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외모 제재 나선 여가부.. '외모' 판단 근거는 없었다

공성윤 기자 입력 2019. 2.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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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러한 지침이 담긴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2월13일 배포됐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안내서는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여성정책과 관계자는 2월18일 "방송제작 업계가 (출연진의) 몸매나 헤어스타일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걸 우리도 알고 있다"며 "객관적인 근거에 대해선 좀 더 살펴본 뒤 알려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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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출연자 외모 획일성 심각하다"면서.. "객관적 근거는 좀 더 살펴본 뒤 알려주겠다"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러한 지침이 담긴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2월13일 배포됐다. 여성가족부가 개정한 해당 안내서는 방송국과 프로그램 제작사 등 유관기관에 전달됐다. 이는 삽시간에 논란에 휩싸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월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두발이나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르냐"고 질타했다. 지침의 객관성 또한 도마에 올랐다. 

2018년 3월21일 오후 홍대에 위치한 스테이라운지에서 일본 현역 AV 배우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허니팝콘'이 국내가요계 데뷰 쇼케이스를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외모에 따른 출연 제한 지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규정 30조(양성평등) 3항엔 "방송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특정 성(性)의 외모, 성격, 역할 등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나와 있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안내서는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아이돌 그룹으로, 음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어 "대부분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걸 객관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을까. 여가부 여성정책과 관계자는 2월18일 "방송제작 업계가 (출연진의) 몸매나 헤어스타일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걸 우리도 알고 있다"며 "객관적인 근거에 대해선 좀 더 살펴본 뒤 알려주겠다"고 했다. 외모 획일성에 대한 지적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여성가족부가 2월13일 유관기관에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중 42페이지 캡처.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하 의원은 "왜 외모에 대해 여가부 기준으로 단속하나"라며 "닮았든 안 닮았든 그건 정부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고 국민들의 주관적 취향 문제"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가세했다. 네이버엔 "그럼 현실적으로 누구를 출연시키고 누구를 금지할건가" "획일적인 외모 현상이 잘못된 건 맞으나 이를 정부가 규제하는건 옳지 않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만 여가부 관계자는 "이번 안내서는 방송현장의 그릇된 성평등 인식을 완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안내서를 따르는 건 어디까지나 자율적 판단에 의한 것이지 정부 차원에서 제재를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결이 달랐다. 안내서를 전달받았다고 알려진 기관 중 한 곳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정책팀 관계자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해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안내서 수신기관인 한국방송협회의 정책실 관계자는 "정부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인 만큼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회원사에 전달한다"고 했다. 

드라마 제작PD 출신 김아무개씨는 "대중이 방송에게 원하는 이미지를 정부가 주입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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