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부대 8000명 장외서 당내로"..한국당 전대 흔들까

한영익 입력 2019. 2. 18. 00:08 수정 2019. 2. 1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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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등록 .. 연설회 때 조직력 과시
후보 토론회서도 당내 이념 논쟁
일부 후보 "우리가 애국당이냐"
"목소리 큰 일부일 뿐" 의견 많아
자유한국당 당 대표에 출마하는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앞줄 오른쪽 둘째부터)가 지난 16일 창원시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김경수 경남도지사 규탄대회’에 참석해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구속된 김 지사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세 후보는 17일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2차 토론회를 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장외에서 떠돌던 ‘태극기부대’가 자유한국당에서 내부 세력화를 시도 중이다. 한국당의 2·27 전당대회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변수로 작용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태극기부대의 위력이 단적으로 드러난 건 14일 첫 후보 합동연설회였다. 대전 한밭운동장을 찾은 태극기부대는 수백 명 수준이었지만 조직력은 장내를 압도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가 나오면 야유를 쏟아내 행사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김병준 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단상에 올라도 이들은 “김진태”만 연호했다. “한국당을 외치자”(한선교 전당대회 의장)는 제안도 소용이 없었다. “여러분들이 당을 망치고 있다. 김진태 의원 데리고 당 나가 달라. 우리가 무슨 대한애국당이냐”(조대원 최고위원 후보)는 무대 위 작심 비판까지 나왔다. 이미 태극기부대 상당수가 책임당원으로 등록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전대를 목표로 당내 세력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태극기부대에서 약 8000여 명 이상이 새로 입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뿐 아니라 기존 책임당원 중에서도 태극기부대로 활동한 케이스가 상당히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노사모’나 ‘문파’처럼 장외세력이 당 경선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한국당에선 이런 현상이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김진태 후보의 출정식 때 국회 본관 앞에 모인 사람들 숫자를 보고 놀란 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태극기부대의 등장으로 한국당의 우경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5·18 폄훼 논란’으로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김진태·김순례 의원이 “당심의 심판을 받겠다”며 나란히 전대 레이스 완주 의지를 밝힌 건 다분히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는 투표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열성적 지지층이 있는 후보가 유리하다. 김진태 의원은 원래 마이너 그룹으로 분류됐는데 태극기부대의 등장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태극기부대를 매개로 ‘옥중정치’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보별로 태극기부대에 대한 입장 차도 뚜렷하다. 17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김진태 후보는 “현 정권은 주사파와 사회주의 이념으로 똘똘 뭉쳐 있는데 우리만 ‘중도다. 포용이다’ 이럴 때가 아니다. 잡탕밥처럼 되면 곤란하다”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반면에 오세훈 후보는 “이념에 관심 없는 이웃들, 중도층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누구냐”며 “5·18 망언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후보는 “우리 안에서 힘을 합쳐야 하는데 그동안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제 내부 총질은 멈추자”고 말했다.

다만 태극기부대가 주목받긴 해도 아직 경선 판세를 좌우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이들의 규모가 소수인 데다 이들을 단일 정체성으로 묶는 것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 관계자는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태극기부대가 유독 부각되는 건 그 안에서도 과격파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라며 “태극기부대 세력 내부도 입장 차가 다양하다.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태극기부대에 휘둘릴수록 내년 총선 전망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이 우경화·극우화되면 수도권 122석을 얻는 데 어려운 점이 많지 않겠느냐”며 “키는 태극기부대 세력이 아니라 결국 이번에 선출되는 차기 지도부가 쥐고 있다. 총선에서는 산토끼(중도 표심)를 잡는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임 지도부가 우경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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