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란팔찌 차면 술 안마셔요"..달라진 대학가 오리엔테이션

고민서,이진한 입력 2019.02.13. 17:45 수정 2019.02.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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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잡기·장기자랑 옛말
성평등 예방교육 도입도
"노란색 팔찌를 찬 학생은 '오늘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는 걸 의미해요. 이 팔찌를 착용한 학생에겐 술을 권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지난달 말 숭실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동계 전체 간부수련회에선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행사에 모인 학생 100여 명이 노란색, 분홍색, 검은색 등 서로 다른 색깔 팔찌를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자신의 몸 상태나 기호에 따라 술을 마실지, 말지를 표시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이 팔찌를 일명 '술 강권 금지 팔찌'라고 불렀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오늘은 얼굴이 팔찌 색이 될 때까지 마시겠어'를 뜻하는 분홍색 팔찌와 '오늘은 끝까지 간다'를 의미하는 검은색 팔찌 등 총 세 종류의 실리콘 팔찌를 마련했다. 우제원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수련회에서 이 제도를 활용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며 "향후 단과대별로 열리는 수시생 환영회나 신입생 환영회, 새터, 개강총회, 학과 MT 등 행사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고 불필요한 군기 잡기가 만연했던 대학가 오리엔테이션(OT) 현장이 변하고 있다. 대학마다 학생들이 나서 술 강권 문화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장기자랑, 게임 등을 자제하고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이끌어가는 추세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숭실대 총학생회는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단과대 신입생 OT에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술 강권 금지 팔찌 제도를 소개했다. 이는 단과대마다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인데, 이미 많은 학생이 술 강권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다.

숭실대 총학생회 측은 "아직 준비 단계지만 많은 학생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참여자가 술을 그만 마시고 싶을 땐 팔찌를 도중에 바꿀 수 있게 하는 등 제도를 적극 안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타 대학들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대는 교내 학생단체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주축으로 작년부터 '장기자랑 강요 프리(Free) 선언'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각 단과대학이나 과·반 학생회가 주관하는 신입생 맞이 행사에서 장기자랑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활동이다. 대표적인 신입생 맞이 행사인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준비하고 있는 1~2월 동안 인문대·공과대 등 18개 단과대 학생회와 학부 학생회가 릴레이 선언을 했다. 특히 연세대에선 올해 신입생 OT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비롯해 장애 인식 개선 교육 등을 실시하는 등 학생들의 사전 예방 교육에 힘을 실었다. 지방권 대학가에서도 가급적 당일치기 교내 행사 형태로 신입생 OT를 이어가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는 14일부터 대학 신입생 OT 현장 안전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주요 점검 항목은 음주 강요·성폭력·가혹행위 등에 대한 학생 사전교육 실시 여부, 숙박시설과 교통수단의 안전성, 단체활동 보험 가입 여부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고민서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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