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위해 또 거짓말.. 자위대모집 협력 수치 '인상 조작' [특파원+]

김청중 2019. 2. 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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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이지만 신규 (자위대) 대원 모집에 대해 (일본의 47개 광역지방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의 60% 이상이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청이 있으면 자위대 제군(諸君)은 즉시 달려가 목숨을 걸고 대응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여러분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겠습니까?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서 위헌 논쟁에 종지부(終止符)를 찍지 않겠습니까?”

아베 신조 총리가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서 총재 연설을 통해 “개헌은 창당 이후의 비원(悲願)”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도쿄=교도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자민당 당(黨)대회 총재연설에서 자위대 모집에 대한 지자체의 비협조를 근거로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민당 및 지지층 결집 →7월 참의원(參議院·상원 격) 선거에서 개헌선(3분의 2) 확보→ 개헌 드라이브라는 헌법개정 의욕을 과시한 셈이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12일 아베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도도부현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이다”며 “(시정촌의) 60% 정도가 (자위대원 모집에) 협력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지난해 12월29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초계기 사건을 처음 공개하며 양국 갈등을 시작한 인물이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아베 총리의 발언과는 달리 시정촌의 90% 가까이 자위대 모집에 협력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자위대원의 모집 실무는 일본 전국 50개 자위대 지방협력본부에서 담당한다. 주로 18∼22세의 주소, 이름, 생년월일, 성별을 시정촌에서 입수해 대상자에게 다이렉트 메일을 보내거나 호별(戶別) 방문을 통해 입대를 권유한다. 이 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방위성은 시정촌에 대상자 명부를 종이 매체 또는 전자매체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17년도에는 도쿄 23개 구를 포함해 전국 1741개 시정촌 중 36%인 632개 지자체가 종이나 전자매체로 제출했다. 방위성 담당자는 “이런 의미에서 60%가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가 전부 협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체의 53%에 해당하는 931개 지자체가 자위대 모집을 위한 주민기본대장(台帳)의 열람이나 대장 필사(筆寫)를 허용하고 있다. 이를 종이·전자매체로 명부를 제출하는 지자체와 더하면 90% 이상이 협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종이나 전자매체로 제출하지 않은 것은 “시(市)의 개인정보보호조례에 따라 불가능하다”(후쿠오카시·福岡市)라는 이유도 있었다.

육해공 자위관 모집 홍보 영상. 자위대 유튜브
아베 총리가 사실상 개헌을 위해 허언(虛言) 내지는 인상조작을 한 셈이다. 인상조작이란 정보를 취사선택해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인상을 제어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단편적으로 전해 여론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에 따르면 방위성은 나머지 178개 지자체(약 10%)로부터는 대상자 정보를 얻지 않고 있다. 다만 방위성 간부는 이에 대해 “과소지(過疎地·인구가 적은 지역)이거나 이도(離島·멀리떨어진 낙도)여서 대상자가 적기 때문에 주민기본대장 열람을 보류하고 있는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60%라는 수치는 결국 방위성 요구대로 종이·전자매체로 제출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 수에 불과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아베 총리 정권의 특기로 지적되고 있다.

신문은 또 아베 총리가 지자체의 자위대 모집 협력 문제를 놓고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자위대법에는 이미 관련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자위대법 97조에는 방위성이 시정촌에 협력을 요청하는 근거로서 “시정촌이 (자위대원) 모집에 관한 사무 일부를 행한다”라고, 자위대법 시행령 102조에는 시정촌에 자료 제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문은 “90% 이상 가까운 지자체가 (자위대원) 모집에 협력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아베 총리 주장처럼) 헌법 개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고(名護)시 헤노코 해안에 토사를 매립하는 장면.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지난달에는 새로운 미군 기지 건설을 위해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오키나와(沖繩)현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 앞바다의 산호(珊瑚)를 이식했다고 주장해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다.

아베 총리는 NHK ‘일요토론’에 나와 “토사(土砂) 투입에 있어서 거기의 산호는 이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4일 헤노코 연안에서 기지 건설을 위한 토사 투입이 시작된 것과 관련해 “오키나와 현민의 이해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다. 아베 총리는 또 “멸종위기종이 모래사장에 존재했지만 모래를 쳐내서 다른 모래사장에 옮겨간다고 하는, 가능한 환경 부담을 낮추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와 관련해 당시 토사 투입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에서 산호 이식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오키나와현에 따르면 매립 예정 해역 전체에는 약 7만4000 군체(群體)의 산호를 이식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현 당국이 허가해 방위성 오키나와 방위국이 이식한 것은 멸종위기종인 오키나와구멍돌산호 9군체뿐으로, 모두 토사 투입 구역에 있었던 산호가 아니었다. 게다가 오키나와 방위국은 조개나 갑각류를 손으로 채취해 이식하는 작업을 한 적은 있어도, 모래를 쳐내서 별도의 모래사장으로 옮기는 사업은 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아베 총리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발언으로 일본 정부가 환경보존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려는 인상조작의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아베 총리는 정권을 흔들었던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과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에서 거짓말을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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