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망언에 전대 보이콧까지, 한국당 무엇이 달라졌나 [사설]

2019. 2. 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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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 등 6명이 10일 2·27 전당대회 일정을 2주 이상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당대회가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겹치면서 베트남발 정상회담 태풍에 전대 컨벤션 효과가 날아갈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당 선관위는 ‘전대 연기 불가’ 결정을 분명히 했다. 만약 이들이 12일 후보등록일까지 전대 불참 방침을 고수한다면 전당대회는 황교안·김진태 두 후보만으로 치러질 판이다. 탄핵을 당하고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겪은 정당이 오랜 지도부 공백을 끝내고 새 출발하는 마당에 이런 문제 하나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파열음을 내고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당은 당권 레이스 시작부터 친박·비박계 편가르기를 노골화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기대는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황교안 전 총리가 진짜 친박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배박(배신한 친박)’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황 전 총리는 “특검의 1차 수사 종료 후 수사기간 연장을 막아 박 전 대통령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반박했다. 그는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며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고, 특검을 종료하는 게 국정 안정에 바람직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그런데 이제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자기 입으로 실토한 것이다.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이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는커녕 대의원들의 친박 정서를 업겠다고 시대착오적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이 당은 멀었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국당은 당 지지도가 탄핵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해묵은 색깔론에 친박·비박 타령, 수구세력의 재등장으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날조하고 유공자를 모욕한 망언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석방 운운하며 탄핵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5·18을 부정하고 전두환을 옹호하며 5공으로까지 돌아간 것이다. 명색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한 사람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이런 자리를 만들고, 이런 말을 지껄인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게 한국당의 현주소다. 이러니 백번을 “잘못했습니다”라고 해도 신뢰받지 못하고, 천번을 “다시 태어나겠다”고 해도 외면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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