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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日 PC업계, '韓 메모리·LCD 대체' 검토했었다

권봉석 기자 입력 2019.02.13. 16:47 수정 2019.02.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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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기나 품질 등 현실적 한계로 아직은 '현상 유지'로 결론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일본 주요 PC 업체들이 지난 1월 DDR3/4 메모리와 SSD,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상품을 미국이나 중국, 대만 등 다른 국가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실제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근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공급선 변경이 가져올 '한국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해당 검토 과정에 관여한 업체 핵심 관계자 A씨는 "각종 생산 능력과 제품 품질, 납기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결과 사실상 '현상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대형 PC 업체가 한국산 메모리 등 반도체 제품 대체를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日 일부 대형 PC 제조사, '한국 리스크' 파악"

현재 일본 현지에서 PC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는 후지쯔와 NEC, 파나소닉과 샤프, 바이오주식회사 등 총 5개 기업이다.

이 중 후지쯔와 NEC는 중국 업체인 레노버와 자본제휴 관계에 있으며 샤프는 지난해 6월 도시바 PC 사업부를 인수한 상태다. 또 바이오주식회사는 2014년 소니 PC 사업부를 인적·물적 분할해 만들어진 신설 법인이다.

13일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이들 중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갖춘 복수 업체가 DDR3/4 메모리와 SSD,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한국 업체 의존률이 높은 부품의 원산지와 한국 이외의 제3국 등 대체 가능 여부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 "한국산 메모리 의존도 절대적, 대체 불가 결론"

이 관계자는 한 대형 업체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해당 작업의 일부 실무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제품 품질과 납기 대응 능력 등 종합적인 요소를 검토한 결과 '한국 대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H사의 경우 전체 메모리 수요 중 약 45% 가량을 삼성전자에서, 30% 가량을 SK하이닉스에서 공급받는다. 나머지 약 25%는 N사의 몫이다. 그러나 N사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물량 전체를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노트북용 10nm급 32GB DDR4 SoDIMM. (사진=삼성전자)

A씨는 "N사는 데스크톱용 PC DIMM 모듈 생산이 가능하지만 노트북이나 태블릿, 일체형PC 등에 필요한 칩 단위 공급이 어렵다. 또 예정된 연 단위 생산량을 벗어난 급작스런 수요가 발생해도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한 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 "IPS 패널도 中 업체에 맡기면 오히려 리스크 더 커져"

모니터 단품과 노트북, 일체형 PC에 필요한 LCD 패널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저가형 TN 패널 생산을 중단하며 이들 패널 수요 중 상당수는 중국·대만 제조사가 공급한다. 그러나 일본 제조사의 일체형 PC나 슬림 노트북 등 프리미엄 제품에 공급되는 IPS 패널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전체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노트북용 IPS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A씨는 "중국계 패널 제조사인 O사도 IPS 패널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대규모 물량을 발주하는 자국 회사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고 심한 경우 영업 담당자가 연락을 회피한다. 균일도 등 패널 품질도 가격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아 오히려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 "실제 구매 보이콧 아닌 사전 리스크 파악 차원인 듯"

이처럼 일본 PC 업체들이 '한국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위협 비행, 최근 일왕 위안부 사과 요구 등 여러 정치적 요소로 인해 지난 해 하반기부터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한일 관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갈등과는 달리 경제 분야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처럼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는 납품 단가와 품질 등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품질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 역시 "이들 기업의 상층부 역시 보이콧 등이 아닌 외부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 관련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 설령 해당 시나리오가 실제로 진행된다 해도 반 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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