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0'에 사표 안 쓰면.."컴퓨터 앞 멀거니 있어야"

윤수한 입력 2019.02.11. 20:49 수정 2019.02.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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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사오, 사십오살이면 정년, 오륙, 오십육살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뜻입니다.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내몰리는 현실을 풍자한 말인데, 실제로 법적인 정년은 예순 살이지만, 조기 퇴직을 종용하는 기업의 문화 때문에 일찍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가 인권위원회가 이같은 기업 행태에 제동을 걸었는데요.

윤수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삼성화재에서 24년 동안 근무했던 김의빈 씨.

회사가 주는 우수기업인상을 받을 정도로 실적이 좋았던 김씨는 지난 2014년 영업 부서를 맡아, 흑자를 만들었습니다.

조직에서 인정받았다고 생각했지만, 몇달 뒤 그에게 날아온 건 보직 해임 통보였습니다.

[김의빈/전 삼성화재 부장] "전자게시판에 혼자 나홀로 (보직해임) 공지가 됐다고, 친한 동기한테 전화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측이 제시한 사유는 개인 비리.

부서원들에게 생일 선물을 강요하고, 넥타이 판촉물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김씨는 지금도 나이 때문에 해임됐다고 믿고 있습니다.

[김의빈/전 삼성화재 부장] "보통 아무리 능력 성과 평판이 탁월해도 50세 전후이면 인사팀 면담이 들어옵니다."

김씨처럼 보직 해임된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집니다.

위로금을 받고 퇴사하거나, 계약직으로 전환해 몇 년 더 일하는 것입니다.

둘 다 거부하면 평소 일과는 다른 업무가 부여됩니다.

[전 삼성화재 부장] "일은 안주고 컴퓨터만 보게끔 한다던지, 그렇게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삼성 그룹의 다른 계열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삼성중공업 전 직원] "어떠한 부서별로 50세 넘은 사람 몇 명씩 명예퇴직시키라는 게 내려왔었어요."

[삼성물산 전 직원] "그룹에서 방침대로 하기 때문에 삼성화재라든가 어떤 면에는 다 똑같다고 봐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이 제기된지 2년만에 삼성화재에 연령에 따른 차별적 인사관리 관행이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가 조사해보니 삼성화재의 보직 해임자는 50살 전후에 집중됐고, 고과 평가 역시 유독 50살 전후로 현저히 악화됐습니다.

인권위는 연령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했고, 삼성화재는 성과에 따른 정당한 해임이었지만 권고 내용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윤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