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서 전기 만들어 지구로 전송.. '위성 태양광발전소' 꿈 두둥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 2. 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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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우주태양광발전 청사진 공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공개한 한국의 첫 우주태양광발전소는 언뜻 평범한 인공위성을 닮았다. 하지만 여의도 4배 크기로 규모가 남다르다. 가운데에 있는 안테나로 전기를 지상에 보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일본은 내년에 우주 태양광 시범 발전을 진행할 10MW(메가와트)급 태양광발전 위성을 시험 발사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국도 중형 원자로급인 1GW(기가와트)급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을 궤도에 띄워 상용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이용해 전력에너지 전송 실험을 할 계획이다. 유럽도 15km 길이 탑 형태의 발전 위성 개념도를 2004년 제시했다.

우주 개발 선진국들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우주 태양광발전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우주 태양광발전의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주 태양광발전 국제위크숍에서는 한국형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 계획안이 처음 공개됐다.

우주 태양광발전은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린 인공위성에 태양광발전용 패널을 달아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생산된 전기는 전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무선으로 지상에 내려보낸다. 이를 지상에 설치된 접시 모양의 안테나가 받아 다시 전기로 바꾼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공개한 계획안에 따르면 한국의 첫 우주발전소는 가로 5.6km, 세로 2km로 여의도의 약 4배 크기이다. 가운데 면적 1km²의 안테나를 달아 지구로 전기를 보낸다. 둘둘마는 방식의 태양전지를 설치해 인공위성을 경량화하겠다는 목표다. 발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궤도에 올려 먼저 위성을 조립한 뒤 태양전지판을 일부 펼쳐 얻은 에너지로 정지위성궤도로 올린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2029년까지 2대의 소형 태양광발전 위성을 발사해 발전 기능과 무선송전 기능을 점검한다.

우주 태양광발전은 부지 확보 등에 한계가 있는 지상 태양광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처음 제시됐다. 우주에서 태양광발전을 하면 태양에너지를 손실 없이 받을 뿐만 아니라 낮과 밤 구분 없이 발전 가능하다. 김승조 전 항우연 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우주 태양광발전은 하루의 99%를 모두 발전에 쓸 수 있다”며 “지상에 비해 효율이 7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우주 개발 선진국들은 이미 우주 태양광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20년 10MW급 태양광발전 위성을 실험 발사하고, 2030년까지 1GW급 태양광 위성을 올린다는 목표다. 중국도 2006년부터 국가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시작했다. 중국우주기술연구원(CAST)은 2036년부터 2050년까지 1GW급 우주 태양광 위성을 궤도에 띄워 상용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민간기업까지 개발에 나섰다. 2014년 미국 에너지 기업 PG&E는 에너지 벤처기업 ‘솔라렌’이 적도 궤도에 띄우려고 계획 중인 위성으로 200MW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솔라렌 측은 상용화 시기를 2025년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인터내셔널 일렉트릭 컴퍼니’는 ‘카시오페이아’라는 이름의 인공위성을 개발 중이다. 나선형 구조로 설계해 위성 방향에 관계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은 2018년 정부가 제3차 국가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미래 게임 체인저 기술’로 우주 태양광발전용 송수신장치 기술을 선정하는 등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선송전 기술과 위성 기술 개발도 시작됐다. 2017년 한국전기연구원이 100m 거리에 10kWh의 전력을 전송하는 연구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항우연이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 연구에 착수했다.

우주에서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상으로 전송하느냐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수십 m 떨어진 곳으로 전력을 전송하고 수 t 무게의 위성을 제작하는 것은 지금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백 km 떨어진 땅 위로 전기를 전송하고, 수천 t에 이르는 초대형 구조물을 우주궤도로 올리는 일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 각국에서 제안하는 1GW급의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은 길이만 10km가 넘는다. 궤도에 올리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문귀원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2035년까지 발사 비용이 kg당 현재의 7분의 1 이하인 68만 원(약 600달러)으로 떨어지고 2GW급 우주 태양광 위성의 무게를 9200t까지 줄이면 약 13조 원의 건설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위성을 30년 가동하면 전기요금은 kWh당 34원 수준으로 원전(kWh당 72원)보다 낮다.

국내 우주 전문가들은 우주 시장의 큰 축이 될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 개발에 한국도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원장은 “우주 기술은 정부 지원을 넘어 민간기업의 투자가 이뤄지며 산업화의 길을 가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축을 차지하게 될 우주 태양광발전 연구에 한국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좁은 영토와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한국은 원전을 대체할 청정에너지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며 “발사 비용, 위성 구조 개선과 경량화, 전력 전송 효율 개선 등 수많은 난관이 있지만 국제사회와 협력하면 새로운 성장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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