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에 방과후 강사들 '눈물'..피해는 학생 몫
13개 학교서 임금 체불하고
교구 납품업체에 수수료 횡포
견디다 못한 강사 수업 거부도
전문가 "입찰과정 공개해야"
일부 방과 후 학교 전문 강사 위탁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놓이면서 방과 후 강사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방과 후 강사에 대한 임금 체불이나 수수료 갑질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결국 최대 피해자는 학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과 후 학교 전문 강사 위탁업체는 학교에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교육의 전문성 확보와 행정 편의 명분으로 위탁업체들이 학교와 방과 후 강사들을 연결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위탁업체에 매달 강사료를 지급하면 위탁업체가 수수료를 제외하고 강사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작년 기준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하는 서울시 내 초등학교 중 약 73%가 위탁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임금 체불 논란이 된 서울 소재 A위탁업체는 연간 매출 70억원 규모로 서울시 29개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 전체를 위탁받고 있다. 업체 중 서울시 전체 위탁 학교 수 1위다. 이 중 13개 학교의 방과 후 강사가 임금 체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12월에만 교육청에 3억5000만원이 미지급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양천구에서 방과 후 강사로 일하는 윤 모씨는 "위탁업체의 강사 담당 직원은 전화를 하면 일부러 끊고 문자로 계속 기다려 달라 할 뿐"이라며 "아이들 눈을 보면 까맣게 잊고 즐겁다가도 수업이 끝나면 너무 화가 나 가슴이 답답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방과 후 강사인 B씨는 "아내가 희귀병으로 3년 전에 쓰러져 병원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갑자기 돈이 안 들어오니 막막하다"며 "해결이 시급하니 수업이 없어도 학교에 매일 찾아간다"고 했다.
해당 학교에 근무하는 다른 강사는 "강사들이 여러 번 체불과 관련해 학교에 건의해도 위탁업체와 직접 얘기하라던 학교가 학부모 눈치가 보이니 이제야 나선 것"이라고 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학교는 학부모로부터 수업료를 다 받았고 위탁업체에 돈을 지급하게 돼 있는데 갑자기 아이들 수업이 사라지니 애를 먹었다"고 했다.
A업체는 지난 18일 한 피해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수익률의 현저한 저하로 경영난에 처해 정산을 기한 내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강사에게 직접 강사료를 지급해 달라"며 "강사료나 교구비가 미정산된 금액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부담을 학교 측에 떠넘긴 셈이다.
위탁업체들은 방과 후 수업에 필요한 교구를 납품하는 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과학 수업 교구를 납품하는 박 모씨는 "위탁업체들이 20~30%의 수수료를 요구하며 아니면 다른 교구상을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겁을 준다"며 "어쩔 수 없이 위탁업체를 이용하는 학교에는 수수료 때문에 2000원 더 비싸게 납품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업체와 학교의 담합 의혹도 제기했다. 방과 후 강사 D씨는 "업체가 조달청 낙찰 한참 전인 5월에 교장과 얘기가 끝나 내년 위탁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다니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은 "임금 체불, 교구값 갑질 같은 위탁업체의 부당 행태에 강사들뿐 아니라 결국 학부모와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 교수는 "학교가 입찰 과정을 학부모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과 후 학교 입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장과 교감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완전히 배제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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