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등록금 내리면 술이나 많이 마신다" 경찰이 단 댓글

정은혜 2019. 2. 1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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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2011년 8월 12일 오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을 연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소속 경찰들이 온라인 상에 댓글을 달아 여론 형성에 개입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김모 전 경찰청 정보국장 등 경찰 간부 5명에 대한 공판에서 당시 경찰이 댓글을 공개했다.

김 전 국장 등 5명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조 전 청장은 2010~2012년 정부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청 소속 경찰관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일반인인 것처럼 댓글을 달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찰들은 2010년 2월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에 대해 "떳떳하면 경찰 수사를 받으라", "공무원이 민노당에서 불법 자금을 받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조 전 청장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홍보 지시도 내렸다. 경찰들은 FTA 반대집회가 벌어지는 곳 인근 상인으로 가장해 "장사하면서 심장이 수십번 찢어졌다"는 댓글을 달아 반대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10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서 경찰은 "G20을 망치려는 사람은 제정신이냐"는 댓글로 시위대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다. 당시 경찰이 시위진압용 음향대포를 구입하려다가 발생한 논란에 대해선 "경찰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댓글로 대응했다.

2011년 희망버스 시위와 관련해 조 전 청장은 경찰 간부들에게 "진실이 어떻든 간에,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댓글 활동을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부산 영도구민으로서 한마디 하는데, 관련없는 사람은 제발 오지 마라", "물난리로 난리인데 희망버스 대신 수해지역에 가자", "소풍놀이 그만해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대통령 공약 실천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을 폄훼하기도 했다. 2012년 6월 대학생들이 연 반값등록금 시행 촉구 집회에 대해서 "배후 세력이 의심된다", "등록금을 내리면 학생들이 술이나 많이 마신다"는 등의 댓글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지난 2011년 6월 29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서 대학생 700여 명이 8 차로 중 4차로를 점거하고 반값등록금 공약 실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학생들이 해산하지 않자 물대포를 발사하고 수십 명을 연행했다. [중앙포토]

검찰은 "국가기관이 개인으로 위장해 여론을 왜곡한 방식은 정당하다 할 수 없고,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집회 주최 측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도 경찰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국장 등의 변호인은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취지로 간략히 답했다.

재판부는 4월11일 공판기일을 열고 변호인 측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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