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편의점주의 올 첫 정산서.."한 달 4200만원어치 팔았는데 손에 쥔 건 12만원"

입력 2019. 2. 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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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영향 인건비 50만원 ↑
직접 일하는 시간 늘려도 역부족
“대안없어 버틸때까지 버텨야죠”


“1월 정산서를 받았는데 막막하기만 합니다. 올 들어 인건비 부담만 50만원 늘었어요. 하루 평균 8시간, 주 5일 매장을 지키고 있지만 손에 쥐는 돈은 단 12만원입니다”

지난 8일 올해 첫 가맹점 정산서를 확인한 한 광역시 소재의 편의점 점주인 김모 씨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년 대비 10.9% 오른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니 1월 순수익은 12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56만원이었던 순수익이 한 달 만에 44만원 줄어든 셈이다. 

김 씨는 “작년 12월 인건비(4대 보험 포함)로 495만원이 나갔다면, 올해 1월에는 아르바이트생 6명(4대 보험 포함)의 인건비 5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당장 1월에는 주휴수당을 줄 여건이 안돼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지만, 이번달부터는 추가로 2명을 뽑아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쪼개기 알바)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씨의 도움을 받아 올해 1월 가맹점 정산서를 살펴봤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은 음료ㆍ빙과 매출이 증가하는 여름이 성수기, 고객들 발길이 뜸해지는 겨울이 비수기다. 특히 연중 매출이 가장 낮은 1~2월은 점주들에게 혹한기인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1월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까지 반영됐다.

먼저 정산서 가장 상단에 ‘상품 매출액’은 4200만원이었다. 4200만원 매출 가운데 3005만원이 물건값인 ‘상품매출원가’다. 재고 비용 등을 합산해 최종 계산된 이익은 1195만원. 여기서 본사 가맹 수수료로 358만5000원을 지급해야 한다. 김 씨의 경우 점주가 점포를 임차하는 ‘점주임차형’ 점포다. 일반적으로 편의점 업계의 이익 배분 평균은 본사 몫이 30%, 점주 몫이 70% 정도다. 본사 가맹 수수료를 빼면 김 씨에게 배분된 금액은 836만5000원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품 폐기(60만원), 신용카드 수수료(33만3000원), 중집기유지관리비(8만원) 등 각종 가맹점 부담 비용과 세무대행수수료(6만원), 포인트적립금(2만2000원), 영업잡비(20만원) 등 기타 공제금액도 줄줄이 빠져나간다. 모든 기타 비용을 뺀 707만원에서 본사가 지원하는 전기세(15만원)를 합치면 722만원이 남는다.

그럼에도 아직 가장 큰 지출이 남았다. 임대료(100만원), 아르바이트생 6명의 인건비(500만원), 4대보험(50만원), 전기세(60만원) 등이다. 722만원에서 해당 비용을 차감하면 최종적으로 김 씨가 손에 쥐는 돈은 단 12만원이다. 김 씨는 “그나마 722만원이라는 배분금도 높은 편에 속한다”며 “평균적으로 500만원대 배분금을 받는 점주들이 더 많고, 그렇기 때문에 직접 매장에 나와 일하며 인건비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저도 육아가 아니었다면 근무시간을 늘리고 아르바이트생을 줄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김 씨 뿐만이 아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전국 편의점의 지난해 월평균 순수익(123만원)을 기준으로 올해 순수익을 계산했다. 점주가 평일에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산출한 액수다. 그 결과 올해 월 순수익은 76만원으로 급감했다. 월 평균 인건비가 지난해 426만원에서 올해 473만원으로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인건비의 10% 수준인 4대 보험료까지 더하면 수익은 더 감소한다. 또 김 씨처럼 하루 8시간만 일할 경우 상대적으로 인건비에 지출되는 비용이 높아져 순수익이 줄어든다. 반대로 일 평균 10시간 이상 일할 경우 그만큼 인건비가 절감돼 순수익이 증가한다. 대다수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스스로 매장으로 출근하는 이유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 일 평균 12시간은 기본이고, 최대 18시간까지 근무하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보통 한 점포당 아르바이트생 4명을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3명으로 줄이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월 100만원 이하의 수익으로는 사실상 점주들의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그렇다고 당장 폐점을 하자니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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