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지평선]흔들리는 메르켈

이태규 입력 2019.02.10. 18:02 수정 2019.02.11. 15:40

독일은 나치 국가주의의 상처 탓에 국가 행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독일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해방된 날인 1월27일을 홀로코스트 추모일로 정해 추념하고 있다.

유럽과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의 사과를 듣지 못한 채 별세한 날(1월28일), 독일 정치인들은 과거사를 공개 참회한 것이다.

메르켈은 2015년 일본을 방문해 과거사 정리가 화해의 조건이라면서 독일을 예로 들어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인식을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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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나치 국가주의의 상처 탓에 국가 행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축하하는 국경일은 1990년 10월3일의 통일을 기념하는 날이 유일하다. 독일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해방된 날인 1월27일을 홀로코스트 추모일로 정해 추념하고 있다. 연방의회는 이날 특별회기를 소집하고, 정당 지도자들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추모하고 반성한다. 유럽과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의 사과를 듣지 못한 채 별세한 날(1월28일), 독일 정치인들은 과거사를 공개 참회한 것이다.

□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야 하고, 과오가 반복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에서 독일처럼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나라도 없다. 가끔은 다른 나라에 훈수까지 한다. 메르켈은 2015년 일본을 방문해 과거사 정리가 화해의 조건이라면서 독일을 예로 들어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인식을 정면 비판했다. 2017년 북미가 레토릭 전쟁을 할 때는, 충돌한다면 미국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반격을 가했다.

□ 독일은 우리 정치인들에겐 선언의 장소다. 김대중 대통령 이래 정권의 대북 로드맵을 독일에서 발표하는 게 의식처럼 됐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7월 뉴베를린 선언을 발표해 남북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과거사 대응이 일본과 대비되는데다, 우리보다 먼저 냉전의 비극을 극복한 독일을 배우고 통일을 다짐하는 일에 여론의 공감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냉전 해체의 대장정이 한창인 가운데 날아든 메르켈의 도쿄 발언은 차가운 화살이었다.

□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 5일 메르켈은 제3국을 희생시키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 담판을 하기 직전 일본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일본은 미국이 본토의 안전만 보장하는 합의로 ‘재팬 패싱’을 하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과거사 문제는 지적하기 좋은 시점이었으나 메르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나 ‘상당히’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이전과 결이 달랐다. 세계 경제력 3,4위인 일본과 독일의 이상한 연대 속에 메르켈의 ‘엄마 리더십’도 흔들리는 것 같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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