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도 있는데 1시간거리 학교라니..원거리 고교배정에 '멘붕'

2019. 2. 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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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구역 조정·비선호 학교 특성화 등 어려움 호소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고등학교 원거리 배정받은 엄마와 학생들은 지금 '멘붕(멘탈 붕괴)'이에요."

1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의 한 중학교를 졸업한 딸을 둔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딸은 집 앞,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고등학교를 1지망으로 썼는데, 집에서 동떨어져 맨 마지막 15지망으로 써낸 B여고로 배정을 받았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셔틀버스를 타고도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이 셔틀을 타려면 새벽 6시 50분 전에 집을 나서야 하고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시작할 때까지 또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라며 "아침 먹을 시간도 없고 야자가 끝난 뒤 오후 10시에 하교하면 11시가 된다고 하더라"라고 황당해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이어 "등하교 시간으로 두세 시간을 버린다면 과연 어떤 부모가 용납할 수 있겠느냐"라며 "속상하고 무기력하다"고 가슴만 쳤다.

이 근방 중학교 4곳에서 A씨 딸과 같은 상황에 부닥친 학생들은 33명에 달한다.

이처럼 끝지망에 배정된 학생은 수원에서만 105명(1.07%)이었으며, 경기도 전체로 보면 513명(0.89%)이다.

이 학생들은 온 가족이 주거지를 다른 학군으로 옮기는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전학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원거리 학교에 다녀야 한다.

등하교는 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용한 셔틀버스나, 엄마나 아빠의 '라이딩'으로 자체 해결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매년 '선 복수지원 후 추첨' 방식으로 평준화 지역 일반 고등학교 학생 배정을 하고 있다.

1단계 전형에선 학생 정원의 50%를 배정하는 데, 학생들이 써낸 학군 내 전체 학교 중 진학 희망 학교 5개를 무작위로 돌리는 것이다.

그다음 2단계에선 학생들이 정해진 구역(학군보다 좁은 개념) 내 모든 고등학교를 1지망부터 끝지망까지 써내면 또 한 번 추첨해 나머지를 배정한다.

수원 학군의 경우 구역이 1구역(북부) 고교 14개, 2구역(남부) 고교 18개로 나뉘어 있다. 2구역 여학생의 경우 A씨 딸처럼 15지망(남고 제외)까지 써내야 한다.

그야말로 운이 나쁘면 3년 내내 날마다 등하굣길에서 2∼3시간 허비해야 하는 '복불복'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신도시 개발로 인한 급격한 도시 팽창에도 불구하고 구역을 더 쪼개지 않고 있어 매년 원거리 배정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경기도교육청이 의뢰해 수행된 한국교육개발원의 2012년 '경기도 고교평준화 지역 배정 방법 개선 연구'와 경기도교육연구원의 2018년 '경기도 고교평준화 학생 배정 방안 분석 및 개선 방향 연구'에서도 이미 제기됐다.

수원 학군 중학교 및 고등학교 분포도 경기도교육청 2019학년도 평준화 지역 학생 배정방안 중 발췌

한국교육개발원 연구 보고서에는 경기도 5개 평준화 학군(2012년 기준·2019년 기준 평준화 지역은 9개 학군)의 교육 현황을 "새로운 택지개발 등으로 도시가 팽창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가 늘었다"라며 "도시의 지리적 여건에 따라 학교가 고루 분포하지 않아 먼 거리의 학교에 배정될 경우 통학 문제가 생겨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 대책으로는 "학생들의 학교선택권과 근거리 배정의 조화에 노력해야 한다"라며 "통학 편의를 위해 지속해서 구역의 적합성을 점검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원 학군의 경우 행정구에 맞춰 구역을 현행 2개에서 4개로 나누는 방안을 한 대안으로 제시하기까지 했다.

경기교육연구원의 연구 보고서에도 "경기도 지역 중 수원과 안산은 도시 팽창으로 원거리 배정이 늘어나고 있어 학부모 민원도 늘었다. 해결책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라고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성급한 구역 조정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인다.

도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 구역 조정을 위한 사전 의견 수렴을 하려고 있으나 특정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라며 "구역을 더 나누면 비선호 학교는 존폐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또 구역이 세분된 지역이라고 해서 원거리 배정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보다는 비선호 학교 중 여고나 남고를 공학으로 전환하거나 비선호 학교의 특색을 살리는 교육 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데 사립의 경우 협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라며 "교육청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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