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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철거한 '버닝썬', 경찰도 몰랐다

최효정 기자 입력 2019. 02. 20. 17:18 수정 2019. 02. 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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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안전대책’ 내놓더니, 3일후 폐업·철거
법조인 "민감한 사건, 현장검증 어려워져"
‘호텔=클럽 실소유’소문 의식했나

마약 투약·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이 지난 17일 문을 닫은 후 곧바로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전날 오후 영업중단 발표를 한 뒤 불과 하루 만에 철거에 나선 것이다. 마약, 성폭력과 관련 수사가 한창인데, 클럽에서 행여 중요한 단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입구에 불이켜진 네온사인 간판 모습(위), 지난 18일 낮 12시쯤 철거작업이 진행돼 간판이 사라진 모습. 간판이 붙어있던 흔적만 남아있다. /연합뉴스, 최효정 기자

◇ 영업중단 첫날, 간판 내려간 버닝썬… 경찰 "몰랐다. 막을 방법 없어"
지난 18일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 지하 1층 버닝썬에서는 간판을 내린 채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청소부는 "가구 등 무겁고 큰 것은 전날 바로 빼갔다"며 "현재 내부에는 즉시 철거가 어려운 조명이나 설비만 조금 남아있는 상태"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마약과 성폭력 사건과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VIP룸 수사의 경우 현장검증이 필요한 부분인데, 철거로 인해 확인해볼 방법은 사라진 상태"라며 "경찰도 모르게 철거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급박하게 작업이 이뤄졌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17일 폐업 당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클럽 '버닝썬' 입구 인근에 고가 샴페인 '아르망 드 브리냑'(아르망디)을 담았던 박스가 쌓여 있다./뉴스1

버닝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는 철거 사실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광수대 관계자는 "영업정지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철거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다만 압수수색이 끝났기 때문에, 영업장 철거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고 했다.

◇ 철거업계 "버닝썬, 하루만에 철거는 이례적"
철거업계에서는 통상적인 유흥업소에 비해 버닝썬의 철거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강남의 한 철거업체 대표는 "작은 가라오케 하나를 철거하는 데도 견적뽑고 철거까지 일주일은 걸린다"라며 "버닝썬 같이 호텔에 있는 대형 클럽의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데, 아무래도 사고가 난 곳이다보니 쫒기듯 빨리 밀어붙인 것 같다"고 했다.

18일 오후 12시쯤 호텔청소부가 버닝썬 안팎을 오가며 청소작업을 하고 있다. /최효정 기자

버닝썬은 그간 폭행과 마약, 성폭력, 경찰 유착 등 여러 의혹에도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폐업 나흘 전인 지난 13일에는 SNS를 통해 "바디캠 도입, 폐쇄회로(CC)TV 증설 등 클럽 내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사흘만에 영업중지를 선언하고 다음날 철거에 들어간 것이다.

일부에서는 버닝썬과 르메르디앙 호텔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버닝썬은 르메르디앙호텔의 세입자다. 최근 이성현 버닝썬 대표이사가 르메르디앙 호텔 전 등기이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텔이 버닝썬의 실질소유주’라는 소문이 증폭됐다. 르메르디앙 호텔은 14일 버닝썬 측에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 직원은 "버닝썬 수사로 호텔 측에서도 부담스러워 했고, 내부에서 버닝썬을 닫을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며 "시기가 이렇게 빠르게 갑자기 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철거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버닝썬과 르메르디앙 호텔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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