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수재건에 찬물 끼얹은 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입력 2019. 2. 11. 00:07 수정 2019. 2. 1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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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목전 '극우 표 결집' 시도 비난받아
종북이 진보아니듯 극우도 건전보수 해칠 뿐

지난 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등이 공동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망언(妄言)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행사에 초대받은 극우 인사 지만원 씨는 “5·18은 북한군이 주도한 게릴라전”이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광주는 북한 안마당, 이른바 광주 영웅들은 북한 부역자, 전두환은 영웅’이란 말을 서슴지 않았다. 아무리 선동적 발언을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는 이 레드 라인을 한참 넘었다.

놀라운 것은 공당인 한국당 의원들도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는 장면이었다. 이종명 의원은 “(광주)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란 것을 밝혀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원내대변인이라는 김순례 의원은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선 오래전부터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보상금, 연금 등이 한국전 참전 국가유공자보다 많다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한마디로 가짜뉴스다. 5·18 유공자는 연금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폭력에 가까운 망언을 쏟아 낸 김 의원은 ‘5·18 유공자 색출’ 운운하는 표현까지 썼으니 도대체 누가 ‘괴물’인가.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가짜뉴스성이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지 씨의 주장은 오래전 허위사실로 판명이 났다. 그것도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대법원이 지 씨의 명예훼손성 주장을 인정해 유죄를 확정했다.

5·18이 지금의 지위를 찾은 것은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제정한 ‘5·18 광주민주화운동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특별법에 근거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역사 법정에 섰다. 당시 사법부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부당하게 전국으로 확대한 행위를 ‘국헌 문란행위’로 규정하고, 국헌문란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다. 바로 한국당의 뿌리인 김영삼 정부에서 했던 일들이다. 이미 역사적,정치적,사회적 평가가 끝난 사안을 놓고 김진태 의원은 공청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5·18 문제 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 된다”고 주창했다. 대체 무엇을, 어느 지점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인가. 그가 충성을 다짐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2007년 광주를 방문해 “5·18은 민주화운동”이라는 공식입장을 남겼다.

이들이 뜬금없이 5·18을 소재로 한 공청회를 연 이유가 극우세력을 자극해 전당대회에서 표나 좀 얻어보려는 것이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정치를 할 자격조차 없다. 공청회에서 나온 말들은 좁게 보면 건강한 보수 재건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었고, 넓게 보면 나라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했다. 그런데도 나경원 원내대표 조차 어른스러운 대응 대신 “역사적 사실은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고 해 논란을 키웠다. 극단적인 우익은 진정한 보수의 길이 아니다. 종북이 진보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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