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일본대지진 8년..원전사고 현장 후쿠시마 가보니

2019. 2. 2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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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부흥의 빛'..한편에선 방사능과의 전쟁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규모 9.0으로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동일본대지진은 쓰나미에 원전사고까지 가져온 대재앙이었다.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 등 3대 재난을 한꺼번에 겪은 후쿠시마(福島)현은 후유증을 털어내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의 1.4배 면적(1만3천783㎢)인 후쿠시마현의 해안에는 대지진 당시 잇단 수소폭발을 일으켜 엄청난 방사성 물질을 뿜어낸 후쿠시마 제1 원전이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 피해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외형적으로는 복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찾은 후쿠시마에서도 방사능 오염 우려가 가신 곳에선 재건 작업이 눈에 띄게 진척돼 쓰나미가 덮치기 이전의 산뜻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진흙탕으로 변했던 도미오카(富岡) 마을은 새롭게 지어진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 신도시 인상을 풍겼다.

마을 해안에는 제방을 기존보다 2.5m가량 높이는 등 쓰나미를 막아낼 보강 공사가 한창이다.

"이제 쓰나미가 와도 걱정 없어요"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 도미오카 마을 해변 제방 보강 공사 현장. 이전보다 한층 높아지고 튼튼한 모습으로 제방이 바뀌고 있다. 2019.2.20

그러나 원전사고의 여파가 닿은 지역은 완전히 달랐다.

망가진 원자로를 철거하는 폐로 작업에 4천여 명이 매달려 있다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은 물론이고 그곳을 둘러싼 후타바( 葉), 오쿠마(大熊), 도미오카(富岡) 등 3개 마을 중 일부 지역은 아직도 귀환곤난구역(歸環困難區域)으로 묶여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다.

원전사고로 집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후쿠시마현 주민 16만여 명 가운데 4만여 명은 아직도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 후쿠시마 가는 길…처음 만나는 '선량계'

일본 수도 도쿄에서 후쿠시마 원전 쪽으로 가는데 가장 편리한 교통편은 JR히가시니혼(東日本)이 운영하는 도호쿠 신칸센이다.

이 열차로 1시간 20분 정도 달리면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고리야마(郡山)역에 닿는다.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역 광장에 설치된 방사선 측정 장치(선량계)와 마주치게 된다.

사고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55㎞가량 떨어진 고리야마역 광장의 선량계는 지난 2월 20일 시간당 0.136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나타내고 있었다.

서울지역(0.09μSv)보다 높지만 정상치 수준이라 지나치게 긴장했던 방문객들을 머쓱하게 만든다.

후쿠시마 고리야마역 선량계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역 광장에 설치된 방사선 측정기인 선량계. 정상치인 0.136μSv를 나타내고 있다. 이곳은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약 55㎞ 떨어져 있다. 2019.2.20

◇ "그날을 잊지 않는다"…후쿠시마현 환경창조센터

고리야마역에서 사고 원전 쪽으로 가는 길에 8년 전의 상흔을 딛고 일어서려는 후쿠시마의 노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고리야마역에서 후쿠시마 원전 쪽으로 20㎞ 떨어진 다무라(田村)에는 '후쿠시마현 창조센터-교류동(交流棟)'이란 2층 규모의 널따란 건물이 들어서 있다.

2016년 3월 개관한 이 건물은 이름처럼 원전사고를 지역사회 창조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전시관이다.

동일본대지진이 시작된 시간부터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덮친 후의 사고 전개 과정을 분 단위로 촘촘하게 기록해 놓았다.

당시 사고 상황을 보도한 주요 신문도 볼 수 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이 어떤 것인지 배우면서 체험할 수 있는 돔 극장 등 다양한 시설을 만날 수 있다.

학생들이 견학을 마친 뒤 토론할 수 있는 공간도 2층에 마련돼 있다.

일부 전시 설명문은 일본어, 영어, 중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로도 쓰여 있다.

오야마 가즈히로(大山一浩) 센터 부소장은 "개관 후 첫해를 맞은 2017년도 방문객이 학생을 중심으로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일본 전역에서 많은 사람이 보러 온다"고 말했다.

어두웠던 역사의 흔적이나 재난 현장을 돌아보면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관광을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한다.

후쿠시마현은 이곳을 다크 투어리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희망 관광'(Hope Tourism)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참사 현장을 보고, 얘기를 듣고, 문제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희망 관광' 명소 꿈꾸는 후쿠시마현 환경창조센터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현 환경창조센터에 전시된 후쿠시마 제1 원전사고 현장 재현 모형. 2019.2.19
'희망 관광' 명소 꿈꾸는 후쿠시마현 환경창조센터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현 환경창조센터에서 볼 수 있는 2011년 3월 11일 이후의 재난 상황. 분 단위로 기록돼 있다. 2019.2.19

◇ "마을 부흥에 힘을 보태렵니다"

스기하라 히로스미(杉下博澄·38) 씨는 사고 원전에서 20㎞가량 떨어진 고향 마을 가쓰라오(葛尾)에서 호접란을 키운다.

그는 원전사고 때는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원전사고 직후 고향에 내려졌던 피난 지시가 2016년 6월 해제된 뒤 달리 생각하게 됐다.

당시 방사선 피해를 우려한 주민 대부분이 귀환을 계속 꺼리자 후쿠시마현은 농업재생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스기하라 씨는 그 소식을 듣고 고향의 부흥에 힘을 보태야겠다고 마음먹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도시 생활도 접었다.

그가 고향에 내려와 배운 기술은 호접란 재배였다.

비닐하우스 짓기 등 준비 작업을 거쳐 작년 1월부터 대만에서 모종을 수입해 본격적으로 호접란 재배를 시작했다.

그가 개발해낸 호접란 브랜드는 '흰색 희망'(HOPE WHITE)이다. 흰색 호접란에 후쿠시마의 희망을 담아 널리 알린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호접란은 가게 개업식 등의 선물로 인기가 높은데, 스기하라 씨가 키운 호접란은 3송이 묶음으로 1만2천~1만3천엔(12만원~13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호접란 재배에 푹 빠진 스기하라 씨는 "예쁘게만 키우면 후쿠시마산이라 해서 차별받지 않고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며 "원전사고 이전처럼 살기 좋은 곳으로 고향 마을을 만드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희망의 꽃' 흰색 호접란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원전사고 후에 고향으로 돌아와 '흰색 희망'으로 이름 붙인 호접란을 재배하는 스기하라 히로스미 씨. 그는 고향의 부흥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2019.2.19

사쿠마 테쓰지(佐久間哲次·43) 씨도 원전사고 전까지 가쓰라오에서 젖소 130여 마리를 키웠다.

하루 2천700ℓ의 원유를 출하해 부농 축에 들었지만 원전이 폭발한 뒤 피난 지시가 떨어지면서 운명이 확 바뀌었다.

애지중지하던 젖소는 피난 지시가 해제돼 돌아와 보니 모두 폐사 상태였다.

그래도 사쿠마 씨는 본업인 낙농을 포기할 수 없었다.

2016년 6월 가쓰라오 일부 지역의 피난 지시가 해제되고 2017년 12월에는 원유 출하 제한이 풀렸다.

그는 2018년 4월 피난처 생활을 접고 원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작년 9월 젖소 8마리를 새로 구입해 그의 축사에는 7년 반에 소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시험적으로 짜낸 원유는 3차례의 방사능 안전검사를 통과해 마침내 올해 1월 11일부터 출하를 재개했다.

하지만 40마리까지 젖소를 늘려 놓은 사쿠마 씨의 시름은 여전하다. '후효히가이'(風評被害) 때문이다

'후효히가이'는 재해나 사건 등으로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관련 상품의 소비 기피 현상이 나타나 피해를 보는 것을 말한다.

사쿠마 씨는 "원전사고 이전 수준을 넘는 300마리를 키우는 게 목표"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안전검사 통과로 원유 출하 재개했어요"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현 가쓰라오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는 사쿠마 테쓰지 씨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2019.2.19

◇ 이전 모습 되찾아가는 '상징' J빌리지

사고 원전에서 18㎞ 거리인 나라하마치(楢葉町)에 있는 J빌리지는 일본 축구의 성지다. 일본 최초의 축구 전용 내셔널 트레이닝센터 역할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넓은 부지에 천연잔디 그라운드 8면과 인공잔디 그라운드 3.5면을 갖춘 이곳은 원전사고 후 수습 요원들의 거점으로 사용되면서 문을 닫았다.

'신이 머무는 곳'이라는 천연잔디 구장은 자갈과 아스팔트가 깔린 주차장으로 바뀌어 원전사고 대응팀원들이 사용했다.

하지만 대응팀 규모가 줄면서 J빌리지는 7년 4개월 만인 작년 7월 시설 운영을 재개했다.

잔디는 다시 심어지고 작년 9월에는 지붕을 갖춘 전천후연습장까지 문을 열었다.

일본 축구의 '성지' 후쿠시마 J빌리지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 나라하(楢葉)에 있는 J빌리지는 원전 사고 후 수습 요원들의 거점으로 활용되다가 작년 7월부터 시설 운영이 재개됐다. 야외구장 왼쪽 너머로 신축한 전천후 돔구장이 보인다. 2019.2.19

J빌리지 영업주임인 이가리 야스히로(猪狩安博) 씨는 "몇 년 전 엄마들을 상대로 J빌리지 훈련캠프에 아이를 보낼지 묻는 앙케트가 있었는데 막연한 걱정 때문인지 '보내지 않겠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러나 올해 럭비월드컵에 출전하는 아르헨티나팀이 후쿠시마에 훈련캠프를 차리기로 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 "위기를 기회로"…산업 구조 바꾼다

후쿠시마현은 원전사고 이후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중심산업으로 로봇 영역을 키우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고 원전에서 25㎞가량 떨어진 미나미소마(南相馬市)에 조성하는 '로봇 테스트 필드'다.

로봇 테스트 필드는 말 그대로 물류, 인프라 점검, 대규모 재해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와 수중탐사 로봇 같은 모든 종류의 로봇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후쿠시마 이노베이션-코스트 구상'의 일환인 '로봇 테스트 필드'는 원전사고로 무너져 내린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기타지마 아키후미(北島明文) 로봇산업추진실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 로봇연구개발 거점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약 50㏊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이 시설은 드론의 안전한 시험비행을 관제하는 두뇌인 '통신탑'과 500m 길이의 활주로를 갖췄다.

또 재해 발생 시 각종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유형에 맞춰 훈련하고 시험하는 플랜트 설비의 가동을 눈앞에 뒀다.

내년 3월까지 종합관리동이 준공되면 로봇 테스트 필드는 완벽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기타지마 실장은 "원전사고 후 기업 유치나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경제를 일으킬 신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로봇 분야를 육성하자는 것이 후쿠시마현과 정부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15만평' 로봇 테스트 필드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 미나미소마시에 조성되고 있는 '로봇 테스트 필드' 전경. 전체 면적은 50㏊로 15만평 규모다. 2019.2.20

◇ 원자력 버리고 신재생에너지로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를 겪은 후쿠시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곳곳이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있다는 점이다.

후쿠시마현은 동일본대지진 후 원전 의존 '제로'(0)를 선언했다.

사고 원전에서 9㎞가량 떨어진 도미오카(富岡)에는 '부흥메가솔라 사쿠라'라는 태양광 에너지 단지가 있다.

약 11만장의 태양광 패널이 뒤덮은 땅은 원전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논밭이었다.

도미오카마치(町), 후쿠시마발전, JR히가시니혼에너지개발이 출자한 합동회사가 주민들이 경작을 포기한 휴경농지 약 40㏊를 20년간 장기로 빌려 2017년 11월부터 태양광 발전을 시작했다.

농지를 내놓은 주민들에게는 헥타르(㏊)당 연간 110만엔(약 1천100만원) 정도의 임차료를 준다.

현재 출력은 약 30메가와트(MW)로 후쿠시마 태양광 발전 단지 가운데는 최대 규모다. 일반 가정 9천100세대가 쓸 수 있는 전력이라고 한다.

이런 곳이 후쿠시마에 이미 7개나 생겼고, 앞으로 계속 확충될 예정이다.

아직은 미미한 편이지만 후쿠시마현은 2040년까지 관내 에너지 수요량의 100% 이상을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후쿠시마발전의 스즈키 세이이치(鈴木精一) 사장은 "원전 재해를 계기로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며 "원전사고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후쿠시마를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태양광 패널이 뒤덮은 후쿠시마 마을의 논밭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현 도미오카시(市)에 조성된 태양광 에너지 단지. 후쿠시마현은 2040년까지 관내 에너지 수요량의 10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2019.2.20

◇ 산처럼 쌓이는 제염토…수집·저장 비용만 16조원

후쿠시마의 지진·쓰나미 피해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같은 재난을 당했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난 8년 동안 빠르게 복구됐다.

그러나 후쿠시마는 다른 지역과 달리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여러 과제를 떠안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중 하나가 방사성 물질 누출로 오염된 사고 원전 주변의 토양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양의 제염토(除染土) 처리 문제다.

후쿠시마현과 중앙정부, 도쿄전력은 사고 원전 인근에 5.5㏊ 규모의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해 2017년 10월부터 반입을 시작했다.

사고 당시 뿜어져 나온 방사성 물질이 내려앉은 논밭이나 산림 등에서 걷어낸 흙을 제염 처리한 것이지만 여전히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특수포대에 담긴 채 널려 있는 제염토와 폐기물은 중간저장시설에 반입돼 분별작업을 거친 뒤 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이런 과정은 석회석을 가져와 시멘트를 만드는 공정과 비슷해 보였다.

방사능에 오염된 초목 등 가연성 물질은 소각해 재로 만들어 보관한다.

제염토 분별장치 건물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트럭에 실려 들어오는 제염토는 분별작업을 거친 뒤 중간저장소에 보관된다. 2019.2.20
제염토 운반 컨베이어 벨트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분별장치에서 처리된 제염토는 다시 컨베이어 벨트로 트럭에 실린 뒤 중간저장소로 보내진다. 2019.2.20
제염토 중간저장소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 오쿠마(大熊)에 조성된 제염토 중간저장소. 이곳에는 최소 1천400만t의 제염토가 2045년까지 보관될 예정이다. 2019.2.20

중간저장시설에 운반될 토양 및 폐기물량은 약 1천40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수집, 운반, 분류 등 전 공정에 하루 평균 5천여 명이 매달리는 이 작업을 주관하는 환경성은 오는 2021년까지는 대략의 반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폐로 작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4천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제염토 중간저장 작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아직 출입이 금지되는 귀환곤란지역 토양은 제염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반입량은 추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히라츠카 지로(平塚二郞) 후쿠시마지방환경사무소 과장은 "1천400만t 기준으로 수거, 분류, 저장 비용만 1조6천억엔(약 16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고를 낸 도쿄전력이 전액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염토 문제는 수집, 보관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간저장시설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이 2045년까지만 후쿠시마 현 내에 보관할 수 있게 주민들과 합의돼 있기 때문이다.

히라츠카 과장은 "2045년 이후에는 제염토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며 후보지를 물색하는 중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반감기 등을 고려할 때 90%가량의 제염토는 매립공사 등에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해답 못 찾는 처리수 문제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 처리수 탱크 (후쿠시마 교도=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 남쪽에 들어찬 오염 처리수 탱크. 2019.2.13 [요미우리신문 대표 촬영}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 안에는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물이 탱크에 보관되고 있다.

처리수로 불리는 이 물은 계속 불어나 부지를 채워 가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처리수는 지난 1월 24일 현재 탱크 947기에 112만t 규모로 늘어났다.

도쿄전력은 발전소 부지 남쪽을 덮고 있는 처리수 공간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본격화할 폐로 작업에 필요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전문가 소위에 맡겨 처리방법을 모색해 왔지만 아직도 결론은 오리무중이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라이튬)를 함유한 처리수의 90%는 인체에 해가 없다며 바다에 방류하길 바라지만 지역 어민들과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거세 눈치를 살피고 있다.

도쿄전력은 일단 2020년까지 약 137만t 저장용량으로 탱크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1천~1천200t 크기인 탱크 1기가 7~10일이면 차는 것으로 알려져 언젠가는 방류 카드를 내밀어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 작업환경 호전됐지만 갈 길 먼 폐로 작업

미증유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을 맞는 후쿠시마 제1 원전 구내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을 일으킨 2, 3호기 사이 통로를 방호복을 입지 않고도 통행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폐로 작업 중인 원자로 건물에는 조금만 가까이 가도 방사선 수치가 급상승한다고 최근 현장을 취재한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현재 폐로 작업에 투입되는 작업 인원은 절정 당시의 절반인 하루 4천 명 선이다.

원전 부지 96%에선 간이 마스크나 일반 작업복을 입고 드나들 정도가 됐다.

지면에 모르타르를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방사성 물질의 비산을 억제해 작년 11월부터 장비 착용 규제가 완화됐다고 한다.

(후쿠시마 교도=연합뉴스)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 원전 1호기 모습. 2019.2.13 [요미우리신문 대표 촬영]

이미 종료된 4호기를 뺀 나머지 1~3호기의 폐로 작업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먼저 시작한 3호기는 작년 중반쯤 예정했던 작업 개시 시점이 올 3월 말로 미뤄졌다.

앞으로 폐로 작업은 주로 원전건물 안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한 사용후핵연료를 꺼내는 일부터 계속 문제가 돌출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연료(데브리)가 녹아 떨어진 2호기에서 핵연료로 보이는 퇴적물 성질을 알아보기 위한 접촉조사가 진행된 정도다.

최근 현장을 취재한 한 일본인 기자는 "2, 3호기 통로 중앙에서 3호기 건물 쪽으로 몇 걸음 다가서자 선량계가 시간당 350μSv로 급상승했다"며 1μSv 이하이던 원전 정문 부근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라고 전했다.

높은 방사능 수치 때문에 5분 정도 취재하다가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사고 후 8년이 지났지만 원자로 내부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썼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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