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두렵다"..꿈쩍않는 국회에 깊어지는 고뇌

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입력 2019. 2.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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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검·경 자체 개혁 만족스럽지만,
개혁안 입법 없이는 불완전 '한계'
"국민 여망에 부응해달라" 국회에 간곡한 요청
'입법 통하지 않는 방안 찾아라' 지시하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그동안의 자체 개혁 성과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입법을 통한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며 "두렵다"고 토로했다.

여야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권력기관 개혁 법안의 통과는 기약이 없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문 대통령이 깊은 고뇌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 문 대통령 "너무 잘해왔지만…도로 되돌아갈까 두렵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뒤 국정원과 검찰·경찰의 개혁 작업 성과를 보고 받고, 향후 과제를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이 국내정보 부서를 전면 폐지하고, 국내 정치개입을 차단한 것에 대해서는 "참 혁명적인 일"이라거나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등에 대해서도 "놀랍다"고 말했고, 경찰의 집회시위의 자유 확대 조치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뤄진 각 기관 개혁위원회들이 만들어 낸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살펴보면 개혁안의 제도화를 가로막고 있는 입법의 부재에 대한 답답함이 두려움으로까지 번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두려운 것은 지금까지 너무 잘해 왔지만, 그러나 이게 법 제도적인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이것이 다 되돌아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당겨진 고무줄이 도로 되돌아 가버리는, 그런 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참으로 두렵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해 국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주겠다는 약속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투영된 발언이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 2017년 12월에 활동을 마쳤고, 검찰과 경찰의 개혁위원회 활동도 지난해 9월과 6월 이미 종료됐다. 이를 토대로 대공수사권 폐지 등이 담긴 국정원법 개정안은 2017년 11월 29일에 국회에 제출됐고, 공수처 신설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기약없이 표류 중이다.

그 이유는 국회가 멈춰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1월 국회를 보이콧에 이어 자유한국당은 2월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또 공수처 설치 문제와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사개특위 검경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 된 뒤 답보 상태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국정원, 검찰, 경찰, 법무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했다고 본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국회를 향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달라"거나 "대승적으로 임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국회가 제 역할을 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다.

◇ 문 대통령, 국회 설득하면서도 "입법 통하지 않는 방안 모색" 지시

문 대통령은 마냥 국회의 움직임을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회를 설득하는 동시에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는 입법과정을 우회한 색다른 권력기간 개혁 방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현행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을 통합한 새로운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박 의원은 현행 상설특검법이 사건이 터진 뒤에나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고, 특별감찰관이 수사기능 없이 대통령과 측근에 대한 감찰만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둘을 결합해 사전 예방 성격과 수사기능을 갖춘 제도를 '준 공수처'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거의 같은 효과를 거두도록 하는 방안까지 논의가 되고 있다 해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조국 수석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우회로를 설명하기도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검찰의 직접 수사 제한에 대해 법률 개정 전이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협의해 '셀프 수사권 제한'을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이제는 입법을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며 '입법전략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모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한동안 국회 논의는 계속 지지부진해질 것으로 보여 문 대통령의 고뇌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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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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