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약인데 우린 1000만원" 폐암 엄마 둔 딸의 호소

정은혜 입력 2019. 2. 23. 01:17 수정 2019. 2. 2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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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와대 청원 주소와 사연을 올리며 첨부한 한달 약값 영수증. [온라인 커뮤니티]

폐암 4기 선고를 받은 어머니의 한 달 약값만 1000만원이 든다는 대학생 A(23)씨의 호소가 온라인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폐암 선고 후 건강이 악화되던 어머니가 어느 날, 검사 결과 BRAF 변이가 발생해 약 '라핀나(다브라페닙)+매큐셀(트라메티닙)'를 병용해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며 청원글을 게재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지난 2015년 봄, 폐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상태가 악화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A씨의 가족에게 어느 날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어머니의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약을 복용하게 된 것이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5월 흉수가 차오르고 숨이 가빠오는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BRAF변이가 확인됐다는 대학병원 교수의 설명을 듣게 됐다. A씨의 어머니는 그때부터 '라핀나+매큐셀'을 병용하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업데이트된 글로벌 암 진료지침에는 BRAF V600 변이가 확인된 폐암 환자에게 '라핀나+매큐셀'을 병용요법을 권고하는 추세라는 설명이 포함됐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A씨 어머니의 증세는 점차 나아졌다. 하지만 대학병원 치료비용과 입원비, 수술비, 각종 약값을 제외하고도 '라핀나+매큐셀' 약값은 한 달에 1000만원 가량이 들었다.

A씨는 "이미 폐암 선고 이후 집안이 경제적으로 많이 무너져 있던 상황에서 약값을 벌기 위해 저도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생일 선물처럼 알게 된 약이 이제는 아버지, 저, 동생들, 친척들의 목까지 조르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제기하는 문제는 해당 약이 '흑색종'에는 급여항목으로 적용돼 전체 약값의 5%만 내면 되는데 폐암 환자에게는 비급여 품목이라 100%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A씨는 "똑같은 약인데 흑색종 환자는 매달 50만원 정도만 내고 사용하고, 폐암 환자는 1000만원을 내야한다"며 "폐암 환자는 돈이 없으면 아파 죽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이게 차별이 아니라면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중앙포토]

그러면서 "엄마의 목숨인데 돈 때문에 갈등해야 하는 이 순간이 비참하고 괴롭다"며 "국가에서 흑색종과 폐암환자에게 공평하게 급여 적용을 해 주도록 청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해당 청원은 23일 오전 현재 6만명 가까이 동의했다.

BRAF 변이는 4번째로 발견된 비소세포폐암의 바이오마커다. BRAF 변이는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환자들 중 약 1~3%에서 발견되는데, 표준화학요법 치료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했다. 또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은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2018년 업데이트 가이드라인을 통해,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는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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