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만의 독특한 '전세', "장기적으로는 비중 계속 줄어들 것"

세종=서윤경 기자 입력 2019.02.24. 17:30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최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17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윤성호 기자

‘Jeonse’

위키피디아는 ‘전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의 독특한(unique to South Korea) 주택임대 용어로 아파트를 임대하는 방식이다. 임차인은 월 임대료를 지불하는 대신 임대 공간 시중 가격의 50%에서 80%까지 일시불로 입금한다.”
전세에 대한 설명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갭투자’ ‘깡통 전세’ 등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한국만의 임대 형태인 전세제도 무용론이 제기됐다. 전세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제도라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고성수 부동산학과 교수는 24일 “전세는 모기지론(선진국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없던 시절 생겨난 것”이라며 “최근 금융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전세가 많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는 부동산 투기 주범?
위키피디아가 전세제도를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고 표현한 것처럼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세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A씨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해 4억원에 전세를 줬다. 주택에 대한 소유권과 함께 4억원의 현금이 들어온 셈이다. A씨는 전세금 4억원을 은행에 예치하거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을 것이다. 물론 집을 사면서 내야 할 취득세 등의 세금은 제외한 것이다.

외국인들은 A씨가 집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자기 돈 5억원으로 금융 상품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얻었을 텐데 굳이 세금까지 내 가며 집을 사서 다른 사람의 돈 4억원으로 투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한민국 집값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이다. 일단 A씨는 전세자금에 대한 은행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주택가격 상승분’이라는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발생한 추가 수익 규모는 취·등록세와 재산세, 양도세 그리고 매각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연소득 차이의 누적을 초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갭투자’라는 개념은 여기서 생겼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다’는 개념의 갭투자는 집을 살 때 전세금을 뺀 나머지 차액만 준비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때 차액이 ‘갭’이다. 쉽게 설명해 A씨가 5억원 짜리 집을 4억원 전세를 끼고 구매할 경우 자신의 돈은 1억원만 쓰면 된다. 이후 이 집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A씨의 수익은 높아진다. 1억원 올랐다면 A씨 수익률은 100%다. 전세를 끼지 않고 자기 돈 5억원으로 집을 샀을 때 수익률이 20%인 것과 비교하면 갭투자 수익률이 훨씬 높다.

전세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 지점에서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수록 갭투자를 노린 부동산 수요는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가율이 집값의 70~80%까지 치솟으면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드는 사람은 더 늘었다. 자기가 부담할 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때는 4000만원이 수중에 있고 직업만 있으면 1억6000만원 대출 받아서 아파트 살 수 있었어요. 이게 정상일까요? 결국 전세제도는 투기를 하라고 만든 제도에요. 깡통 전세도 갭 투자로 발생한 부작용이고요.”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이다.

전세제도가 투기과열만 양산한 건 아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질 경우 깡통전세나 역전세 등 사회적 문제까지 만들었다.

깡통전세란 주택의 매매가가 전세보증금과 집주인이 받은 대출을 합한 것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역전세는 전세를 갱신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 이전 전세계약보다 보증금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역전세의 경우 새로운 세입자는 문제가 없지만 기존 세입자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집주인은 새로 입주할 사람에게 받은 보증금을 기존 세입자에게 줘야 하는데 가격이 떨어진만큼 자신의 돈을 보태서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깡통전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자신이 투자한 만큼만 집값이 떨어졌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보다 더 떨어졌을 때가 문제다. 집을 팔아 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그만한 돈이 나오지 않는다.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까지 모두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직장 때문에 3년 전 울산에 내려간 B씨는 3억원에 전셋집을 구했다. 최근 B씨는 전세보증금을 빼 그 돈으로 아파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조선업 불황으로 울산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중개업소에서 소개한 아파트는 3억원 보증금보다 3000만원 정도 저렴했다. 문제는 B씨가 살고 있는 전셋집이었다. ‘깡통전세’였다. 집주인은 내줄 보증금이 없다고 버텼고 B씨는 속만 태우고 있다. 집주인은 조선업이 활황이었던 2010년 이 아파트에 ‘갭투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이 20% 하락할 때 금융자산으로 전세금 반환을 할 능력이 있는 임대가구는 78.4%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1.6%는 전세금 반환을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최근 전세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깡통전세나 역전세 문제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들이 나온다.

전국의 아파트 10채 중 4채는 2년 전과 비교해 전셋값이 떨어지기도 했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전세보증금이 2년 전보다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38.6%로 나타났다. 서울은 13.2%, 수도권은 29.7%, 지방은 51.3%의 아파트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최근 늘어난 전세 비중,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가격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전세 비중은 늘어났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 매매거래량을 보면 5만286건으로 1년전 7만354건보다 28.5% 감소했다. 대신 전월세 거래는 16만8781건으로 1년 전보다 12.7% 늘었다. 주택 구입을 미루면서 전월세 거래가 활발했다는 의미다. 특히 서울의 1월 전월세 거래는 5만4545건으로 한달전보다 20.9%나 증가했다. 1년전과 비교하면 16.8% 증가한 것이다.

전월세는 증가세였지만 월세만 떼어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월세는 39.3%로, 전년동월(42.5%) 대비 3.2% 포인트 감소했다. 전월(40.9%) 대비로는 1.6%포인트 줄었다. 지난 2016년 1월 월세 비중은 46%까지 치솟으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월세 비중이 줄었다는 건 전세 비중이 급속히 늘어났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잠실 등에서 아파트 물량이 대거 시장에 풀리면서 전세가가 떨어졌고 월세 수요자가 전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축소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고 교수는 “이미 모기지론처럼 주택 관련 상품이 많아지면서 전세의 필요성은 떨어지고 있다”면서 “주택 구입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금융권에서 빌릴 수 없었던 시절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월세는 줄고 전세는 느는 형태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세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