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부대 광풍'에 퇴행하는 자유한국당

2019. 2. 2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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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2% '태극기부대', 선거판 좌지우지
황교안 "박근혜 탄핵 반대" 맞춤형 발언
김진태·김순례·김준교도 분위기 편승

우경화에 기존 지지층 이탈 조짐도
중진의원 "총선 앞두고 확장성 상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 앞 바닥에 대형 태극기가 깔렸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가 극우 성향의 ‘태극기부대’에 휘둘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은 보수야당이 8개월의 비상체제를 마친 뒤 새 지도부를 선출하게 되지만, 극렬 당원들의 주장에 후보들까지 흔들리며 ‘재기의 발판’이 돼야 할 전당대회가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발목을 잡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과격분자’ 놀이터 된 전당대회

지난 14일과 18일 각각 대전과 대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는 이른바 ‘태극기부대’로 추정되는 과격한 당원들에게 ‘점령’당했다. 주로 김진태 후보 지지자인 이들은 상대 후보 등을 “빨갱이”라 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극렬 지지층인 이들을 겨냥해 후보들도 ‘맞춤형’ 발언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인 황교안 후보는 지난 19일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 과연 탄핵이 타당한 것인지 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 ‘박근혜 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지층 사이에서 ‘배신한 친박’(배박) 논란이 커지자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은 책임당원·일반당원·대의원 투표(70%)와 국민 여론조사(30%)를 합쳐 반영한다. ‘당심’의 향방이 대표 선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김진태 후보는 지난해 10월 안팎으로 ‘태극기부대’ 입당을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이즈음 8천여명이 새로 입당했다고 설명했다. ‘김진태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전체 선거인단(37만8천명)의 2%에 불과하지만, 거칠고 맹목적인 모습으로 전당대회 판을 휘젓고 있다.

■ 휘둘리는 후보들…당 안팎서 위기감

‘태극기 표심’을 노린 다른 후보들의 과격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는 연설회에서 “저를 살려주셔야 한다” “보수 여전사가 되겠다” 등을 발언하며 논란을 ‘역이용’하고 있다.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18일 연설회 때 “저런 게 대통령” “문재인을 탄핵하라”고 했다가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 20일 사과했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현장과 달리 소위 태극기 세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들에 편승한 일부 후보들의 과격한 발언이 당 전체 이미지를 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선 대구와 60대 이상 등 보수 핵심 지지층 일부까지 이탈하며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 합동연설회 당시 다른 후보들을 야유하는 태극기 세력을 겨냥해 ‘대한애국당으로 가라’고 일갈했던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는 “과거와 달라진 게 없는 지리멸렬한 당의 모습에 기존 지지자마저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때아닌 탄핵 논쟁…“일부 후보 부추겨”

20일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 방송 토론회에선 ‘탄핵 논쟁’이 되풀이됐다. 황교안 후보는 전날 자신이 밝힌 탄핵 입장을 놓고 당 안팎 논란이 일자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존중하되, 탄핵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오세훈·김진태 후보로부터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 당시에 제기했어야 했다” “전날은 부당하다더니 말을 고친 것이냐”는 공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보수단체 ‘서울대트루스포럼’과 공동으로 ‘국회가 거짓 선동에 휘둘려 탄핵소추안에 의결했다’는 주제의 토론회를 주최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 친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태극기부대와 5·18 문제 등까지 겹치면서 퇴행적 모습만 부각되고 있는데, 탄핵 이야기까지 다시 나온다”며 “총선에 승리하려면 보수 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데, 이래선 누가 당대표가 되든 확장성에 상처가 난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그룹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지난 탄핵과 지방선거 국면을 거치면서 당의 합리적 유권자층이 줄어든 것도 당의 자정능력이 떨어진 원인”이라며 “일부 후보들이 이런 상황을 자신의 지분을 높이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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