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부작용 원인 '쏙' 빼는 분자합성 기술, 국내서 개발

국내 연구진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분자를 제외하고 원하는 분자만 골라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를 이용하면 환자에게 나타나는 약 부작용을 사전에 제거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 촉매반응 연구단장과 박윤수 연구원이 개발한 이리듐 촉매 분자구조식.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19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이 연구원 소속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단장과 박윤수 연구원은 2개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 종류의 분자만을 선택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화합물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쌍둥이처럼 닮은 분자가 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은 형상을 띤 경우를 말한다. 분자를 구성한 원소의 종류와 개수, 구조는 같으나 서로 다른 물리·화학·광학적 성질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쌍둥이 분자는 어느 한 쪽의 성질이 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쪽은 효과가 없거나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독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유용한 분자를 선택적으로 합성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촉매로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실제 1950년대 유럽에서 판매된 ‘탈리도마이드’ 성분은 거울상 이성질체의 한쪽은 입덧 완화 효과가 있지만 다른 쪽은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산모들은 입덧억제제로 이 약을 먹고 1만명 이상의 기형아를 낳았다.

이후 탈리도마이드의 이성질체는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다른 성질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른쪽으로 돈 유형은 입덧 완화를 하지만, 왼쪽으로 돈 유형의 경우는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왼쪽으로 돈 유형을 제거하는 시도도 있었지만, 이성질체는 체내에서 다시 특성이 결정되는 까닭에 원천적으로 부작용을 제거하지 못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촉매는 이러한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고 선택적 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유기 화합물인 ‘카이랄 다이아민(Chiral Diamine)’을 포함한 이리듐 촉매가 99% 이상 정확도로 거울상을 선택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또 이 촉매와 탄화수소화합물를 이용해 의약품의 기반 화합물인 ‘락탐(Lactam)’을 만드는 경우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오른쪽, 왼쪽 등 회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락탐은 분자 내에 ‘CONH’ 결합을 함유하는 고리모양 질소화합물이다. 항생제 페니실린, 뇌전증 치료제 레비티라세탐 등도 모두 분자 구조식에 락탐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락탐 합성 시 왼쪽 회전 유형을 가진 이리듐 촉매를 사용하면 카이랄 다이아민 촉매와 탄화수소화합물 사이에 일시적인 수소 결합이 발생하고 왼쪽 회전 유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석복 단장은 "약효를 갖는 의약품의 핵심 단위만 선택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이 향후 유기합성과 부작용을 줄인 신약개발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며 "자연계에 풍부한 탄화수소화합물을 재료로 고부가가치 원료를 제조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화학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2월 19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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