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사 '트립닷컴', 유커는 못가지만 한국인은 오라?

트립닷컴, 현지화 전략으로 韓 시장 공략 중..정작 모기업 씨트립은 유커 관광 막는다는 비판도

지난달 헐리우드 유명 배우 틸다 스윈튼(왼쪽)과 배우 이시언이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 광고에 출연했다. /사진=트립닷컴

중국 최대 종합여행사 '씨트립'(Ctrip) 그룹이 운영하는 '트립닷컴(trip.com)'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국 여행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은 막으면서 한국 여행객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트립닷컴은 국내에서 TV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한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트립닷컴은 2017년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고, 원화결제 서비스를 적용하고, 지난해 '네이버페이'까지 도입하는 등 한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여행객의 전화문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반영해 24시간 고객센터까지 열었다. 지난달에는 세계적인 배우 틸다 스윈튼을 광고에 등장시켜 이목을 끌었다.

트립닷컴의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씨트립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 그룹은 중국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최근 전세계 여행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13년 나스닥 상장 당시 2억 달러(약 2400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2017년 2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로 늘어나며 부킹닷컴에 이어 전세계 2위 여행사가 됐다. 2016년에는 영국 스카이스캐너를 인수해 온라인 항공권 시장 영향력까지 키웠다.

씨트립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트립닷컴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아직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이지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월평균 한국인 방문객이 200만명에 달하는 스카이스캐너와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빠르게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처럼 한국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트립닷컴의 행보에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씨트립이 유커의 한국 여행은 막으면서 한국 여행시장에서 이득만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씨트립은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사태 이후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자 한국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판매를 재개했지만 반나절만에 다시 중단했다.

씨트립이 중국 내 온라인여행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하는 등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어 씨트립의 한국 관련 상품판매 중단은 국내 관련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씨트립에 따르면 지난 춘절 명절 동안 700만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한국은 이들의 선호여행지 순위 10위에도 들지 못하는 등 여전히 유커들의 한국 방문은 요원한 상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당국의 규제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씨트립이 자국인의 한국행 상품은 막아놓은 상태에서 트립닷컴을 통해 한국인 여행객대상 영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모순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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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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