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절반이 노쇠 위험.. 노쇠 간호·재활비, 정상보다 10배 더 들어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19. 2.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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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노쇠는 病이다] [1] 심각한 노쇠, 대책은 걸음마
85세 이상 5명 중 1명, 노쇠 상태.. 노쇠의 대표 증상은 근육 감소

'100세 시대, 노쇠는 病이다' 연재를 시작합니다. 급속한 고령화 진행과 함께 노쇠가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노쇠는 신체·정신 기능의 급격한 저하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당사자는 누워 지내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가족은 심적·경제적으로 큰 고통에 시달리며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막대하게 소요됩니다. 우리나라의 85세 이상 인구의 5명 중 1명이 노쇠이며,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노쇠 위험 인구입니다. 노쇠는 새롭게 발생한 질병은 아니지만 증중질환 못잖게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오래된 신종병(新種病)'이라고 할만합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선진국은 이미 노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발빠른 대응을 시작했지만 국내는 시작 단계입니다. 이에 헬스조선은 대한노인병학회 등 관련 학회와 손잡고 노쇠 예방과 극복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노쇠의 심각성을 알아보고 국내 현황과 대책을 점검합니다. 선진국의 대처 방식을 살펴보고 노쇠 예방·극복을 위해 개인과 국가·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짚어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노인 비율 14% 이상)에 접어들었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고령화와 함께 첨예하게 등장하고 있는 이슈는 '노쇠'다. 노쇠의 먹구름은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으며, 머지않아 폭풍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 노인 절반은 노쇠 위험군

노쇠(老衰, frailty)는 '신체 기능의 급격한 저하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노쇠를 노화와 비슷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둘은 개념이 다르다. 노화는 피부 주름이나 흰머리처럼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신체 변화를 말한다. 노쇠는 근육을 포함해 몸 곳곳의 기능이 정상 수준보다 감퇴한 상태로, 의료계에서는 질병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노쇠 유병률은 8.3%다. 연령이 높을수록 노쇠 위험은 커진다. 65~74세 인구는 5.3%가, 75~84세는 13%, 85세 이상은 19.9%가 노쇠하다. 국내 노쇠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41만4053명이던 노쇠 인구는 올해 71만5111명으로 늘었을 것이라 추산된다. 아직 노쇠는 아니지만 노쇠의 위험을 안고 있는 전(前)노쇠 인구는 2008년 245만4387명에서 올해 389만 4644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인구의 50.6%다(보건복지부 '노인 실태 조사' 결과).

◇노쇠하면 사망률·치매 발생률 증가

노쇠의 대표 증상은 근육 감소다. 근육이 줄고 근력이 약해지면 보행이 어렵고, 그러면 다시 근육이 줄고 뼈가 약해져 골절이 잘 되는 등 악순환을 낳는다. 체중 감소, 활력 감소, 허약, 보행 속도 감소, 활동량 감소 같은 여러 문제도 뒤따라온다. 수많은 질병에 취약해지고, 입원 및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상태가 된다. 노쇠한 노인은 같은 질병으로 치료해도 노쇠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다.

인천은혜병원 가혁 원장(대한노인병학회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은 "여생을 비참하게 보내는 노쇠 노인과 가족을 많이 본다"며 "노인 스스로는 꼼짝 못하고 침대에 누워 눈만 깜빡거리며 남은 생을 보내고,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들은 하루 하루가 죄 짓는 듯 지옥같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노쇠 노인은 거동이 불편해서 요양시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요양원에 입소할 경우 한 달에 40만~50만원,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매달 거의 100만원에 가까운 돈이 든다. 경제적으로 큰 고통인 것이다. 실제로, 노쇠 발생이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킨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 독일 연구에 따르면 노인이 노쇠를 겪으면 지출 의료비가 54~101% 증가한다(입원비 200%, 간호서비스 73%, 가족 부양비 52% 등).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윤환 교수는 "노쇠 상태가 심할수록 이런 문제는 심화된다"며 "정상 노인에 비해 전노쇠·노쇠 노인의 외래 진료비 지출이 각각 1.5배·2.5배로 높고, 간호 및 재활 서비스에 지출된 비용은 정상 노인에 비해 전노쇠가 5배, 노쇠가 10배 더 많다는 프랑스의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사에서는 노쇠 노인의 경우 가구 소득의 10.7%를 의료비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혁 원장은 "노쇠·전노쇠로 인한 연평균 의료비는 최소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노쇠하면 장애 발생률도 증가한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85세 이상 노인에서 장애의 원인 1위는 노쇠(85~89세 24.9%, 90세 이상 43.6%)가 차지한다. 이는 낙상·골절, 치매, 뇌졸중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외에 병원 입원율(2.2배), 장기 요양 시설 입소율(5.6배) 모두 노쇠 노인이 정상 노인보다 높다. 이렇다 보니, 노쇠는 사망과도 관련이 있다. 전노쇠·노쇠 노인의 3년 후 사망률은 정상 노인에 비해 각각 38%, 78% 높다고 보고된다. 노쇠한 노인은 향후 치매 발생 위험도 높아서, 2013년 열린 세계노년학회·세계영양노화학회에서는 노쇠로 인한 인지기능저하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노쇠 노인 많아질 것… 예방 힘써야

노쇠 노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엔 119만7697명이, 2050년엔 215만5153명이 노쇠해진다.

노쇠에 대한 우리 사회 대비 수준은 어떨까. 선진국은 이미 노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국내에는 노쇠 개념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한국노인노쇠코호트 및 중재연구를 시작했다. 노쇠의 원인과 결과를 알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수립하려는 목적이다. 유수의 기업들도 노쇠 산업에 주목하고 노쇠 방지 식품 등을 개발·수입 중이다.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정은영 과장은 "국가적으로도 노쇠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추후 충분한 연구개발을 통해 노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노쇠 노인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실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 및 중재연구 사업단 원장원 단장(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국민 개개인이 노쇠의 심각성을 알고 이를 대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의료계 역시 노쇠를 막고 이기는 방법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과 사회, 국가적 노력에 따라서 노쇠는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이미 노쇠해졌다 하더라도 위험 요인을 잘 찾아서 교정하면 노쇠로 인한 여러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노쇠 노인 966명을 5년 추적 관찰한 유럽의 연구에 따르면 31.9%는 영양 섭취나 운동 등을 통해 전 노쇠 단계로, 7%는 건강한 상태로 회복됐다.

암 등 중증질환 못지않게 심각한 '오래된 신종병(新種病)' 노쇠와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

공동 기획: 대한노인병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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