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아동 성학대, 인간 제물로 삼는 행위..전면전 나서야"(종합)

2019. 2. 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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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고 파괴적인 악..지상서 사라져야 할 범죄" 비판
나흘 일정 미성년자 보호회의 종료..'대책 미흡' 지적도
바티칸 '성 학대' 참회의 시간 (바티칸 AP=연합뉴스)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대표 고위성직자 200여명이 참석한, 바티칸 '아동 성 학대 범죄 대책회의' 중인 23일(현지시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앞줄 왼쪽 3번째) 등이 참회의 시간을 갖고 있다. bulls@yna.co.kr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전성훈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들의 미성년자 성 학대 범죄를 '뻔뻔하고 파괴적인 악'이자 '인간을 제물로 삼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나흘간 진행된 미성년자 성 학대 대책회의를 마무리하는 강론을 통해 성직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범죄를 보면서 과거 일부 이교도 의식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잔혹한 종교적 관행을 떠올리게 된다"면서 "교회 내에서 단 한 건이라도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엄격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를 '악마의 도구'로 비판하고 지상에서 사라져야 이러한 범죄를 막기 위해 모두가 전면전(all-out battle)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어 각 나라의 주교 회의에서 가톨릭 성직자의 성 학대 예방과 범죄자 처벌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이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성직자들이 미성년자 외설물을 소지하는 범죄와 관련해서도 미성년자를 정의하는 연령을 현재 14세에서 상향하는 등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또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성직자는 반드시 신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사건을 숨겨주는 일도 더는 없을 것이며 피해자들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서 열린 '미성년 성학대 방지회의' (바티칸 AFP=연합뉴스)

교황은 성 학대 범죄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이러한 악이 교회 내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덜 해로운 것은 결코 아니라고도 했다.

이번 회의는 가톨릭교회 전체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가운데 마무리됐다.

호주의 마크 콜리지 대주교는 폐막 미사에서 "우리는 때때로 피해자들을 적으로 생각했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지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어주지도 않았다"면서 "이런 점에서 최악의 적은 우리 자신이었다"고 '자아비판'했다.

회의 폐막 직후 교황청은 바티칸시국을 비롯한 교황청 관할 지역에 대해 미성년자와 연약한 성인을 보호하기 위한 '교황 자발 교령'(Motu Proprio)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은 또 전 세계 주교들이 그들의 의무를 명확히 이해하도록 돕는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각국에 파견해 경험이 부족한 주교들이 성 학대 사건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할 방침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성 학대 범죄가 발생할 경우 이를 관할지역의 관계 당국에 신고하는 한편 교회 내 자체 조사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 참여를 보장하는 등의 대책도 포함됐다.

24일(현지시간) 교황청의 미성년자 보호회의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주교단 [EPA=연합뉴스]

미국, 칠레,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가톨릭교회 성직자가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했던 행위가 잇따라 드러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책 마련을 위한 이번 회의를 소집했다.

세계 114개국 주교회의 의장과 가톨릭 수도회 대표, 교황청 미성년 전문가 등 약 200명이 참석한 회의는 나흘간 계속됐다.

교황이 30여분간 이어진 폐막 연설에서 미성년자 성 학대 엄단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인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 대책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교황은 회의 첫날인 21일 직접 작성한 21항의 미성년자 보호 지침을 발표했으나 폐막 연설에서는 나흘간 논의 결과를 담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성직자의 성 학대 문제를 다루는 단체를 이끄는 앤 돌리는 성명에서 신자들의 슬픔, 분노를 다루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전 세계 가톨릭이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시점에 교황은 미적지근한, 이미 여러 번 들은 약속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 학대 문제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교황의 익숙한 합리화는 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며 "교황은 방어적이고 반복되는 수사보다 좀 더 대담하고 확고한 계획을 제시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성 학대 피해자인 이탈리아 출신 알레산드로 바탈리아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교황청 앞 광장에 모여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바티칸 회의 결과가) 충분치 않고 만족스럽지도 않다"고 외쳤다.

교황청은 이번 회의 후 주교들이 각 나라로 돌아가서 후속 조치들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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