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면서 셀카 찍는 인도, 13만원 갤럭시 5분만에 완판

뉴델리=장형태 특파원 입력 2019. 2. 25. 03:11 수정 2019. 2. 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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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창 NOW] 세계 스마트폰 전쟁터, 인도

지난 14일 정오(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의 한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산디프 쿠마르(32)씨는 또다시 '광클(狂click·미친 듯이 클릭)'을 했으나 실패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이날 정오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M10과 M20을 판매했는데 5분 만에 전량 매진된 것이다. 이전에도 세 번이나 스마트폰이 3~5분 만에 다 팔렸다. 그는 "그동안 삼성 스마트폰은 비싼 편이라 살 엄두를 못 냈는데 7990루피(약 12만8000원) 가격에 듀얼(두 개) 카메라와 6.2인치 대(大)화면이라니 이건 꼭 사야 한다"며 "며칠 뒤 물건이 다시 올라오면 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태 특파원

'가성비'를 앞세운 갤럭시M 시리즈가 아마존 스마트폰 판매 순위 1~5위를 석권하자 지난해 똑같은 가성비 전략으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중국 샤오미도 반격에 나섰다. 자사 스마트폰과 갤럭시M 시리즈를 비교하는 광고를 연거푸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것이다. '샤오미도 긴장해야겠네', '샤오미와 삼성의 경쟁이 정말 기대된다' 등 인도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연 10% 성장하는 거대시장 인도… 가성비 스마트폰 각축장

스마트폰 사용 인구 4억3000만명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인 인도에서 1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생)를 공략하기 위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글보다 영상에 익숙하며 셀피(셀프 카메라)와 소셜미디어를 즐기는 세대라고 분석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어딜 가나 셀피를 즐기는 인도인의 특성상 카메라 성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10만원대 스마트폰을 사더라도 최신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갠지스 강에서 찰칵 -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민소득 2000달러 정도인 인도 소비자들은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신 10만원대 ‘가성비’ 폰을 선호한다. 어디서나 셀피(셀프 카메라) 찍기를 좋아하는 인도인을 위해 고화질 카메라 성능은 필수이며 큰 화면과 대용량 배터리도 갖춰야 한다. 사진은 인도 북부 프라야그라지 갠지스 강가에서 목욕 의식 도중 셀피를 찍는 인도 청년의 모습. /장형태 특파원

14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만큼이나 인도 내 스마트폰 브랜드도 다양하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독주였지만 최근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오포·비보·원플러스·화웨이 등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여기에 LG전자, 중국 레노버에 인수된 모토롤라와 핀란드의 노키아까지 진입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해 인도 시장 연간 점유율 28%를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뒤이어 비보가 10%, 오포가 8%를 차지했다. 반면 애플은 점유율 1%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완제품 수입 관세가 20%에 달해, 237만원(아이폰 XS 맥스)까지 치솟은 가격이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8년 인도 내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은 158달러(약 17만8000원)이다. 500달러 이상 프리미엄폰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아직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00달러 남짓한 인도에서 연소득의 절반 가까이 되는 고가의 최신 갤럭시폰과 아이폰은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사치품'인 것이다.

온라인 판매로 유통비용 줄여

지난 5일 삼성전자가 인도 아마존에서만 독점 판매한 10만원대 스마트폰 갤럭시M이 출시 5분 만에 매진되자 삼성전자 트위터에 올라온 안내문. /삼성전자

인도 소비자들은 철저하게 가성비를 따진다. 샤오미가 인도 시장에서 1위에 등극하는 데 1등 공신인 홍미노트 6프로는 아이폰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듀얼 카메라, M자형(노치) 화면, 4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는데도 가격은 11만루피(약 17만원) 수준이다. 반면 M시리즈 전까지 삼성의 주력 저가 모델인 갤럭시 J6(약 17만원)는 카메라 렌즈 수, 화면 크기, 배터리 용량, 저장 용량이 홍미노트보다 떨어진다. 또한 인도는 소비자가 제조사로부터 스마트폰을 사야 한다. 그래서 아마존·플립카트 등 온라인 쇼핑몰 구매 비중이 높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내 스마트폰 출하량 1억4500만대 중 36%가 온라인에서 팔렸다. 또한 신용카드가 없으면 할부로 살 수도 없다. 그래서 한 달 월급 정도로 살 수 있는 10만원대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것이다. 삼성은 이번 갤럭시M 시리즈에 고성능 부품뿐 아니라 삼성 제품 중 처음으로 M자형 화면을 채택하는 등 디자인 트렌드도 반영했다. 전량 인도 내에서 생산하며, 판매는 오직 아마존을 통해서만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인도 시장점유율을 탈환하기 위해 후발 주자 격인 중국 업체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고(高)사양 저(低)가격'은 중국 업체들의 전략이었다. 2014년 샤오미를 시작으로 오포·비보·원플러스 등이 연이어 인도에 상륙했다. 이들은 일단 점유율 확보를 위해 마진보다는 대량 보급에 주력했다.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지문인식 기능, 듀얼 카메라, 대화면 등을 탑재했다. 수입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인도 현지 공장 설립도 필수다.

스마트폰 가성비 대전 심화될 듯

올 들어선 가성비를 내세운 스마트폰 전쟁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가운데 10%의 성장세를 기록한 인도는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꼭 잡아야 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오는 27일 갤럭시M30을 선보인다. 란지브지트 싱 삼성전자 인도법인 마케팅 총책임자는 "올 3월부터 6월까지 매달 갤럭시A를 출시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갤럭시A 시리즈는 30만~50만원대 중급 스마트폰으로 삼성이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출시한 모델이다. 샤오미도 오는 28일 48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홍미노트7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인도에서 고전하는 화웨이도 지난해 인도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고 인도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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