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올라도 실수령액 줄어드는..'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역습

이효상 기자 2019. 2. 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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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직장갑질119 ‘최저임금 무력화 제보’ 분석해 보니
ㆍ세금도 올라 실제 임금 줄어…각종 수당 기본급에 넣는 등 사용자 측, 월급 동결 ‘꼼수’
ㆍ“정부의 최저임금법 개악에 회사는 포괄임금제 악용도”

민주노총, 국회 앞 기자회견 민주노총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한 총파업·총력투쟁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2월이 되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역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10.9% 올랐지만 각종 수당이 기본급에 산입되며 노동자의 실제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연봉 2500만원 이하 노동자에게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정부 예측과 달리 저소득 노동자들의 월급 동결 사례도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결을 넘어 명목 임금 인상에 따른 세금 인상으로 실수령액이 감소하는 사례도 접수됐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올해 월급이 동결됐다는 최저임금 관련 제보 19건을 분석해 18일 공개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 월급 174만5150원으로 인상됐어야 하지만 수당의 기본급 산입 등으로 지난해와 같거나 소폭 오른 월급을 받는 데 그쳤다.

사업자 측은 꼭 수당의 최저임금 산입이 아니더라도 수당의 명목을 조정해 월급 동결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실제로 식대·근속수당 등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삭감하는 ‘수당삭감’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고정휴일·연장근로수당을 삭감하는 방식이 5건으로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 자체를 위반한 경우도 5건 있었다.

월급은 동결됐지만 실수령액은 오히려 삭감된 경우도 있었다. 개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ㄱ씨는 지난해 기본급 165만원, 식대 10만원 등 총 175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4대 보험과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64만원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소식에 월급 인상을 기대했지만 실수령액은 오히려 159만원으로 줄었다. 10만원의 식대가 기본급에 포함됐는데도 기본급은 175만원,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나 월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만큼 법적 문제는 없다. 게다가 지난해 산입범위가 확대되며 식대가 기본급으로 산입될 길도 열렸다. 더 큰 문제는 비과세였던 식대가 과세 대상인 기본급에 산입되며 세금이 4만원 정도 더 부과됐다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회사 마음대로 휴일노동과 연장노동 시간을 바꿔 기본급을 동결시킨 회사도 있었다.

ㄴ사는 지난해 기본급 160만원에 식대 15만원을 합쳐 월 175만원을 포괄임금으로 지급했다. 기본급에는 고정휴일노동 20시간, 고정연장노동 10시간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 회사는 일방적으로 고정휴일노동을 8시간, 고정연장노동을 12시간으로 바꿔 기본급을 동결했다. 연장·휴일노동 수당을 산입하지 않았다면 215만500원의 월급이 지급됐어야 하지만 동결된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과 무관하게 수당을 일방 삭감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까지 근속수당으로 20만원을 지급했던 ㄷ사는 올해 노동자와 아무런 협의 없이 근속수당을 5만원으로 삭감했다. 기본급은 최저선에 맞추면서 근속수당을 삭감해 월급은 동결한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월급이 17만원 이상 인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최저임금 개악으로 월급이 단 1원도 오르지 않게 된 것”이라며 “최저임금법을 개악해 직장인 호주머니를 털어가고, 회사는 불법 포괄임금제로 지갑을 털어가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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