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전 적자, '탈원전 탓' 시각에서 탈피해야

이재희 | 국립목포대 교수 정보전자공학 2019. 2. 2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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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전의 2018년 실적이 발표됐다. 한전은 2018년 연결기준 영업적자가 2080억원으로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에 따르면 영업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은 지난해 국제 연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설비 신증설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원전 정비일수 증가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국내 최대의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의 실적 부진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전의 실적 부진이 계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 원인을 정부의 에너지전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향후 60여년에 걸쳐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이다. 2024년까지는 4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원전의 발전량과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다. 그럼에도 한전의 2018년 실적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근거 없는 해석에 불과하다.

지난해 원전 정비일수 증가로 이용률이 낮아진 것이 한전 실적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한 것은 지난 정부 시기인 2016년 6월 한빛 2호기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이 발견됨에 따라, 원전 전체에 대한 확대점검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점검 결과 실제로 다수의 원전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결함 등이 발견되면서 국민 안전을 위해 정비일수가 불가피하게 증가한 것이다.

통상 한전의 실적은 국제 연료 가격 변동 등 외부요인에 따른 전력 생산비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국제 유연탄 가격과 국제유가는 2017년에 비해 각각 21%, 30% 가까이 치솟았다. 과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전이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시절에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석탄가와 유가의 동반 급등이었다.

한편, 최근 원전 안전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움직임은 원전 비중을 당장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운영되어야 할 원전이기에, 안전성을 보다 확실히 보장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을 기억하고 있다. 원전 안전성 문제를 덮어두고 원전 가동률을 올린다면 당장 경제적일 수 있지만, 결국 후대의 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원전 안전성은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면밀히 짚어야 할 사안이며, 절충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치솟기만 했던 국제유가가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 등으로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점이다. 또한 주요 원전의 예방정비가 순차적으로 종료되고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환경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에너지전환 정책 또한 당장 원전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에너지와 미래의 에너지를 당분간 공존시켜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루어 가자는 것이다. 이제는 ‘탈원전’이라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해 나아가야 할 정책방향에 대해 발전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희 | 국립목포대 교수 정보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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