.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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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likely)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특수부대.”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인 특수작전군. 방탄헬멧에 무릎보호대, 야시경마운트 등 신형 장비를 들고 나왔다. [사진 노동신문]

미국의 외교안보 매체인 내셔널인터레스트는 2017년 11월 기사에서 북한군 특수부대를 이렇게 평가했다. 북한군 특수부대 병력이 20여만 명이라고 소개하면서다. 이 수치는 국방부의 국방백서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달 국방부가 공개한 『국방백서 2018』은 북한군 특수부대가 20여만 명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최근 요인 암살작전을 전담하는 특수작전대대를 창설했고, 특수전 부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하는 등 특수전 작전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국방백서 2018』은 북한군 총 병력이 128만명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은 전체의 15.6%가 특수부대란 셈이다. 이런 비율은 일반적 상식과 조금 동떨어져 보인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특수부대는 특수한 임무를 위해 특수한 훈련을 받고 특수한 장비를 보유한 부대”라고 설명했다. ‘특수’하게 만들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특수부대를 마구 찍어내기 힘들다. ‘북한군 특수부대 20만 양병설’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4년 동안 8만명이 늘어난 북한군 특수부대
국방백서가 북한군 특수부대 병력 규모를 어떻게 추정했는지 살펴보면 특정 시점에 그 수가 확 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4년과 2006년 12만명이었던 북한군 특수부대 병력 규모 평가는 2008년 18만명으로 바뀌었다. 2년 사이에 북한군이 특수부대 6만명을 더 ‘양병’했다는 것이다. 『국방백서 2008』은 또 북한군 특수부대에 대한 설명이 역대 국방백서 가운데 가장 길었다.

“전방군단에 경보병사단을 추가로 창설하고 전방사단의 경보병대대를 연대급으로 증편해 특수전 병력이 18만여 명에 달한다. 한반도 작전환경을 고려해 야간ㆍ산악ㆍ시가전 훈련을 강화하는 등 특수전 수행능력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특수전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최근 이라크전 교훈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땅굴 등을 이용해 우리의 후방지역으로 침투함으로써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격과 배합전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북한은 특수전 부대를 활용해 주력부대의 공격작전을 지원하고 후방지역을 교란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국방백서에서의 북한군 특수부대 병력 규모 평가는 2010년 20만명으로 증가했다. 북한군의 특수부대 병력이 늘어나는 동안 전체병력은 큰 차이가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2006~2010년 4년 동안 북한군 8만명이 특수부대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다.


전직 당국자는 이렇게 기억한다.

“2007년께 일이다. 한국의 국방정보본부와 미국의 국방정보국(DIA)이 북한군 전력을 평가한 뒤 미 중앙정보국(CIA)과 합동 정보평가회의를 열었다. 당시 북한군은 제2제대 부대(유사시 최전방 전연군단이 휴전선에 돌파구를 열면 그 구멍으로 수도권 등 한국 후방으로 진격하는 부대)에서 전차와 중화기를 뺀 뒤 ‘알보병’만으로 꾸린 경보병 부대를 많이 만들었다. 경제난 때문에 유류비를 감당할 수 없고 낡은 무기를 바꿔줄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한ㆍ미 군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유사시 후방침투를 위해 경보병 부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CIA는 ‘경제가 어려워 북한군이 부대를 감편했다고 판단해야 한다. 경보병 부대는 공세 전력으로 분류하긴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ㆍ미 군 정보당국이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이들의 평가가 받아들여졌다.“
그의 얘기대로라면 한ㆍ미 군 정보당국이 오판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연 북한군엔 특수부대 20만명이 있는 것인가?

『국방백서 2018』에 따르면 북한군의 특수전 부대는 11군단과 전방군단의 경보병사ㆍ여단 및 저격여단, 해군과 항공 및 반항공군 소속의 저격여단, 전방사단의 경보병연대 등이다. 역대 국방백서들은 북한군 특수부대에 대해 ‘전략적ㆍ작전적ㆍ전술적 수준의 부대로 다양하게 편성됐다’고 평가했다.


북한군에서 고도의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어딜까
그런데 월터 샤프 전 한ㆍ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011년 2월 8일 당시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군의 특수부대 전력은 2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6만 명은 ‘지정된 임무’ 즉 천안함 폭침 같은 고도의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라고 말했다. 나머지 14만명은 경보병 부대로 보인다.

샤프 전 사령관은 어떤 부대가 고도의 특수작전 전문 병력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정찰총국의 정찰대대. 11군단 소속 부대들, 특수작전국의 특수작전대대가 그런 부류의 병력에 해당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1998년 6월 22일 오후 4시 33분쯤 강원도 속초시 동쪽 해상에서 북한 특수부대 소속 잠수정 1척이 어선의 그물에 걸려 표류하다 해군에 의해 예인됐다. 진해 해군기지로 옮기기 위해 해군 장병이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천안함 폭침과 소니픽처스 해킹의 주범인 정찰총국은 7개 정찰대대를 두고 있다. 이들이 ‘무장공비’와 ‘무장간첩’이었다. 정찰총국 정찰대대의 실력은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드러났다, 한국군이 두 달 남짓 강원도 일대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정찰총국 정찰조 최후의 1명은 북한으로 도망간 것으로 추청된다.

당시 생포된 이광수씨는 "한 명이 적 3~15명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는 훈련을 하루 3시간 이상, 사격은 침투 전 3000번 이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11군단은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한 북한군 124부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특수 8군단이 91년 재편된 부대다. ‘폭풍군단’으로 불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11군단 소속의 경보병여단을 ‘번개’, 저격여단을 ‘벼락’, 항공육전여단을 ‘우뢰’로 각각 부르라고 지시한 적 있다.

2016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특수작전대대 전투원들이 청와대 타격 전투훈련을 벌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군 정보당국은 11군단 아래 육군 소속 항공육전여단, 공군 소속 항공저격여단, 해군 소속 해상저격여단이 있으며 그 수가 모두 10개 여단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백서 2018』엔 항공저격여단이 2개, 해상저격여단이 2개인 것으로 나왔다. 항공육전여단과 항공저격여단은 공수부대, 해상저격여단은 해병대와 비슷하다.

특수작전군은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나타났다. 특수작전군은 열병식에서 해군→공군→전략군에 이어 행진했다. 북한매체는 당시 “김영복 육군 상장(별 3개)이 특수작전군 열병 종대를 인솔했다”고 보도했다. 김영복 상장은 11군단장이었다. 군 정보당국은 11군단이 육·해·공군과 별도의 군종(軍種)인 특수작전국으로 승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작전국의 특수작전대대는 『국방백서 2018』에서의 ‘요인 암살작전을 전담하는’ 부대다. 이 부대는 2016년 12월 청와대 타격훈련을 선보였고, 2017년 4월의 특수작전부대 강하 및 대상물 타격경기대회에서 우승했다. 전직 정보당국자는 “한국군이 참수작전을 준비한다고 알려지자 2016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창설된 부대”라고 말했다.


경보병사단은 특수부대? 아니면 방어부대?
문제는 15만명에 이르는 경보병 부대다. 북한은 경보병사단, 경보병여단, 경보병연대 등 다양한 편제의 경보병 부대를 두고 있다. 또 다른 전직 정보당국자는 “북한은 2004년 이라크전의 교훈을 검토하고 한ㆍ미 연합군의 전력을 파악한 뒤 기갑과 포병 위주의 전면 남침이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전선에 상대방의 주력군을 붙들어 두고 후방에서 비대칭 전력으로 주요 시설을 타격하고 주민 항쟁을 유발한다는 배합전만이 승리할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북한군은 경보병 전력을 이때(2004년)부터 크게 늘렸다”며 “이들은 경무장에 두 발로 걸어 다니지만, 시설 타격, 요인 암살, 후방 교란 등 임무를 맡기 때문에 특수부대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13일 특수작전부대 강하 및 대상물 타격경기대회. 이 대회에서 특수작전대대가 우승했다. [사진 노동신문]

그러나.세계적인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인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특수 임무 수행 북한군의 병력을 지난해 8만 8000명으로 추정했다. 1990년 추정이 8만명이었으니 18년 동안 8000명만 증가한 수준이다.

IISS는 정찰총국의 정찰대대 8개를 대표적인 특수부대로 분류했다. 또 9개 경보병여단, 6개 저격여단, 2개 항공저격여단, 2개 해상저격여단 등도 넓은 의미로 특수부대로 해석했다. 북한군 특수부대 20만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경보병사단과 여러 경보병 부대를 뺀 것이다.

참고로 한국군의 특수부대는 육군 특전사,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공군 공정통제사, 해병대 특수수색대 등으로 2만명에 못 미친다.

사실 북한군의 경보병사단을 특수부대로 치지 않는 견해가 군 내부에도 있다. 이들을 공격임무를 맡는 특수부대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경보병사단을 한국의 후방 지역에 투입하는 침투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중 침투가 가능한 잠수함은 70여 척 정도다. 상륙함정 250여 척, 공중기동기 340여 대, 헬기 290여 대도 침투수단이다. 이 정도면 북한군 특수부대 2만명도 못 태운다. 나머지 18만명은 걷거나 헤엄쳐 휴전선을 내려와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군 특수부대의 주요 침투수단인 AN-2. 일명 '안둘기'. 프로펠러 엔진과 나무로 만든 동체 때문에 레이더 탐지가 어렵다는 이점이 있다. [중앙포토]

북한군은 탄약이나 식량 등 보급품을 한국 후방의 경보병사단에 전달하기도 어렵다. 무장도 개인화기 위주다. 아무리 인간병기라 하더라도 경보병사단의 공격력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경보병사단이 기껏 후방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위협적인 전력이 아니라고 보는 군 인사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북한군도 이런 한계를 알기 때문에 경보병사단에 공격임무가 아닌 방어임무를 부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북한군 자체의 특수부대 분류기준을 알아야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역 시절 '작전통'이었던 전직 예비역 육군 장성은 이렇게 얘기한다.

"일부 북한 경보병 부대는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특수부대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 보병보다 체력이 더 뛰어나고, 더 좋은 무기를 지급받으며, 장거리 돌파능력도 갖췄다. 정신무장도 튼튼하다. 그래서 아군 후방지역의 교란과 와해 임무를 맡게 됐다. 침투수단이 부족하다지만, 땅굴이 있다. 국방백서에서도 북한군 특수부대 침투수단으로 땅굴을 꼽지 않았나. 휴전선 남쪽 2~3㎞ 아래로 파고 내려오는 땅굴이 10여 개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아군 후방지역에서 자체조달한다면 보급 없이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북한은 늘 우리의 허를 찔러왔다. 경무장의 경보병이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군 당국이 모의전투를 벌인 결과 전방에서 북한군 특수부대의 침투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나왔다. 제2작전사령부도 북한군 특수부대의 후방교란을 막는 게 주요 임무다. 특히 원전과 비행장 등 주요 시설을 지키는 것이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RPG를 든 게릴라를 상대로 고전했다. 후방의 북한군 특수부대를 쉽게 제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라마다 특수부대의 분류가 제각각 다르다. 각 나라가 자국의 특수부대에 준 임무와 기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수부대의 정의엔 정답이 없다. 북한은 북한군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북한군 특수작전군의 전모가 공개되면 ‘북한군 특수부대 20만 양병설’의 진위가 가려질 수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북한군이 특수작전과 특수부대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 특수부대를 넓게 보냐, 좁게 보냐에 따라 북한군 특수부대의 병력 규모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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