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부 블랙리스트' 파문>이젠 靑 향해 날세우는 檢.."원칙대로 안하면 역풍맞을 것"

임정환 기자 2019. 2. 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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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불’ :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바라본 청와대에 빨간 신호등이 걸려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檢 ‘블랙리스트 수사’ 의지

‘청와대오더 받았다’ 진술 등

다수 관련 증거 확보 자신감

조현옥 인사수석도 조사대상

수사팀 내부 “윗선조사 필수”

타기관으로 수사 확대 주목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수사의 칼끝을 청와대로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로도 보고된 정황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용으로 보이는 해당 문건 ‘작성’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개입했다는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원칙대로 안 했다가는 언젠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져 검찰의 칼날이 어느 때보다 날카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로 향하는 수사 = 검찰이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높이 보는 이유는 다수의 관련 증거와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에 있는 장관 전용 폴더에서 발견된 ‘산하기관 임원 조치 사항’ 제목의 문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검찰은 환경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 ‘오더’(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는 검찰에 “환경부가 업무추진비로 나를 표적 감사했다”며 “검찰 조사에서 본 환경부 문건에는 나에 대해 ‘사표를 쓰지 않으면 개인 비위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인사수석실이 단순히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현황만 보고받은 게 아니라 전 정권 때 임명된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가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하는 주장을 말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부처 산하기관 임원 현황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되는 사안이다. 검찰은 조현옥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장관도 다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 김 전 장관의 재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김 전 장관을 다시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해당 사안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김은경) 장관은 ‘국정 철학’의 실현을 위해 산하기관 인사·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한 포괄적 관리·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한 해명이 ‘꼬리 자르기’에 불과할지 검찰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다른 기관은 블랙리스트 없나 = 검찰은 현재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만간 다른 기관의 블랙리스트 유무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을 겨냥할 경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유한국당은 산업통상자원부에도 이 같은 블랙리스트 의심 문건이 발견됐다며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한국당 고발 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사할 여력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환경부선 무슨 일 벌어졌길래 =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2017년 11월 이후에 작성됐다.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2∼3개월 뒤인 지난해 1월, 당시 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과 환경부 산하기관장들이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한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는 2개월 뒤인 3월에 사직서를 냈다. 이후 환경공단 이사장과 상임감사 자리를 두고 집권여당 유력인사들이 추천한 인사들의 이름이 공단 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당시 환경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환경공단 이사장과 상임감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유력정치인들 간 대리전이 펼쳐졌다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말했다. 결국 환경공단 이사장 자리는 전 이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11개월 만에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장준영 씨에게 돌아갔다. 새 이사장을 임명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은 환경공단 이사장직을 놓고 사실상 윗선의 내정을 받은 A 씨가 돌연 사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A 씨의 돌연 사퇴에 공단 내부 인사들끼리 경합이 벌어졌고, 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이사장 재공모를 지시했다.

임정환·최재규·이해완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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