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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락가락하더니.. 'https 차단' 2주 만에 풀렸다

박흥순 기자 입력 2019.02.26. 15:50 수정 2019.02.2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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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접속이 되지 않던 한 사이트가 최근 차단 해제됐다. /사진=박흥순 기자

정부가 불법 유해 사이트를 근절하겠다며 https 차단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한발 물러섰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차단됐던 일부 ‘해외 불법사이트’가 차단 해제됐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A씨는 “12일에 접속이 차단됐던 사이트가 지난 24일부터 접속됐다”며 “사이트 우회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https 뒤에 주소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해당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 11일 불법 정보를 유통하는 사이트를 차단하겠다며 ‘SNI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했다. 차단 조치 첫날 정부는 불법도박사이트 776개, 음란사이트 96개 등 총 872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무차별 차단 조치를 단행했고 여론은 ‘인터넷 검열’이라며 들끓었다.

문제는 SNI필드 차단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SNI필드 차단 방식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사용자가 목표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하면 보안성이 강화된 https 인증과정을 거친다. 이 방식에서는 목표가 되는 사이트주소가 한차례 공개된 후 모두 보안처리 된다. 여기서 한차례 공개되는 주소가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이트일 경우 접속이 차단되는 방식이다.

https는 기존 http의 단점인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http를 엽서, https를 봉투안에 든 엽서라고 설명할 수 있다. 엽서(http)에 적힌 내용물을 중간에서 확인할 수 없도록 한 방식이 https인데 정부의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 방법은 엽서를 담은 봉투를 뜯어서 내용물을 확인하는 셈이다. 즉 보안을 최우선으로 여긴 https 방식의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다.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도 25만명을 넘어섰다. 급기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1일 영상을 통해 청원에 답했다. 당시 이 위원장은 “이번 (https 차단)조치 이후 어떤 분들은 분노하고 어떤 분들은 염려했다. 복잡한 기술 조치이고 과거 해보지 않았던 방식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이 공감하도록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여러가지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 위원장의 사과에도 끓어오른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주 서울역 광장에 시민 300여명이 모여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도심 곳곳에서는 1인 시위 등을 통해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26일 <머니S>가 취재한 결과 접속이 불가능했던 몇몇 성인·도박사이트가 차단해제 조치됐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B씨는 “사이트를 우회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지만 접속할 수 없던 사이트가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원활하게 접속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공교롭게도 정부에서 해명자료를 낸 뒤 접속 차단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 접속 가능해진 사이트는 지난 11일 이후 차단된 사이트가 아니다 ”며 “심의 차단된 불법 정보가 다시 유통되지 않는 일반 사이트로 확인 되는 경우에는 심의를 통해 차단을 철회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접속이 가능해진 사이트는 과거에 심의된 사이트로 확인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11일 정부정책 시행 전 https 접속이 가능하다가 12일 접속이 차단된 후 최근 다시 https를 활용한 접속이 가능해진 사이트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 정확한 원인은 관련기관과 KT·LG유플러스 등 인터넷사업자(ISP) 측에 문의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 되지 않은 구간에서라도 정보를 마음대로 확인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정책 시행에 앞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전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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