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大, 과격분자 놀이터 전락" 한국당의 탄식

2·27 전당대회 앞두고 위기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우경화(右傾化)' 논란에 휩싸였다. '태극기 부대'라 불리는 강성 세력이 합동 연설회 분위기를 주도하면서부터다.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김준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민족 반역자로 처단" "짐승만도 못한 주사파 정권" 등의 연설로 당내에서도 비판받았다. 일부 의원은 "전대 자체보다 과격한 행동과 발언이 주목받는 현상 때문에 당의 미래가 어둡다"고 했다.

◇"과격분자 놀이터" 黨內서도 비판

중진인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경화 논란에 대해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에서 나온) 극단적 표현·행위는 해당(害黨) 행위를 넘어서 민주주의 질서에 위배된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극우정당 낙인이 찍혀 버렸다"고 탄식했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들이 1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황교안·오세훈 후보. /이태경 기자

당내에서는 당의 우경화를 촉발한 계기로 '5·18 폄훼 발언 논란'을 꼽는다. '망언 3인방'으로 지목된 김진태 당 대표 경선 후보가 윤리위에 회부되자, 일부 열성 지지층이 "한국당 '빨갱이' 수뇌부가 김진태 출마를 막기 위해 쿠데타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면서 결집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한 초선 의원은 "5·18 폄훼 논란 직후 '김진태를 보호하라'는 문자폭탄이 쏟아졌다"면서 "'우리 당이 여기까지 와버렸구나' 하는 낭패감이 들었다"고 했다.

일부 후보는 과격 지지층을 겨냥한 연설을 거듭하고 있다.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준교 후보는 전날 대구·경북 합동 연설회에서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 대한민국을 배신한 반역자를 몰아내고 다시는 반역을 꿈꾸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영철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그런 (과격한) 발언이 우리 당에서 먹힐 것이라는 생각에 진행되는 상황이 굉장히 우려된다"고 했고, 또 다른 중진 의원도 "태극기 부대와 이에 동조하는 후보의 극단적 행태가 당원들이 스스로 '보수'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한다"고 했다.

◇黃·金 "탄핵 부당" 吳 "받아들여야"

당 대표에 출마한 황교안·오세훈·김진태(기호순) 후보는 이날 오후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3차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이견(異見)을 보였다. 황·김 후보는 "탄핵이 부당하다"고 했고, 오 후보는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황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객관적 사실이 법원에서 밝혀지지 않았는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타당하지도 않다"고 했다. 김 후보도 "탄핵을 인정한다면 우리 스스로 '국정 농단 세력'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오 후보는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빅 텐트론'을 내세운 황 후보는 "바른미래당과도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황 후보는 "헌법가치를 같이한다면, 바른미래당과 합당(合黨)도 가능하고, 개별 입당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오 후보는 "제가 대표가 되어 중도층의 호감을 사면 된다", 김 후보는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보수우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통합에 부정적이었다.

황 후보는 이날 TV 토론에서 '태극기 부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오 후보는 "무능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감으로 인해 (당원들이) 강성 보수에 마음이 끌리는 것도 이해한다"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중도층 표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가야 (문 정부의) 폭정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태극기 집회에는 훌륭한 분이 많이 나오시고, 이상한 주장을 하시는 그런 분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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