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번지는 '유대인 혐오'에 극우단체 해산 등 '강수'
[경향신문] ㆍ프랑스 유대인 묘비 ‘나치 문양 낙서’ 등 반유대 정서 확대
ㆍ“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온라인 혐오발언 규제 등 입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와 유럽, 서방 민주국가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보지 못한 반유대주의의 부활에 직면해 있다”면서 반유대주의 관련 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혐오발언 규제 강화, 네오나치 극우 단체 해산, 반유대주의 정의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 관련 움직임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에서 프랑스유대인단체대표회의(CRIF)가 주최한 연례 만찬에참석해 “상황이 최근 몇 주 동안 악화됐다”면서 “행동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고 르몽드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파리와 마르세유 등 전국 60여곳에서 수만명이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는 등 프랑스 사회에 반유대주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시몬 베이유의 초상이 그려진 파리 우편함에서 나치 문양 낙서가 발견됐다. 19일에는 프랑스 북동부 소도시 카체나임 유대인 묘지에서 묘비 80여개가 나치 문양 낙서로 훼손된 채 발견됐다.
공영방송 ‘프랑스 3 알자스’는 19일 이 묘지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의 모습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방송했으나 “더러운 유대인” “하일 히틀러” 등의 댓글이 걷잡을 수 없이 달리자 방송을 중단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유대계 자본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근무 경력이 표적이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페이스북 등SNS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온라인상의 혐오 콘텐츠를 발견하는 즉시 최대한 신속하게 삭제하고 게시자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혐오 콘텐츠 규제 대책은 지난해 9월 의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관련 입법을 5월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극우 단체 해산도 대책에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무장관에게 혐오와 차별, 폭력을 선동한 극우 단체들에 대한 해산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네오파시스트 정치 단체인 ‘사회의 수호자’,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피와 명예’, 네오나치 테러리스트 단체인 ‘컴배트 18’ 등 세 곳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반시온주의를 반유대주의의 하나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반시온주의는 반유대주의의 현대적 형태”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 뒤에는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 발언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유대인 혐오와 동일시해 처벌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위축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각료 중 일부는 19일 정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반시온주의를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 도미니크 비달은 이를 두고 “전체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법적인 처벌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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