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당 '5·18 헛발질'..보수진영 "우파를 조롱거리 만들어"

유성운 입력 2019.02.12. 00:07 수정 2019.02.12.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지만원과 '망언' 공청회 파장
서정갑 "상승세 한국당에 찬물"
김무성 "역사는 소설 아닌 사실"
김병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
서경원 전 의원(오른쪽 둘째) 등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에 항의하기 위해 비대위원장실로 이동하던 중 제지를 받고 있다. [뉴스1]
북한군 개입설 등 이른바 ‘5·18 망언’이 지지율 반등을 꾀하던 자유한국당에 암초로 등장했다. 당초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 선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시작됐던 이 사안은 이제 정치권은 물론 보수진영에서도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한국당이 지난해 말 ‘5·18 진상규명위’의 조사위원에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온 보수 논객 지만원씨를 추천 후보로 올리며 불거졌다. 5·18 관련 단체 등이 비판했지만 한국당 지도부는 지씨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뤘다.

이런 와중에 8일 김진태·이종명·김순례 한국당 의원이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주최하며 지씨를 내세웠다. 그는 “5·18 당시 북한군 600명이 광주에 침투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종명 의원마저 “5·18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20년 후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1980년 5월 계엄사 발표를 시작으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 조사까지 여섯 차례 진행된 국가 차원 조사에서는 북한군 개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명시했다. 또 지난해 10월 광주지법은 “5·18 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왜곡하고, 5·18 관련 단체나 참가자를 비하하며 편견을 조장했다”며 지씨 등이 배포한 5·18 관련 영상에 대해 배포 금지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에서도 지씨와 이에 동조한 한국당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5·18 문제는 이미 국가에서 정리했는데 재론한다는 것은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는 셈”이라며 “모처럼 지지도가 올라가는 한국당에 찬물을 끼얹고, 우파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세 의원은 한국당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부 인사참모부에서 근무했다.

과거 5·18 특별법을 주도했던 ‘YS(김영삼)계’ 야권 중진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역사는 사실이지 소설이 아니다”며 “북한군 침투설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민주화 세력과 보수 애국세력을 조롱거리고 만들고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국군을 크게 모독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청원 무소속 의원도 “(5·18 당시) 조선일보 특파원으로 9박10일간 생생하게 현장을 취재했다. 당시 600명의 북한군이 와서 광주시민을 부추겼다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도 진화에 나섰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이 고개를 들기 시작해 국민 사이에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순례 의원도 이날 “제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5·18 유공자 및 유족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현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5·18 진상규명위’에서 확실하게 싹을 잘랐어야 했는데 수수방관하다가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지난해 ‘이부망천’ 발언에 즉각 출당을 결정한 정태옥 의원보다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당 일각에선 최근 전당대회 국면과 맞물려 당심에 영향을 끼치는 ‘태극기 부대’의 눈치를 보는 등 당이 전반적으로 우클릭하는 와중에 ‘5·18 망언’까지 돌출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오후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김용태 사무총장에게 논란이 된 8일 공청회에 대한 진상파악을 지시하는 한편 “광주 시민들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유성운·윤상언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