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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조원 황금알' 반도체 클러스터 어디로 갈까?

입력 2019.02.19. 05:06 수정 2019.02.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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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용인·청주·천안·구미 등 전국 5개 지방정부 유치 경쟁
반도체공장 지방세수증대·고용창출 효자

"지역균형발전 위배 안돼" VS "기업 선호하고 준비된 쪽으로"
에스케이(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도 이천공장의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관련 산업을 한 곳에 조성할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놓고 경기 이천과 용인,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 전국 5개 지방정부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대형 반도체 기업의 공장단지가 들어서면 세수 증대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도시 경쟁력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축구장 10개 크기의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설비) 4개와 50여개 중소 협력사,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공간을 한 곳에 조성하는 사업이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12월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10년 동안 120조원을 들여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방정부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사실상 ‘에스케이(SK)하이닉스 클러스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과 용인 기흥에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장용지를 확보했지만, 하이닉스는 이천공장(122만㎡)과 청주공장(49만㎡)이 포화상태여서 새로운 터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선 이천과 용인이 유치전에 나섰다. 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시는 클러스터 유치를 위한 청와대 청원를 내고 본격적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23일에는 시민들로 꾸려진 ‘이천시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시민연대’가 출범하기도 했다. 용인시는 서울과의 근접성과 삼성전자 등 반도체 집적 단지의 이점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의 최적지는 경기도”라며 직장과 주거가 일치된 스마트 시티 조성과 대·중소기업 상생클러스터 조성 등을 내걸고 경기도 유치를 위한 홍보전에 나섰다.

경북 구미시는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2003년 엘지 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로 이전했고, 삼성전자 구미 네트워크 사업부 일부도 오는 4월 경기 수원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인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 국회, 중앙부처, 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해 “구미를 살려달라”며 호소해 왔다. 특히 장 시장은 에스케이하이닉스 공장이 구미로 오면 국가산업단지 100만평을 특별 제공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충청 지역에서는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청주는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추진이 전해진 직후부터 유치전에 나섰으며, 김항섭 청주부시장은 지난달 29일 국회를 찾아,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청주 유치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이달 초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기관과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을 방문해 유치의향서를 전달했다.

지방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방세수 유입과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공장은 지난해 이천시에 1903억원, 청주공장은 청주시에 850억여원의 지방세를 냈다. 지난해 최대 영업실적을 올리면서 하이닉스가 올해 4월 이천시에 낼 지방세는 3200억원이다. 이는 올해 이천시의 전체 예산의 32%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하이닉스 이천공장(M14)의 고용창출은 21만명이며, 지난해 착공한 이천신공장(M16)은 2026년까지 34만8천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브랜드 상승효과도 지방정부로선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대부분의 업체와 공장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인재를 확보하기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수도권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면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 과밀화를 더욱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두영 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본부 공동대표)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면, 편중 개발로 수도권 과밀과 지역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분권전국연대는 오는 21일 정부 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규탄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비수도권 14개 광역 시·도지사, 국회의원 등으로 이뤄진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지역 균형발전지방의회협의회 등이 연대한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토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나, 정부의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는 실사구시적 차원에서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곳, 제일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곳, 조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에 조성돼야 한다“고 맞섰다.

홍용덕 구대선 송인걸 오윤주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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