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인 고통 가슴 아파".. 유관순기념관 쓸고 닦는 日 여성들 [뉴스 투데이]

김정모 2019. 2. 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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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관한 영화를 본 뒤 일본 역사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던 일들을 알게 되면서 많은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한국인들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일본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일본인 여성 요코야마 리치코·데라다 레이코·오이케 가즈에씨 3명은 바쁜 일상생활에도 불구하고 유관순기념관을 찾아 청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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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매주 청소봉사 요코야마·데라다·오이케씨 / 유관순 열사 영화 보고 죄책감/ 결혼 후 천안 정착해 봉사 결심/"일본인 보이면 안 좋을 것 같다"/ 관리소측 거부하자 매일 기도/ 1년 넘는 호소 끝에 승낙 얻어/"사죄의 마음.. 日 깊이 반성해야"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관한 영화를 본 뒤 일본 역사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던 일들을 알게 되면서 많은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한국인들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일본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24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유관순기념관에서 만난 요코야마 리치코(54)씨는 “아픈 과거의 상처가 아물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화합하며 평화와 공존의 길을 걸어가기를 희망한다”며 “사죄의 마음을 담아 유관순기념관을 쓸고 닦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 여성 요코야마 리치코·데라다 레이코·오이케 가즈에씨 3명은 바쁜 일상생활에도 불구하고 유관순기념관을 찾아 청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유관순기념관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청소하고 있지만 일본인이 유관순기념관 봉사활동을 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이들은 7년 전 유관순기념관을 처음 방문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천안에 정착한 3명은 2012년 유관순기념관을 찾았다가 봉사활동을 결심했다. 이들은 이때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관한 내용을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당시 이들은 유관순기념관 관광해설사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천안시 사적관리소 관계자에게 전달했지만 승낙을 받지 못했다. 이듬해 다시 사적관리소를 찾아가 봉사활동 참여 의사를 전달했지만 또다시 “여기서 일본 사람들이 봉사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 볼 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24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유관순기념관 유관순열사 동상 청소를 마친 뒤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데라다 레이코·요코야마 리치코·오이케 가즈에씨(왼쪽부터).
그 후 3명은 거의 매일 유관순기념관 추모각을 찾아가 열사의 영정 앞에 서서 봉사활동을 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사적관리소 직원들에게도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대한 진실을 안 일본인으로서 진심으로 열사의 넋을 위로하고자 한다”며 봉사활동 참여를 호소했다.

사적관리소장이 바뀌고 요코야마씨 등 3명의 진심이 통했는지 2014년 3월 26일 마침내 봉사활동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때부터 이들 3명은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하루종일 유관순기념관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활동이 있는 날이면 이들은 맨 먼저 기념관 가장 높은 곳인 유 열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추모각에서 묵념을 한 뒤 청소를 시작한다. 이날 3명은 추위를 견디며 실내 난방이 되지 않는 추모각을 구석구석 쓸고 닦았다. 추모각 청소를 끝내자 곧바로 아우내만세운동에서 순국한 20명의 위패가 모셔진 순국자추모각으로 가 묵념을 올리고 실내외를 청소했다. 광장에 있는 열사의 동상 주변을 청소한 이들은 마지막으로 유관순기념관으로 이동해 아우내만세운동을 재현한 밀랍인형 등을 정성스럽게 닦으며 청소를 마쳤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데라다씨 고등학생 아들 윤경규(17)군이 함께했다.

이들은 유관순기념관뿐만 아니라 시간을 쪼개 유관순열사 생가, 이동녕선생 기념관, 조병옥박사 생가를 방문해 청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일본인의 봉사활동은 천안지역에서 유명하다. 폭염과 혹한은 물론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이들은 매주 한번씩 유관순기념관 등을 찾아 사죄의 마음을 담아 청소를 하고 있다.

이들은 “20대 초반에 일본의 교회에서 유관순 열사에 관한 영화를 보고 한국인들에게 어떤 위로를 해 드리면 좋을지 생각했는데 하늘의 뜻으로 한국 그것도 유관순 열사의 고향으로 시집을 와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저희들의 조그마한 위로와 반성으로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안=글·사진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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