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 대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다

정용인 기자 입력 2019. 2. 1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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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번 https 대란을 겪으며 누리꾼이 올리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 편집물. /경향자료

[언더그라운드.넷] “지금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2월 14일 기자와 통화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관계자의 말이다.

“합법적 야동사이트를 차단한 것이 아닙니다. 불법사이트들이에요.”

모르는 거 아니다. 안다. 그런데 왜 인터넷 커뮤니티가 들끓고 있는 걸까.

이른바 ‘https 대란’. 2월 11일부터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정보 차단을 위한 새로운 기술적 조치(SNI)를 도입하면서 기존 누리꾼이 애용하던 ‘불법사이트’들이 다 막혔기 때문이다.

불법 차단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길다.

종전까지 원성의 대상은 ‘워닝(warning) 페이지’였다.

불법사이트에 접속하면 방심위의 워닝페이지로 리디렉트해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이것을 우회하는 방법은 여럿이다. 가장 쉬운 것이 보안접속이다.

http:// 프로토콜에 s만 붙여서 개인암호화를 하면 차단조치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SNI 방식은 https의 암호화되지 않은 헤더에서 서버 이름을 확인해 차단하는 방식이므로 “내용을 들여다보거나 중국처럼 패킷감청은 아니다”라고 방통위는 설명한다. 형식논리상 맞다.

그런데 이게 더 고도의 기술적 방식인 것은 맞나.

https 대란 이후 인터넷에는 이런 문구가 올라왔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대사다.

지구 인류문명의 몰락위기를 앞두고 인간은 필사적으로 어쨌든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나름 낙관적인 전망이다.

이야기하자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일단 가장 쉬운 방법. 이전부터 우회기술로 사용하던 vpn을 쓰면 된다. 패킷감청을 하지 않는 한 막을 수 없다. 굳이 유료를 쓰지 않아도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 등은 몇 번의 클릭으로 간단히 해결 가능하다.

이쯤 되면 다시 물을 필요가 있다. SNI 차단이 더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다는 설명이 맞을까.

오히려 다른,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2월 11일 일차적으로 접속금지된 사이트는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895건이다.

결정은 방심위가 했다. 구체적 내역은 공개하지 않는다.

앞서 방심위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아동포르노, 불법촬영 영상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음란사이트 등을 위주로 결정했다”고 했다.

아동포르노·불법촬영이나 자살·도박 등 사행성 사이트에 대한 차단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시 질문하자. 그런데 왜 비난여론이 들끓는 것일까.

앞서 법을 거론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포르노다.

성인이 19금 영상이 아닌 ‘무등급 영상’을 볼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포르노가 불법인 유일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유교 탈레반’ 국가”라는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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