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안 남고 녹음도 안돼..불편해도 '보이스톡' 뜬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근무하는 A 변호사는 최근 대학 동기인 검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친구가 휴대전화 메신저 카카오톡의 무료대화 서비스인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A 변호사가 보이스톡을 통해 연락한 이유를 묻자 검사 친구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통화기록 감추려 '보이스톡' 유행
통화기록은 사정당국이 수사에 나섰을 때 피의자에 대해 가장 먼저 확보하는 내역 중 하나다. 경찰 출신인 백기종 경찰대 외래교수는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내역과 기지국 위치 등을 확인하는 건 수사의 가장 기본"이라며 "사건 대상자가 어디에 있었고 누구랑 통화했는지 등을 확인한 다음 수사를 진행하면 수사가 한층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클럽 '버닝썬'과 관할 경찰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관련자들의 통화내역부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청와대가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을 감찰할 당시에도 비위 혐의 확인을 위해 통화내역을 먼저 들여다봤다.
━
광범위 수사·감찰에 "알아서 몸조심"
이렇다 보니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메신저의 데이터 통화를 쓴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보이스톡을 자주 사용한다는 사정당국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공무원에 대한 감찰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알아서 몸조심에 나서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보이스톡 사용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야당 소속 국회의원실에 근무하는 비서관은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국회의원에게 비공식 업무보고 할 때도 보이스톡을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녹음을 피해 기자들에게 보이스톡으로 연락하는 정치인도 있다. 둘 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대해 "법을 어기는 것을 막아야 할 사람들이 앞장서 편법을 쓴다"는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다.
━
텔레그램은 이미 고전…"앞장서 편법 쓴다"는 비판도 나와
보이스톡이 유행하기 전에도 통화기록을 숨기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대표적인 것이 차명 전화, 이른바 '대포폰'의 사용이다. 차명 전화의 경우 외국인 명의의 선불폰을 여러 대 개통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정당국 관계자는 "차명 전화는 들고 다니기 번거로운 데다 자주 사용할 경우 수사 과정에서 실사용자가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국정농단' 사건과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도 여러 피의자의 차명 전화 사용이 특검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텔레그램은 물론이고 미국 IT업체가 개발한 시그널 메신저도 사용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시그널 메신저가 텔레그램과 비교해 암호화 수준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보이스피싱 같은 일반 범죄 집단들은 중국에 기반을 둔 메신저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정부, 트럼프 노벨상 추천하라고 아베에게 부탁"
- "지금까지 이런 탄약수 없었다"..극한직업 전차병
- "너 때문에 6600만명 죽어" 런던 마르크스 묘에 낙서
- 손흥민 최고시속 34.3km..메시·호날두보다 빠르다
- '하늘 호텔' 에어버스 A380, 14년만에 불명예 퇴출
- '5·18 유공자' 최경환 "한국당 망언, 극우 집단 신호탄"
- 전두환 "5·18 北개입 처음 듣는다" 더니 회고록선 주장
- "35억 추사 작품 가짜"..셀프수사 요청한 함평군청
- 순댓국집 접고 인생 2막..혜성처럼 등장 65살 모델
- "문종 병 고칠 의사 보내라" 고려, 日에 요청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