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학술도서 불법복제에 벙어리 냉가슴 앓는 출판시장 [편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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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을 일컬어 시대의 선비라고 한다.
이렇게라도 뒤따르지 않으면 영영 뒷방 늙은이가 되기 십상인 것이 시대의 선비라는 출판인들의 현주소다.
'수업목적저작물 이용법'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도 출판사가 감수하고 있다.
학술출판인들이 자긍심으로 여기고 간직해 온 선비정신 때문인지 지금까지 숨죽이며 책만들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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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을 일컬어 시대의 선비라고 한다. 예로부터 ‘책을 쓰는 이나 책을 내는 이’는 지조와 청렴한 삶의 상징이었다. 솔직히 나 자신 역시 마음속에 품고 살아온 긍지였다. 하지만 지금 출판인들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출판시장의 변화는 가파르고 위협적이다. 갓 쓰고 도포 입은 선비들이 뒤따라가기에는 숨이 차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렇게라도 뒤따르지 않으면 영영 뒷방 늙은이가 되기 십상인 것이 시대의 선비라는 출판인들의 현주소다.
학술출판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100여개의 회원사들은 대체로 대학에서 교재나 부교재로 활용하는 인문학술서들을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술도서를 만든다는 자긍심이 유난히 크다. 하지만 출판부수는 1000부 내외로 많지 않다. 그래도 초판 1000부를 찍던 때는 호시절이었다. 지금은 초판을 200부 인쇄하는 책들도 허다하다. 학술출판계에서는 대체로 1000부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그런데 200부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시민뿐만 아니라 정부의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불법복제를 관리감독해야 할 해당 공무원들의 말이다.
“대학생 76.3%가 불법복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51.6%가 불법복제를 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범법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
사이버대학과 학점은행제 시행업체들의 교재 도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느 기관에서도 이를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했다. ‘수업목적저작물 이용법’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도 출판사가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논의 과정에서 출판계는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현행 저작권법상 출판권자는 저작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판계의 책임도 작지 않다. 출판계는 그동안 출판친화적인 저작권법 개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콘텐츠산업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출판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북스캔 행위 등 불법제본에 대해서도 벙어리 냉가슴이다.
학술출판인들이 자긍심으로 여기고 간직해 온 선비정신 때문인지 지금까지 숨죽이며 책만들기 매진하고 있다.
김진환 (사)한국학술출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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