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협으로 비핵화 견인' 발상은 공허

기자 2019. 2. 2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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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은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그런 진전이 있길 기대하지만, 갈수록 미국의 비핵화 기대 수준은 낮아지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비핵화 속도에 관해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핵실험 안 하길 원하며, 수십억 달러를 퍼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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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스톡홀름 안보개발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은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그런 진전이 있길 기대하지만, 갈수록 미국의 비핵화 기대 수준은 낮아지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비핵화 속도에 관해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핵실험 안 하길 원하며…, 수십억 달러를 퍼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이번이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인의 안전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국내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회담 시사 발언은 하노이 회담의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다.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비핵화 단계별 후속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조야에서 나오는 여러 분석을 종합해 볼 때, ‘낮은 수준’ 또는 ‘스몰 딜’로 북핵 문제가 미봉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만일 하노이 회담이 ‘스몰 딜’로 끝난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미 동맹 약화, 주한미군 추가 감축 가능성 등 현재 한·미 관계의 여러 우려와 연결된다면 이는 ‘스몰 딜’ 정도가 아니라 ‘배드 딜(bad deal)’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성패를 전망하는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하노이 선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공의 최소치는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의 출발이다. 대표적인 것은 북한이 폐기를 약속한 영변 핵시설과 몇 가지 실험장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 약속과 이행이다. 최대치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신고와 폐기 절차를 담은 로드맵 합의가 될 것이다. 만일 지난 싱가포르 회담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약속만 되풀이된다면 하노이 회담은 실패한 회담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조치로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역할을 떠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다. 이는 비핵화 성과가 아직 없는데도 우리가 앞장서서 핵심 수단인 제재를 풀겠다는 것으로, 비핵화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 지금 북한이 회담에 나오면서 간절히 원하는 것은 북한의 목줄을 죄는 경제 제재 해제임이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기 전에는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만일 남북 경협으로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북한은 굳이 비핵화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남북 경협으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허망한 구상일 뿐이다. 남북 경협으로 비핵화를 견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북한이 핵과 경제 회생 두 가지를 다 갖게 만들 뿐이다. 비핵화가 확실히 진전될 경우 경협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해서 북한이 제 발로 비핵화에 나오도록 만드는 게 옳은 길이다.

문 정부는 현시점에서 성급하게 남북 경협을 말할 게 아니라, 하노이가 싱가포르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공허한 트럼프-김정은 쇼 시즌2에 박수를 보내면서 엄청난 비용이 들 비핵화 청구서 뒤치다꺼리나 하기에는 북핵의 그림자가 너무 위중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대가로 불완전한 비핵화라는 위협을 후대에 물려주는 과오를 범해선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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