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1,000km 주행.."아무나 열어주는 차 서비스"
[앵커]
내가 아끼는 차를 남이 몰래 타고 다닌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것도 자동차 고객센터 출동 서비스를 신청해 차 문을 열고 운행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타고다닌 주행거리가 천 킬로미터 정도인데 차주에게 자동차 고객센터 측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답니다.
김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의정부의 한 아파트 주차장, 차량 한대가 후진을 하다 다른 차를 들이받습니다.
그러더니 그냥 달아납니다.
결국 신고가 접수돼 차주가 뺑소니범으로 몰렸습니다.
[차주 B씨/음성변조 : "차량번호, 제네시스 차주가 저로 검색이 되는데. 그때 차 사고를 낸 것 아니냐. 약간 불쾌하기도 하고...."]
누군가 B씨의 새 차를 몰고 나가 사고를 낸 겁니다.
더 황당한 일은 다음 날 일어났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차문을 확실히 잠가뒀는데, 차가 감쪽같이 또 사라진 겁니다.
CCTV 확인 결과 운전자는 옆동에 사는 18살 김모 군, 면허도 없던 김군은 이 차량을 가지고 서울 홍대나 이태원 등을 19차례나 돌아나녔습니다.
이틀 뒤 아파트 주차장에 차가 나타납니다.
한 여성이 급히 뛰어와 차 문을 열고 김 군을 막습니다.
곧이어 경찰이 도착하고 김 군은 경찰차로 옮겨집니다.
[차주 B씨 어머니/음성변조 : "(방에서) 차 입고되는 걸 알아요. 그래서 그걸 보고 뛰어 내려왔죠. 미친 듯이. 경찰에 신고하고 잡았죠 현장에서."]
김 군은 잠가둔 차량의 문을 어떻게 열었을까?
알고 봤더니 현대차 고객센터가 열어줬습니다.
차문이 잠겼다며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은 건데 신원확인 절차는 없었습니다.
[차주 B씨/음성변조 : "처음에 신고를 했더니 자기네들은 하청업체한테 그렇게 법적으로 계약을 맺었으니 하청업체 책임이다."]
다른 사람의 차 문을 고객센터에 전화해 열 수 있을까?
직접 접수해봤습니다.
["접수 완료되었습니다."]
20분 뒤 출동한 기사, 다짜고짜 문을 열고 결제를 요구합니다.
아무런 신분확인도 없습니다.
["(카드 계산, 계좌 송금 안 되세요?) 계좌 송금이요? (저쪽으로 옮겨야 되는데 카드 계산 하려면. 괜찮으시겠어요?)"]
취재중이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신분 확인을 요구합니다.
["사실은 저희가 KBS 기자인데... (저희가 그냥 신분(확인)없이 이렇게 해드리는 건 없어요. 다 확인돼야 해요.)"]
현대차 고객센터에 서비스 신고가 접수되면, 하청업체가 넘겨 받아 기사가 나가게 됩니다.
KBS취재 결과, 현대차와 하청업체간 계약엔 신분 확인과 관련된 조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현장에선 신분 확인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습니다.
현대차는 앞으로 자세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신분 확인 절차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김민철 기자 (mc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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