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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좋은 아로니아.. 농민들 눈엔 피눈물

유정현 입력 2019.02.23. 19:09
과도한 분말 수입 탓.. 정부 대책은 '다른 작물 심으라'

[오마이뉴스 유정현 기자]

22일 오후 전남 함평군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국회의원(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무실 앞과 나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앞에서 풍물패들의 징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이하 전아협)와 전남 함평·담양·장성·영광 지역 아로니아연구회원 등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아로니아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시위를 하고 있는 아로니아 농민들 함평읍내 이개호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아로니아 농민들
ⓒ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
 
아로니아 농민들의 집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1월 농식품부 앞 집회, 12월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면담, 지난달 24일 청와대 집회 등 농민들은 계속 집회를 열고 있다.
 
바쁜 농번기를 앞두고 농민들은 왜 이토록 항의 집회를 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농정으로 전국의 아로니아 재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도한 수입 허가로 아로니아 농가 피해

아로니아 농가의 피해는 품목별 수출입 통계수치를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7t이었던 국내 아로니아 생산량은 매년 2,000t가량씩 늘어나 2017년 8,779t을 기록했다.

아로니아의 특성상 생과 소비보다는 가공상품, 특히 분말 수요가 많다. 같은 기간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도 0t에서 520t으로 늘었다. 생과 대비 분말의 생산은 약 10:1 정도다. 즉, 1kg을 말리면 약 100g의 분말이 생산된다는 말이다. 520t 분말 수입량을 아로니아 생과로 따지면 5,200t의 생과로 환산된다.

분말 수입증가가 아로니아 가격 폭락의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아로니아 증가의 책임을 무조건 정부 책임으로만 돌릴 순 없다. 재배에 뛰어든 농가, 재배를 유도한 지자체, 이를 방관한 정부 등 여러 요인이 있다. 그러나 수입증가의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
 
아로니아 분말 수입증가는 소비 증가로 나타났지만 그 피해는 농민의 몫이었다. 한때 홈쇼핑에서 판매 열풍이던 수입산 아로니아 가공품의 90%는 유럽산이며 수입량이 급증하게 된 계기는 한-EU FTA였다.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FTA를 강행한 것이 바로 정부다.

 
▲ 청와대 앞 시위현장에서 시민들 마음을 울린 최향숙(58)씨 충남 서천군 서면에서 4,500평의 아로니아 농사를 지어온 최향숙(58)씨. 소득작목이라고 보조금까지 지원하며 육성하기에 유학 간다는 자식을 붙잡고 농사짓자고 설득 후 아로니아를 키우고 있지만 현재 자식의 앞길도 막고 먹고살기도 막막하다며 절규하자 시위에 참가한 농민은 물론 청와대 앞을 지나는 시민들까지 눈물을 글썽였다.
ⓒ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
 
농민들은 왜 집회에 나서야 했나

다행히 정부가 FTA로 인한 농업 피해에 책임을 지기 위해 만든 장치가 있다. FTA 직불제다. FTA로 관세가 인하된 품목 중 수입이 증가하고 국내가격이 하락한 품목엔 FTA 직불금 지급과 폐업 지원이 검토된다.

그런데 아로니아의 경우 가공품 품목별로 8~50%였던 관세가 완전 철폐됐고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며 kg당 1만 원대의 가격이 1,000원대까지 떨어졌는데도 지난해 6월 농식품부는 직불금 논의대상에서 아로니아를 제외했다. '생과가 아닌 가공품 수입이라 생과 가격과의 연관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지만 분말소비가 주였던 아로니아 산업을 잘못 파악한 정부의 오판이다.
 
피해보전직불제에서 제외되자 농민들이 부당함을 호소하며 전국을 돌아 시위를 했다. 그러자 정부는 'FTA보다는 과잉생산으로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했다며 대체 작물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내놓았다. FTA 피해보전직불제가 아닌 아로니아 과원정비사업이다.
 
폐업지원비가 평당 2천 원? … 폐원해도 살길이 막막
 
1평당 2,000원.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로니아를 뽑아내는 폐업지원비로 제시한 금액이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로니아 과원정비지원 사업 시행지침'을 지난달 22일 긴급히 전국 지자체에 하달했다. 정부가 50%를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책정한 600ha 아로니아 폐원지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평당 2,000원을 신청해도 평당 2,000원을 주는 것이 아니고 책정된 예산 안에서 지자체에서 알아서 분배하도록 되어있다. 나뭇값은 고사하고 작업비도 되지 않는 금액이라는 게 농가들의 목소리다.

게다가 정부가 지원하는 폐원비용은 굴착기를 하루 대여하는 비용에 불과하다. 또한 100~200평의 소규모 농가는 지원조차 막혀있다. 임차농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 농민이 시위현장에서 아로니아를 바닥에 쏟고 있다 충남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짓는 이**(61세)는 농장 폐원을 신청하려고 담당 공무원을 만난 후 폐원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폐원비용 때문이었다. 평당 2000원은 600평 밭에 심어진 성목 500여 주 굴취에 소요되는 비용의 반도 안 되기 때문이다.
ⓒ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
 
더욱이 정부가 제시한 폐원지원을 받을 경우 3년 동안 사과·배·포도·만감류·복숭아·단감 등 주요과수는 식재할 수 없다. 주요 과수가 아닌 품목이나 엽채류·과채류를 재배해야 한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농사라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 설령 주요과수를 재배하려해도 식재 1년 후 또 3~5년은 지나야 수확이 가능하다. 자그마치 6년 동안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하며 농가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경북 경산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짓고 있는 도현수씨는 전업농이다. 하지만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하고 난 후 그는 살길이 막막해져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위를 계기로 정부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다. 현재 그는 생업인 대리운전마저도 포기한 채 전국 아로니아생산자 총연합회 일을 맡아 농민들의 권리를 위해 불철주야 매달리고 있다.
 
그를 포함한 아로니아 농민들은 "적어도 폐업지원비가 평당 2만 원은 돼야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FTA로 직격탄을 맞았는데도 농식품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않는 상황에서 폐업지원비라도 현실화 하라는 목소리다.
 
  “아로니아 농가들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정부에서 권장하여 심은 아로니아를 이제 와서 캐내라고만 한다. 희망 없는 아로니아 농가를 위해 살아 갈 수 있는 길을 정부가 모색해야 한다”
ⓒ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
 
결자해지의 자세로 대책 마련해야

과거 정부는 아로니아 수급량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없이 아로니아를 FTA 대응 대체과수로 지정해 오히려 재배를 권장했고, 귀농귀촌시 지방의 농업기술원 등을 통해 아로니아 재배교육을 하는 등 아로니아 재배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 다른 작물을 심으라고만 할 뿐이다.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 회장 및 임원 등이 공개 토론을 요구해도 정부는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농민들이 아로니아 FTA 직불금 발동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집회를 한 후 불과 하루 뒤인 25일 농식품부는 "아로니아 가격하락은 국내 생산 과잉 탓"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은 담당 공무원들의 사실 왜곡과 현실성 없는 아로니아 대책을 비판하며 장관 재면담, 공청회, 농축산특별위원회 이의제기를 추진하고, 가톨릭농민회와 전국농민회와 함께 야당과 협력해 대정부질문, 공청회 등을 통해 아로니아 FTA피해보전직불제 공론화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사람이 먼저다' 라는 말은 현 정부의 슬로건이다. 권리를 침해당했거나 당할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진실이 왜곡되거나 폄하되어서도 안 된다. 더더군다나 사회적 약자 층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는 우리사회가 농민들의 절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최근 거세지는 아로니아 농가의 항의 및 그들의 시위행동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부실한 조사 분석으로 그 피해가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인 만큼 정부는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현정부 들어 인건비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농촌 일손의 현실을 이해한다면 하루하루가 바쁜 농가들과 이른 시일 내에 대화의 창을 열고 납득이 될 만한 해명과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마녀사냥 식의 비판보다는 국민의 적극적 지지 필요
 
22일 다음뉴스에 함평 시위관련 뉴스에 댓글을 단 구독자들의 반응은 무섭도록 냉담했다. 아니 너무 잔혹하여 댓글부대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사정을 모르고 무조건 시위현장에 뛰어든 농민들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아로니아의 가격이 높았을 때 돈을 벌었으면 됐다는 식이다.

하지만 전후사정을 알고 나면 그렇지 않다. 초기 아로니아 묘목이 몇 만원을 호가했고 아직 아로니아 식재에 따른 투자비를 거둬들인 농가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아로니아 산업의 호황으로 돈을 번 세력은 묘목업자와 그와 관련된 농자재업자 뿐이고 농민들은 희뿌연 미세먼지가 가득한 거리로 내몰려 징을 치고 호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 기사를 보는 독자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한겨울 칼바람 몰아치는 거리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 달라고 외치는 농민들의 주장을 폄하하거나 왜곡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러한 작은 마음과 정성들이 커져 진실이 하늘에 닿아 아로니아 농가들이 거칠어진 얼굴 주름이 조금이나마 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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