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디캐프리오·미란다 커까지 번진 '말레이시아 스캔들'

이미지 기자 입력 2019.02.11. 03:07 수정 2019.02.11. 13: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말레이시아 前총리 나집
국영투자기업 투자금 45억불 유용 자금유치 도운 골드만삭스도 연루
(왼쪽부터)디캐프리오, 미란다 커, 린제이 로한

말레이시아 부패 스캔들이 세계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 배우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린제이 로한, 호텔 상속녀 패리스 힐튼, 모델 미란다 커도 이 스캔들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수백만달러의 명품 핸드백과 보석, 호화 요트,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도 등장한다. 작년 여름 말레이시아 정권 교체 이후 본격화된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 부패 스캔들 수사가 갈수록 덩치를 키우며 끝 간 데를 모르고 확대되고 있다.

1MDB는 나집 전 총리가 취임 첫해인 2009년 세운 국영 투자기업이다. 말레이시아 석유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글로벌 투자 자금을 유치한 뒤, 그 돈으로 에너지·부동산·관광 산업에 투자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채권을 발행해 모은 돈은 세탁돼 총리와 측근들의 주머니로 들어갔고, 2015년 말 1MDB의 부채가 13조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는 당선되자마자 1MDB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나집 전 총리는 45억달러 이상의 돈을 빼돌린 혐의로 같은 해 7월 자택에서 체포됐다. 그의 집에서 보석 1만2000점, 명품 핸드백 500여 개, 현금 1억1400만링깃(약 300억원) 등이 발견됐다.

1MDB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은 인물은 말레이시아의 화교 출신 금융인 라우텍조(劉特佐·37)다. 나집 전 총리의 금융 대리인 역할을 하며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 등 실무를 맡았다. 그는 전용기와 2500만달러짜리 초호화 요트를 사고, 프랑스의 휴양지 칸에서 300만달러를 들여 파티를 여는 등 '아시아의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해졌다. 그는 디캐프리오에게 피카소 그림을 선물하고 그가 출연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는 자금을 댔다. 미란다 커에게 810만달러 상당의 보석을 선물했고, 모델 킴 카다시안에게는 결혼 선물로 페라리 승용차를 사줬다. 린제이 로한에게는 5만달러 상당의 샴페인을 선물했다.

미 검찰 수사 결과 그의 재산 대부분은 1MDB에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라우는 종적을 감췄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라우가 중국에 숨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딜로이트도 말레이시아 스캔들로 휘청이고 있다. 이들은 돈세탁 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막대한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기업의 존속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1MDB 자금 유치를 도와 6억달러의 수수료를 챙기고, 1MDB가 2012~2013년 세 차례에 걸쳐 65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발행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미국과 말레이시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미 동남아 사업 대표였던 팀 라이스너와 전직 직원 1명이 기소됐다.

지난달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대표가 "말레이시아 국민이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포함해 (1MDB와 관련된)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것이 분명하다"며 "팀 라이스너의 연루 혐의에 대해 사과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과가 불충분하다며 골드만삭스에 75억달러(약 8조4292억원)의 벌금을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금액은 골드만삭스 시가총액의 10%가 넘는 규모다. 골드만삭스가 미국에서 기소될 경우 사업 면허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MDB 부패 스캔들을 "나집 전 총리와 골드만삭스를 집어삼킨 '엄청난 사기'"라고 규정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MDB 관련 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에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딜로이트에 220만링깃(약 6억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딜로이트는 1MDB의 자회사 반다르 말레이시아(BMSB) 등의 법정 회계 감사였다.

증권위원회는 딜로이트가 2015년 1MDB가 13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아 투자금 회수가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BMSB 감사보고서에 충분히 언급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회계 감사 업체의 회계 부정은 자칫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타이다. 딜로이트는 1MDB 측이 관련 자료를 대외비로 분류한 뒤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적정한 회계 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