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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 2파전..'금융 공룡'은 왜 인터넷銀에 뛰어드나

김정남 2019. 2.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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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우리 이어 신한·하나 참전
①기존 은행과 시너지 효과
②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의지
③정부의 혁신 정책에 화답
"이자장사 의존 피해야 성공"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투자는 얼마 안 들어가기 때문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남는 게 있지요.”

국내 한 대형지주사의 회장이 최근 사석에서 시중은행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에 대해 한 얘기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까지 뛰어들면서 그 노림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우리 이어 신한·하나 참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하나금융, SK텔레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의 신청서 마감은 다음달 26~27일이다.

앞서 신한금융도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협업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지분을 각각 10.00%, 13.79% 보유하고 있다. 굴지의 4대 금융지주가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주목되는 건 이번에는 기존 시중은행처럼 재무적투자자(FI)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나서겠다고 한 점이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실상 신한과 하나간 ‘2파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금융이 포함된 컨소시엄의 최대주주는 키움증권이다.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할 게 유력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운영 특례법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34% 이내에서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9000억원을 웃돌았다. 그만큼 자본 여력이 있다.

하나금융은 2대주주로 나선다. 다만 기존 시중은행들보다 훨씬 더 많은 지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나선 세 회사의 지분 합이 과반 수를 넘길 것”이라며 “단순 지분투자 목적이 아니다”고 했다.

신한금융도 20% 이상, 많게는 25% 안팎 지분 확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최대주주로 나서지만, 2대주주로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미다.

◇기존 시중은행과 ‘시너지 효과’

‘금융 공룡’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손에 꼽히는 게 먹거리 한계에 봉착한 시중은행과 시너지 효과다. 비(非)대면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진 한계를 오프라인에 강한 기존 은행들이 메워주는 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업무대행 수수료를 받고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으로부터 백오피스(back-office) 기능을 지원 받을 수 있다”며 “해외의 경우 상당수가 대형은행이 모은행이 돼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예컨대 영업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 은행이 실명확인 대행을 해줄 수 있다. △외화수표 추심 대행 △여신 사후관리 대행 등도 가능하다.

또다른 은행권 인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준비를 하면서 배경과 사고 자체가 다른 IT 기업과 교류하면 생각지도 못한 금융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며 “보수적인 시중은행 이미지에 혁신적 이미지가 더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공략도 중요한 이유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결정하면서 크게 고려했던 게 글로벌 포트폴리오”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해외 진출이 어렵다. 그런만큼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라인뱅크를 설립하는) 협업을 하고 있는데, 국내에도 지속적인 협의가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수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니라 네이버와 함께 세계로 가져갈 것이라는 복안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혁신 정책에 금융사가 화답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다소 지지부진했던 제3 인터넷전문은행 경쟁 구도는 신한과 하나의 참전으로 확 달아올랐다.

◇“이자 장사 의존도 줄여야 성공”

하지만 과제도 산적하다. 기존 은행처럼 땅 짚고 헤엄치기식(式) 이자 장사는 지양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조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근 회계연도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비이자수익은 27.95%, 11.02% 정도다. 반면 2015년 이후 출범한 영국의 몬조뱅크와 스탈링뱅크의 경우 각각 91.73%, 97.91%에 달한다. 일본의 세븐은행은 비이자수익 비중도 97.34%다.

국내에서는 아직 은행업 인가는 곧 예적금 업무와 대출 업무를 통한 이자수익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가격 경쟁력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꼽았을 때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 기반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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