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라벨이 뭐길래..수분리성이냐 비접착식이냐 논란
[경향신문]
‘비중 1미만의 수분리성 접착식 페트병 라벨’. 일반 시민들은 용어도 낯선 페트병 포장재 재질이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부는 지난달 17일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재활용이 쉽고 어려운 정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뉜 기준을 제시했다. 논란의 핵심은 ‘비중 1 미만의 수분리성 접착식’ 라벨일 경우 1등급(재활용 용이)을 부여하고, ‘비중 1 이상의 비접착식’ 라벨은 2등급(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한 것이다. 페트병에 접착제로 붙이는 라벨은 재활용이 쉽다하고, 찢어내면 되는 비접착식 라벨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려면 몸통에서 라벨을 떼내야 한다. 소비자가 라벨을 떼지 않고 분리배출하면 접착식 라벨은 양잿물 등에 세척 과정을 거치게 된다. 페트는 비중이 1보다 무겁기 때문에 라벨을 물 위에 띄우기 위해선 비중이 1보다 작아야 한다. 이 때문에 물에 녹고 오염이 덜한 수분리성 접착제를 사용하면서 비중 1미만인 것이 1등급을 받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비중 1 미만이면서 비접착식’인 경우다. 선별도 쉽고 소비자들도 쉽게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새 기준을 두고 일부 재활용 업체와 언론에선 정부가 수분리성 접착제 라벨 업체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자원순환사회연대 등 시민사회에선 오히려 정부 고시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언뜻 비접착식 라벨이 더 재활용이 쉬워보이지만, 실제 재활용 업체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환경부 고시에 반발하는 업체들은 ‘비중 1이상이면서 비접착식’인 라벨을 만드는 곳들이다. 아직 해외와 달리 한국에선 비중이 1 미만이면서 비접착식인 라벨은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시가 개정되면 1등급 업체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낮은 등급에는 분담금을 늘릴 계획도 있어 1등급에 포함되지 못한 업체들의 반발이 더욱 커졌다.
이들 업체들은 애초에 비접착식의 경우 소비자들이 미리 라벨을 떼어내 배출할 수 있으며, 비중이 1을 넘어도 풍력선별기로 분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11일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비중 1이 넘는 라벨도 소비자들이 잘 떼서 배출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재 재활용 공정에서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 품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혼란을 부르게 된다”면서 “풍력선별을 하는 일본은 애초에 라벨 제거가 잘 되기 때문에 가능하며, 당장 선별장에 새로 시설을 들이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민들이 라벨 제거에 익숙치 않고, 선별 공정도 갑작스럽게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접착식 주장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자칫 무역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수열 소장은 “유럽연합(EU) 페트병 설계 가이드라인에선 비중 1미만의 수분리식 접착제 라벨을 재활용 최고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수분리식이 접착제라는 이유로 등급을 낮추면, 유럽 업체들은 한국에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도 현재 처한 조건을 반영해 재활용이 쉽도록 하는 권고 기준을 만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비중 1미만의 비접착식 라벨’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유럽에선 비중 1미만 라벨 재질을 이미 만들고 있어 한국에서도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개정안 기준에 대해선 관련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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