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은 형님과 한 우리에 집어넣고.. 조롱하지 마라"

최경준 2019. 2. 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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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에 이례적 불만 토로.. "2002년 형님 약 먹은 건 중요한 사안" 강조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입술을 꽉 다물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 박정훈
 
"2002년에 (형님이) 정신과 약을 먹은 건 이 사건에 가장 중요한 사안인데 왜 (기사로) 안 써주시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형님 강제진단 의뢰 사건 재판과 관련 언론에 공정보도를 요청하며 한 말이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언론이 공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재명에게 불리한 얘기가 나오면 없는 것까지 마구 만들어서...(보도하는데), 혹시라도 유리한 자료가 나오면 다 모른척한다"고 성토했다.

"저한테 불리한 건 열심히 기사를 쓰면서..."
 
이재명 지사는 "얼마 전에 <경기방송>이 2002년 2월 21일에 어떤 기자가 형님을 인터뷰한 녹음을 발견해서 방송했는데, 왜 (다른 언론은) 기사를 안 써주느냐"며 "그거(인터뷰 대상은) 형님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기방송>은 지난 11일 "(이 지사의 친형) 이재선씨가 자신이 직접 '정신과 의사를 (식당에서) 만나 진료받은 뒤 약을 먹고 있다'라고 밝힌 통화내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재선씨는 지난 2002년 2월 당시 이씨의 특혜비리 의혹 취재에 나섰던 <경기방송> 성남시 출입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신과 의사를 (식당으로) 불러 진료를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 지사는 "검찰은 (형님이) 2013년 3월 16일에 교통사고가 나서 우울증이 생겼고, 그전에는 멀쩡했다고 한다"며 "왜 멀쩡한 사람을 진단의뢰 시키려고 했냐는 것이기 때문에, 2002년에 (형님이 정신과) 약을 먹었다는 것은 중요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어 "(언론이) 왜 저한테 불리한 건 열심히 쓰시면서, 제 입지가 나아지겠네, 생각한 것은 아무도 안 써주는지, 제가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첫 재판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돌아가신 친형님의 정신병을 공개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정말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 박정훈
 
이재명 지사는 "편을 드는 게 언론이 하는 일입니까? 제가 세상 모두에게 죄인입니까?"라며 일부 언론보도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다. 한 언론은 지난 13일 "조울증을 앓았다는 형 이재선씨의 2002년 정신과 방문 기록이 사실이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 지사 측이 지목한 해당 병원에서는 그런 기록이 없다고 반박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그게 가짜차트(병원 방문 기록)인건 세상이 다 아는 것이고, 저도 그렇게 말했다"며 "근데 그걸 왜 제가 진짜 차트라고 주장했다고 쓰나(방송하나),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나는 2002년에 형님이 병원에 갔다고 주장한 일이 없다"며 "그 차트는 형님이 식당에서 받은 조증약을 빼내기 위한 가짜차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 측은 "문제가 된 2002년 당시 이재선씨의 정신과 병원 방문 기록은 검찰이 확보한 수사 자료이며, 검찰 공소장에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죽은 형님과 살아있는 동생을 한 우리에 집어넣고... 사필귀정을 믿는다"

이재명 지사는 이 사건 재판에 임하는 고통스러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왜 우리 집안의 아픈 얘기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해야 하나, 너무 가혹하지 않으냐"며 "너무 잔인한 것 같다. 저라고 가슴이 안 아프겠느냐"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제가 가장 사랑하는 형님이 결국 자살교통사고를 내고 돌아가셨다"며 "2002년 당시 정신보건법에 따라 진단받고 치료받았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잔인하지만 결국 저는 (지금) 형님의 정신질환을 증명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먹먹한 표정으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이재명 지사는 "시장이 불법행위를 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보건소장, 팀장들을 불러서 집단회의하고 공문으로 지시하겠느냐"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반박했다. 이 지사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강제입원은 불법으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가두는 걸 상상하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성남시가 한 것은 (형님이) 정신질환으로 자꾸 해악을 끼치니까, 정신보건법 25조에 있는, 진단하고 치료하는 제도를 검토했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도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또 "진단하고 치료를 시도한 것이 부도덕한가? 불법인가"라고 반문한 뒤, "아무리 정치이고 잔인한 판이라고 해도 인간의 최소한을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죽은 형님과 살아있는 동생을 한 우리에 집어넣고 이전투구를 시킨 다음에 구경하고 놀리고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또 "제가 무슨 불법을 저질렀는지 찾아서 그걸 비판해달라"며 "놀리지 마시고, 조롱하지 마시고..."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저는 짧은 삶을 살았지만 다 제자리로 가더라, 과유불급이더라"며 "제가 사필귀정이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그걸 안 믿으면 그 힘든 상황들을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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