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바로간다] 'MBC코인'을 만들었습니다..2만 원·20분에 '뚝딱'

김민찬 2019. 2. 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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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 간다, 인권사회팀 김민찬 기자입니다.

오늘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요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거래소라고 하면 돈이 오고 가니까 운영도 투명해야 하고, 보안도 철저해야 할 텐데요.

취재해보니, 정말 문제가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무법천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요.

얼마나 엉망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갔습니다.

작년 11월에 문을 열었다는데, 지금 사무실엔 아무도 없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건물 관리인] "딱 두 달 쓰고, 두 달도 안 썼어요. 개판이었어요. 사람도 없고요. 쓰지도 않았어요. 월세만 내고 갔다고 보면 돼요."

딱 두 달 사무실을 계약해 사용하더니, 어느 날 야반도주를 했다는 겁니다.

"직원들이 다 새벽에 짐 뺐다고 하더라고요. 도망간 것 같더라고요."

거래소가 문 닫으면서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졌습니다.

계좌에 넣어둔 돈과 가상화폐가 몽땅 날아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갑자기) '사업 접는다, 홈페이지 접는다, 결국에는 사업 자금이 없어서 문을 닫게 됐다' 난리가 날 거 아니에요."

이번엔 인천으로 갔습니다.

건물 두 개 층을 쓰는 가상화폐 거래소인데 아래층이 텅 비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 봤더니, 여기는 또 보안업체 직원이 막고 있습니다.

[보안업체 직원] (안녕하세요. MBC에서 나왔는데요.) "사전 약속하셨나요?"

사무실 여기저기에 있는 보안 요원들.

왜 저러고 있는 걸까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투자자한테 물어봤습니다.

[투자자] "(출금을) 안 풀어줘서 오늘 대판 한판하려고 온 거예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 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판 사람들한테 당연히 거래소에서 돈을 넣어줘야 하는데, 석 달 째 계속 안 주고 있다는 겁니다.

[김성환/피해자 대책위] "'해킹을 당해서 출금해 주지 않고 있다 검수를 해야 한다'라는 명목하에 벌써 몇 개월간 계속 똑같은 말만…"

가상화폐 광풍 이후 우후죽순 거래소가 생겼는데, 상당수가 이런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한 마디로 코인이니 블록체인이니 이런 거 하나도 몰라도 아무나 다 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어서입니다.

코인 개발하고 거래소 세우는 게 얼마나 쉬운지 저희가 직접 한번 해봤습니다.

일단 노트북 한 대 갖다 놓고, 코인 만들어 주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준비 완료.

[김동은/암호화폐 개발자] "쉽게 가상화폐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사이트인데 접속을 해서 클릭을 하시고…"

단 돈 2만 원 내고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MBC 코인이라고 이름 짓고, 몇 개를 얼마에 팔 건지만 정했더니 모두 끝났습니다.

코인 하나 만드는 데 20분도 안 걸렸습니다.

"총 1천 이더리움 가치의 'MBC 코인'이 만들어진 거고요."

이렇게 뚝딱 만들었지만, 테스트해보니, 실제 사고팔고, 전송하는 것까지 다 가능했습니다.

보물선 투자 사기 사건 취재하면서, 사기꾼들이 코인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다 이런 식이었던 겁니다.

[김동은/암호화폐 개발자] "다단계 코인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든지 자신이 만든 코인을 팔고 싶은 사람들이라든지 그런 조금 악의적인 사용자에 의해서 많이 사용되는 편이죠"

그래도 거래소 세우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코인 제작부터 거래소 설립까지 통째로 대행해주는 업자들이 있었습니다.

턴키 계약하듯이 1억 원을 주면, 모든 걸 다 해주는 겁니다.

[가상화폐 컨설팅 관계자] "패키지 1억으로 하고 (코인까지 만들어주는 건가요?) 코인까지 만들어주고, 백서까지 만들어주고"

가상화폐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 같은 건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예 필요 없다고 답합니다.

[가상화폐 컨설팅 관계자] "지금 당장은 그런 기술까진 필요 없어요"

아무나 가상화폐 사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최소한의 규제조차 없습니다.

[거래소 투자 피해자] "통신업만 내면 거래소를 차릴 수 있어서. 중소형 거래소 같은 경우에는 법인만 내고서 계좌를 발급하면은 그 계좌에다가 예치금을 받고…"

기술도 필요 없고, 심사도 필요 없고…

거래소들은 덩치 키우는 데만 혈안이 돼 15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에, 수억 원짜리 외제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신규 거래소 관계자] "마케팅 비용을 10억에서 20억 정도 책정 중인데, 그에 따라 벤틀리를 주든 람보르기니를 주든"

감시의 눈길도 없다 보니, 코인 가격 부풀리고 거래량 조작하는 일쯤은 비일비재하고,

[문주용/재테크 관련 저자] "(거래소들이) 가짜 거래량을 만들어 내고 이런 식으로 해서 배당을 하루에 높게는 3%, 4%까지 줘요. 그런데 결국은 모든 코인들이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처음부터 한판 크게 벌인 뒤 사라지겠다고 맘먹고 뛰어든 사기꾼들이 설쳐대고.

[신규 거래소 전 직원] "(고객) 예수금에서 돈을 빼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10억 이상 뺐었을 거 같고요. 또 아파트가 2채라고 하면 최소 10억…"

결국 투자자만 빈 깡통을 찹니다.

"완전 무법천지에요. 거래소가 입출금을 안 해주는 경우가 사실 많거든요. 나는 돈이 필요해서 출금을 하겠다는 데 내 돈을 내가 찾을 수 없는 거야."

국내에 운영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만 약 200개.

언제 어떤 거래소가 폭탄 터지듯 공중분해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지금은 '투자자 스스로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간다 김민찬입니다.

김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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