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웰빙 효과, 고용 효과 나타났다

유종성 가천대학교 교수 2019. 2. 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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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본소득제 도입, 우리도 핀란드식 실험정치를!

[유종성 가천대학교 교수]

 
핀란드 정부가 세계 최초로 실시한 기본소득 실험이 끝났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계적 관심이 쏠린 실험이었다. 이를 두고 국내 일부 매체는 이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고 보도하며 기본소득제가 허황된 꿈이라는 투의 입장을 내보냈다. 하지만, '실패'라고 단언하는 건 가짜 뉴스로 보인다. 유종성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가 이 실험의 결과를 정리하는 기고를 보냈다. 실험 결과는 크게 고용 효과와 웰빙 효과에 기본소득제가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집중되었는데, 웰빙 효과의 경우 현저히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다. 고용 효과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차이가 나오지 않았을 뿐, 실험 참가자들은 기본소득제에 매우 고무적인 입장을 취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어디까지나 '예비적 결과'로, 최종 결론은 아니다. 다음은 유 교수의 글이다. 편집자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웰빙효과뿐 아니라 고용효과도 있었다

지난 8일,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기본소득 실험을 한 핀란드의 '예비적 결과' 발표가 나왔다. 크게 두 가지 내용이었다. 첫째, 고용과 소득 등의 행정등록 자료를 토대로 볼 때 1차년도(2017년)에는 특별한 고용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 둘째, 2년의 실험기간이 끝날 무렵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기본소득 수급자들의 행복도와 삶의 질 수준이 전통적 실업급여 수급자들보다 현저하게 더 컸다. 이 발표에 대한 언론보도와 식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본소득의 긍정적인 웰빙(wellbeing) 효과를 강조하는 이들이 있었던 반면, 고용효과가 없으므로 실패라고 단정하는 의견도 나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금액의 기본소득과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들의 고용 수준에서 차이가 없고, 삶의 질 측면에서는 기본소득 수급자가 뚜렷하게 더 좋은 성과를 보였으니 기본소득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됐다고 보는 게 마땅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엇갈린 평가가 나왔을까? 사실 고용효과는 기본소득론자들의 중요한 논거가 아니다. 오히려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이 기본소득은 근로유인을 약화시켜 고용과 경제성장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따라서 많은 기본소득 주창자들에게 핀란드의 1차 결과 발표는 고무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에서는 고용효과의 측정이 관심의 초점이었으며, 그런 점에서 이번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예비 결과보고서를 가지고 한 단계 더 분석한 결과, 기본소득의 고용효과도 현저하게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번 발표는 어디까지나 ‘예비적 결과’다. 따라서 고용효과와 웰빙효과 모두 아직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실험 2차년도인 2018년의 행정등록 자료가 2019년 말에야 나오기 때문에, 최종적인 결과 발표는 2020년 봄에야 나올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예비결과에 담긴 현저한 고용효과와 웰빙효과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고용효과에 초점을 두었는가? 

기본소득 주창자들 중 고용증대를 위해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주로 불안정 고용과 빈곤 및 불평등의 확대 속에서 전통적 사회보장제도의 한계를 노정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서, 더 나아가 공유자원에 대한 사회적 권리 및 실질적 자유의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오히려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이 기본소득을 주면 상당수 사람들이 노동을 회피하여 고용과 생산이 감소하리라 우려한다.

원론적으로 기본소득의 고용효과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다 있다. 먼저 소득효과 측면에서 볼 때, 기본소득 수급으로 가처분 소득이 커지면 사람들은 노동보다 여가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재 복지급여 수급자 중 자신의 근로소득이 커질수록 급여액이 줄어들어 실질적으로 높은 한계세율에 직면한 사람들은 그러한 급여가 기본소득으로 대체될 때 실효 한계세율이 낮아지게 되므로, 기본소득제는 긍정적인 근로유인 효과가 될 수 있다. 즉, 기본소득은 소득과 고용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되므로 낮은 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추가적인 소득을 올릴 기회가 되므로 근로유인 및 고용증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될 경우 노동시간을 줄이고 자녀를 돌보거나 여가를 즐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고, 기존 복지 수급자 중에서는 한 푼이라도 소득을 더 올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전체적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1970년대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실험결과 등을 들어 전체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더라도 크지 않으며, 그것도 노동시장에서 완전 퇴출하는 경우보다는 돌봄노동 등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서는 왜 고용효과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는가? 핀란드처럼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복지국가가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핀란드의 2014년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5였지만 조세와 복지급여 이후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26으로서 복지국가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매우 큼을 보여준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빈곤과 불평등 완화가 기본소득 도입의 시급한 이유일 필요가 없다. 핀란드에서 전통적으로 기본소득을 옹호한 정당은 좌파 동맹과 녹색당이었는데, 중도당 소속의 시필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립정부가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했다. 사실은 고용 증대와 실업 감소가 시필레 정부의 주된 관심사로서 기본소득 실험은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복지개혁 중의 하나였다. 핀란드는 이웃 스웨덴 등에 비해 낮은 고용률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늘어나는 복지지출과 재정적자 확대 등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시필레 정부는 관대한 실업급여와 여러 가지의 복잡한 복지급여가 높은 실효 한계세율과 관료주의의 함정과 맞물려 실업자들로 하여금 수급액 감소와 중단, 또는 대기시간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단기 일자리를 수락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구직을 유인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이들이 파트 타임이나 저임금 일자리라도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도록 유인하는 방편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주목한 것이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설계와 집행과정 

2015년 가을 총리실에서 2년간의 기본소득 실험에 2000만 유로의 예산을 책정하고 실험 설계 연구를 공모한 결과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의 연구처가 주도하는 연구자 컨소시엄에 연구가 맡겨졌다. 핀란드 정부는 연구팀에 현재의 복지급여를 대부분 대체하는 완전 기본소득, 상당수의 기초적 사회보장 급여와 소득연계 급여들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참여소득(participatory basic income)을 비롯한 네 가지 모델들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하였다. 

올리 캉가스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2016년 3월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부분 기본소득 모델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였다. 연구팀은 실험의 모집단은 25~63세의 저소득층으로 제한할 것을 제안했는데, 정부의 최종 결정은 25~58세의 기초실업급여 수급자였다. 표본은 저강도 전국단위 무작위 표본추출 (low intensity random sampling)과 함께 지역 실험을 병행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지역 실험은 예산 제약으로 인해 채택되지 못했다. 또한 표본의 편향을 방지하기 위해 실험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그대로 채택되었다.

연구보고서는 둘 이상의 기본소득 수준과 이에 따라 다른 세율의 정률세를 적용하는 둘 이상의 실험군을 포함해야 기본소득의 효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이 제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특별세법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여 결국 기본소득 실험은 기존의 세제를 기반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었다. 또, 두 가지 수준의 기본소득 실험은 헌법상 평등권에 저촉될 위험이 있어 포기하였다. 

이처럼 연구팀이 제안한 여러 가지가 법적, 예산적, 정치적 제약 때문에 채택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실험은 2016년 11월 현재 사회보험청으로부터 기초실업급여를 받는 수급자 17만5000명 중 무작위 추출된 2000명의 표본을 실험집단으로 하여 이들에게 월 560유로(약 72만 원)의 기본소득을 2017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년간 지급하며 나머지 17만3000명이 통제집단으로 비교대상이 되었다. 기초실업급여 수급자를 실험 대상으로 정한 데는 고용효과에 관심을 둔 정부의 의도와 아울러 사회보험청의 최신 수급자 등록자료를 토대로 표본 추출을 하고 기본소득 지급을 하는 등의 행정적 간편함이 고려되었다. 

기본소득 수준은 월 560유로의 비과세 소득으로 이는 기초실업급여액 월 696.60유로에서 20%의 원천징수 세금을 제한 금액과 비슷한 금액이다. 다만, 실업급여와 달리 실험참가자가 취업을 하여 소득을 올려도 2년간의 실험기간 중에는 실업급여가 감소되거나 중단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이처럼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처음 실험설계 연구 단계에서부터 시필레 정부의 고용효과에 대한 과도한 초점과 2년간 2000만 유로라는 시간과 예산의 제약 때문에 여러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본소득이 평생 주어질 때와 2년간 한시적으로 주어질 때 수급자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같을 수가 없음은 자명하다. 물론 평생 실험을 한다는 것은 난센스이지만, 그럼에도 2년은 너무 짧다. 연구팀은 이 실험이 추후 저임금 근로자, 자영업자 등을 포함하고 예비 연구보고서에 기술된 세제 모델들도 시험해볼 수 있는 더 큰 규모의 실험으로 이어지길 희망했으나, 핀란드 정부는 후속 실험은 없을 것이라고 2018년 5월 발표하였다. 일부 언론보도에서 이것이 와전되어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이 조기 종료되었다고 잘못 보도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2018년 1월부터 기본소득이란 당근보다 노동시장 활성화의 채찍을 보다 강화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즉, 실업급여 수급자가 매주 하나 이상의 일자리에 지원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제공된 일자리를 거절할 때 보다 강력한 새로운 제재를 가하는 등 기본소득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을 시행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무작위 표본추출에 의한 대규모의 정책실험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핀란드 실험에 쏠린 국제적 관심의 정도가 말해준다.

실험결과에 대한 1차 예비평가의 의의와 한계

기본소득 실험 종료를 반년 남겨둔 2018년 6월 핀란드 사회보건부와 사회보험청은 실험결과 평가에 합의했는데, 사회보험청이 책임을 지고 여러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구책임자는 실험설계 연구보고서의 작성 책임을 맡았던 올리 캉가스 교수다. 평가 결과는 2019년부터 2020년 봄 사이에 걸쳐 몇 차례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평가연구팀은 지난 2월 8일 첫 번째 ‘예비적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실험 1차년도인 2017년의 행정등록자료를 토대로 한 고용효과를 포함하고 있다. 등록자료에는 고용, 과세소득, 고용증진을 위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참여, 사회보험청이 지급한 급여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데, 2년의 실험기간 전체를 포괄하는 등록자료는 2019년 말에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웰빙 효과에 대한 평가는 2018년 10월 17일부터 12월 14일까지 실시된 전화 설문조사 자료를 토대로 하였다. 설문조사에는 사회적, 재정적 복지와 주관적 건강, 구직활동과 고용 및 기본소득에 대한 태도에 대한 질문 등을 담았다. 실험집단 중 설문 응답자수는 586명(전화접촉이 된 1869명 중 31.4%), 통제집단은 1047명(전화접촉이 된 5161명 중 20.3%)으로 총 응답자수는 1633명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는 나중에 행정등록자료와 통합하여 분석할 계획인데, 응답자 중 82.3%가 행정등록자료와 통합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고용효과에 대한 평가

핀란드 정부는 고용효과에 초점을 두고 기본소득 실험을 했기 때문에 고용효과 평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평가연구팀은 2017년 등록자료 상으로 현저한 고용 증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기본소득을 받은 실험집단과 비슷한 금액의 전통적인 실업급여를 받은 통제집단 사이에 2017년 한 해 동안 고용된 날의 수에 있어 실험집단(평균 49.64일)과 통제집단(평균 49.25일)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근로소득이나 자영업 사업소득을 올린 사람들의 비율(실험집단 43.70%, 통제집단 42.85%)이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총소득(실험집단 4,230유로, 통제집단 4,251유로)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설문조사에 의하면 실험집단에 속한 이들이 통제집단에 속한 이들에 비해 자신들의 고용 전망에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기본소득이 취업이나 사업을 보다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응답했음을 강조했다. '향후 12개월 이내에 취업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한 비율이 실험집단(기본소득 수급자)에서 56.1%로 나타나 통제집단의 44.8%에 비해 훨씬 컸다. 또한 '기본소득을 받으면 일자리 제공을 수락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보다 타당하게 된다'는 의견과 '기본소득을 받을 때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더 쉽다'는 설문에도 실험집단이 통제집단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설문조사에는 직접적으로 고용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문항도 있었다. 2년의 실험이 끝나갈 무렵이었던 설문조사 당시(2018년 10월-12월)의 고용 상태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실험집단에 속한 이들의 취업률이 통제집단보다 현저히 높아 고용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설문 당시 실험집단의 31%(586명 중 184명)가 취업 중이었고 통제집단의 취업률은 25%(1,047명 중 261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1% 수준에서 현저한 차이였다. 그러나, 평가연구팀의 1차 보고서는 취업률의 차이는 간과하고, 단지 취업자 중 풀타임과 파트타임의 상대적 비중에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과 파트타임 취업자 중 풀타임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에 있어서도 양 집단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만을 기술하였다. 사실 취업자 중 파트타임 취업률도 실험집단(38.0%)이 통제집단(30.3%)보다 높았고, 파트타임 취업자 중 전일제 근무를 희망하는 비율도 실험집단(68.6%)이 통제집단(58.2%)보다 높긴 했지만, 작은 샘플 크기로 인해 통계적인 유의미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평가연구팀은 필자의 질문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 취업률에 현저한 차이가 나는 점은 인정하였으나, 이 분석을 보고서에 누락한 이유는 답하지 않고 다만 설문조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예비적인 결과라고 답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로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은 웰빙효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답변은 아니었다. 핀란드 정부가 실업자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파트타임이나 단기간 일자리라도 취업할지에 주된 관심을 가진 것이 실험의 배경이었기 때문에 취업률의 차이는 간과한 채 취업자 중 파트타임의 비율에만 관심을 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실험 1차년도 등록자료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고용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2차년도가 끝날 무렵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고용효과가 나타난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기본소득의 고용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이다. 1년은 너무 짧았던 것일 수 있다. 둘째, 실험 1차년도와 2차년도 상황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가령 2018년도에는 핀란드의 노동시장이 장기간의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 고용률이 정부 목표치인 72%에 달했고, 실업률도 7% 대로 낮아졌다. 즉, 노동시장이 회복되고 전체적인 실업률이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기본소득의 근로유인 효과가 보다 잘 발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실험 2차년도에는 전통적인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강화된 채찍 정책이 적용되었는데, 그럼에도 실험집단이 통제집단보다 높은 취업률을 보인 것은 채찍정책이 별 효과가 없었거나 심지어는 일반적 예측과 달리 역효과를 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끝으로, 설문조사에서 샘플의 편향 가능성이다. 전반적으로 낮은 응답률 가운데 실험집단(31%)이 통제집단(20%)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응답률을 보인 점에서 기본소득의 긍정적 효과를 누린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했을지도 모른다. 두 집단에 속한 응답자들의 특성을 비교할 때 성, 연령, 교육 등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가구원수에 있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는 점에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두 집단의 비교가 기본소득 효과를 편향 없이 보여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상의 가능성들 중에서 어느 한 요인이나 둘 이상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앞으로 등록자료와 통합해서 패널분석을 해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고용효과는 아직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순전히 샘플 편향에 기인한 게 아님이 확인되면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강화된 '활성화' 정책이 고용증진에 미친 효과보다 기본소득의 고용증진 효과가 더 컸음을 의미하므로 기본소득 논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웰빙 효과

평가연구팀의 1차 보고서는 웰빙 효과가 두 집단 간에 나타난 차이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이 현저하게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기술하였다. 

삶에 대한 만족도에서 실험집단의 평균점수는 7.32로서 통제집단의 6.76보다 현저히 높았다(0은 매우 불만족, 10은 매우 만족).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일반화된 신뢰(generalized trust)의 평균점수는 실험집단 6.68, 통제집단 6.30,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는 실험집단 4.28, 통제집단 3.80으로 통계적으로 현저하게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 자신의 재정적 상황에 대한 자신감, 사회적 사안들에 대해 영향을 미칠 능력 등의 질문에서도 실험집단은 통제집단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건강상태,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스트레스의 수준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실험집단은 훨씬 더 우위를 보였다. 

'사회보장 급여를 신청할 때 관료주의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느끼는 강도는 통제집단에서 훨씬 강했고, '기본소득이 취업할 때 개입되는 관료주의를 줄일 것이다'는 믿음은 실험집단에서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기본소득이 핀란드 사회보장제도의 한 부분으로 영구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실험집단의 65.2%가 강한 긍정, 84.8가 긍정하여 통제집단의 강한 긍정 49.3%, 긍정 75.3%보다 훨씬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가 주관적 복지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현저한 효과를 보여주긴 했지만, 이 결과도 확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샘플의 편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토론이 실험 참가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핀란드의 실험이 기본소득 논의와 정책 실험에 주는 교훈

결론적으로 필자는 핀란드의 실험결과에 대해 1차 예비결과만으로 고용과 웰빙 효과 어느 쪽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웰빙 효과는 현저하게 긍정적임이 확인될 가능성이 크고, 고용효과도 적어도 부정적이지는 않고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 다만, 공식적인 예비결과 보고서는 고용효과는 없이 웰빙효과만 나타난 것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당장 오는 4월에 실시될 핀란드 의회 선거에는 실험 결과가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4월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과 좌파 동맹은 과거보다 더 진전되고 구체화된 기본소득 실행안을 공약하고 있지만, 시필레의 중도당은 기존의 여러 사회보장 급여들을 하나의 기본소득으로 통합하겠다고 하면서도 이를 보편적 권리로서가 아니라 신청에 의해 수급 받을 수 있고 수급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하여 진정한 기본소득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도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기본소득 실험 결과가 계속 발표되면 핀란드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한층 더 구체화되고 강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찬성(51%)이 반대(2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소위 노동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56%)가 찬성(36%)보다 훨씬 높이 나온 것은 시사적이다. 특히 긍정적인 고용효과까지 최종 결과에서 확인된다면, 실험정치(experimental politics)를 강조하는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정치적 논의는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실험정치란 실험을 통해 객관적 증거에 기반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것을 말하며, 기본소득 실험은 이러한 실험정치의 일환으로 실행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 실험의 최종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핀란드의 실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증거기반의 정책 수립(evidence-based policy-making) 필요성과 실험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정책 실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행정 등록자료의 연구 목적 활용을 용이하게 허용하는 것이다. 핀란드와 같은 북구 국가들은 납세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뿐만 아니라 모든 소득, 재산, 조세, 복지급여 등에 대한 개인단위 행정등록자료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행정등록자료를 가구조사 등 설문조사 자료와 통합해서 활용하는 것이 이제 북구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도 국세청 등의 행정자료간 통합은 물론 설문조사 시 응답자의 동의를 얻어 행정자료와 통합하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식별화(de-identification) 조치를 한 자료를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증거기반 정책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종성 가천대학교 교수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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