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에서 '쪽박'까지..외신이 본 한국 가상화폐 광풍(종합)

김봉수 2019. 2. 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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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타임스, "가상화폐 붕괴 후 한국 젊은이들 좌절" 보도
가상화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롤스로이스를 탄 청년 부자에서 빈털터리 신세로 쪽박을 찬 20대까지. 한 외신이 가상 화폐 시장이 붕괴된 후 '멘붕'에 빠진 한국의 젊은이들을 조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사회적ㆍ경제적으로 한계 상황에 처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가상 화폐를 탈출 수단으로 활용하려다 실패해 좌절에 빠졌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27세 한국인 김모씨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그는 가상화폐를 사고 파는 데 한 달에 1000달러 이상을 사용했고 직업까지 그만뒀다. 추가 구입을 위해 대출까지 받았고, 돈을 벌어 집을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수만달러의 돈을 잃었고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도 못했다. 그는 NYT에 "사람들이 가상 화폐를 도박이라고 여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여기 저기에서 사실로 볼 만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전문학교를 졸업해 파트타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다른 김모(23)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가상 화폐에 투자해 초기 많은 돈을 벌어 자신과 어머니를 위해 수천달러 어치의 옷을 사는 데 사용했고, 돈을 더 벌어 커피숍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꿨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대부분의 돈을 잃고 말았다.


김씨는 "비트코인에 투자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돈을 잃었을 때 한번에 행운을 감아 쥐려는 내 자신의 태도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디지털 코인에 추가로 투자하고 있다.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젊은이들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대해 NYT는 '흙수저'(dirt spoon)라는 말로 상징되는 한국 젊은층의 열악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성공하려면 공무원이 되거나 재벌기업의 사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소수의 명문대학을 나오거나 수년간 어려운 시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게다가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하다. 청년 실업률은 10.5%에 달하고, 전체 실업률 또한 최근 5년간 3.4%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에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를 친구, 결혼, 가족을 포기한 '삼포 세대'라고 부른다. 그들의 좌절감은 한국의 힘 있는 재벌들과 권력자들이 얽혀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정치적 스캔들의 한 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등장한 가상화폐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경직된 사회 시스템을 한꺼번에 뒤바꿀 수 있는 새로운 체계'로 받아들여졌다. 무엇보다 디지털 화폐를 사는 것이 주식을 사거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 보다 훨씬 쉬웠다.


성공 사례도 있다. 소셜미디어앱 텔레그램에서 가상화폐 채널을 운영하는 또 다른 김모(29)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NYT에 "가상화폐가 부를 한 그룹에서 다른 그룹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한국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비트코인 투자에 성공해 50만달러 짜리 네이비 블루 롤스로이스를 탈 정도로 큰 부자가 됐다. 그는 스스로를 한국에서 롤스로이스를 타는 가장 젊은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물론 나이든 사람들 중의 일부도 가난과 실업 등 한계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가상 화폐 투자에 매달렸지만, 현재 한국의 가상 화폐 시장은 사실상 붕괴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올랐다. 이에 많은 한국인들이 가상 화폐 투자 금액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3대 가상화폐시장으로 남아 있다. 가상화폐 리서치 업체 '메사리(Messari)'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총 68억달러의 가상 화폐가 거래됐는데, 한국은 가장 잘 알려진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의 주요 거래처다.


NYT는 "가상화폐는 '김치 파워'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한국에서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 됐었다"며 "여전히 많은 흙수저(dirt spoons)들이 가상 화폐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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