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하노이 회담 전 제재 해제 여부 답변하라"..북한, 비건에게 통첩성 요구

정용수 2019. 2. 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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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6~8일 평양 협의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정상회담 이전에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한 미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14일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 대표단은 2박 3일 동안 (비핵화 등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하고, 듣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6~8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협의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사진 뉴스1]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만났지만 양측은 회담 장소만 확정했을 뿐 실제로는 탐색전을 가졌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았던 문희상 국회의장 등 여야 대표단을 만나 “이번 방북은 협상이 아니라 협의였다. 협상은 다음 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북한의 요구를 듣는 데 주력했던 평양 방문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은 특히 비건 대표 일행에게 자신들의 비핵화 여부는 미국 측의 상응 조치에 달려 있다는 기존의 ‘조건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도 “북한은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가 우선이고, 다른 것은 나중 문제라거나 부차적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대목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심지어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해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식의 통첩성 언급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가 즉답하지 않자 북한 측은 본국(미국)에 돌아가 협의한 뒤 정상회담 이전, 향후 실무협상 때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경제 재건을 위해 대북제재 해제가 절박한 상황인데, 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의 ‘결단’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곧바로 성명을 통해 회담을 요구하며 매달리는 모습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미국에 공을 넘기며 호응하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겠다는 식으로 태도를 바꾼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후견을 약속받은 뒤 공세적으로 돌아섰다는 관측도 있다.

단, 평양 협의 때 북한의 태도가 고압적이거나 협박조는 아니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할 말은 하되 이전처럼 경박하거나 협박성이 아니라 ‘당신들이 들어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묘사했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 [사진 미국의 소리방송]

◇“비핵화하면 예상 뛰어넘는 상응 조치”= 미 국무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미국은 이전에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뛰어넘는 상응 조치를 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14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위터에 “김정은의 지도력 아래 대단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비핵화에 따른 파격적 조치를 암시했다. 그러나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코리 가드너 동아태 소위원장은 방한 중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재완화와 종전선언은 안 된다”고 요구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우리는 CVID의 틀에서 국가들이 평화를 위해 힘을 합칠 때 어떤 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 세계에 보여줄 기회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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