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결국 승자는 테슬라?..BMW·폭스바겐 뒤늦은 충전소 확충

조진형 2019. 2.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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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크게 늘지만 충전시설 턱없이 부족
BMW·포드 등 전기차 충전 합작회사 설립
1만3000곳 급속 충전소 갖춘 1위 테슬라 대항
최근 독일 니더작센 주에 설치된 아이오니티 전기차 충전소에 한 운전자가 전기차 충전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도로를 활주할 자동차 10대 중 3대는 전기자동차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현재 전기차 주행에 필요한 차량 충전소는 적정 공급량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이다.

최근 BMW·벤츠·폭스바겐 등 유명 자동차업체들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충전소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충전시설 사업에 선뜻 참여하는 사업체가 없다보니, 자동차업체가 직접 전기차 충전시설까지 짓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BBW)에 따르면 최근 유력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충전시설 확대를 위해 합작 회사를 만들거나, 별도 법인까지 세우고 있다. 충전시설 투자 비용이 많게는 수십억 달러다. 웬만한 전기차 연구개발(R&D)비에 맞먹는다.

최근 포드(미국)·다임러·폭스바겐·BMW(이하 독일) 등 유력 자동차업체들은 합작회사인 ‘아이오니티(IONITY)’를 세웠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 뮌헨에 본사가 위치한 이 회사는 오는 2020년까지 400여 곳의 고출력 충전소를 유럽 일대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1등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슈퍼차저(전기차 급속 충전소)’보다 더 효율적인 전기차 고압충전소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아이오니티의 전기차 고압충전소는 8분 충전에 200㎞ 주행이 가능하다. 반면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30분에 273㎞(모델S 기준)에 이른다. 분당 충전 후 주행거리로 비교하면 아이오니티(25㎞)가 슈퍼차저(9㎞)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또 폭스바겐그룹은 미국에 전기차 인프라 프로젝트기업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올해 안에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2000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이 프로젝트사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 비용만 20억 달러(약 2조2400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독일 드레스덴의 폭스바겐 공장 바깥에서 충전 중인 폭스바겐의 전기차 'e-골프'. [로이터=연합뉴스]

유명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충전소를 직접 짓는 까닭은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의 80% 가량이 집이나 회사에 설치된 간이 충전시설에서 충전되고 있다. 이 매체는 한 조사를 인용해 “전기차를 구입한 독일·프랑스 고객의 약 40%가 ‘전기차 주행 도중 배터리가 떨어질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사업 당사자(전기차기업)’를 제외한 회사들이 전기차 충전시설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떨어지는 경제성 때문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는 하루에 최소 8명의 고객이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해야 수지(收支)가 맞다. 하지만 브랜드별 전기차 플러그가 차종마다 다르다보니, 전기차 충전소 입장에선 플러그를 다양하게 마련하는데 비용이 더 들 뿐 아니라 안정적인 고객 확보마저 어렵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전기차 브랜드별 플러그 종류가 10여 개다. 심지어 충전 속도도 각 다르다”며 “전기차 시설 운영업체 입장에선 낮은 수익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컨설팅기관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각 자동차업체의 전기차 모델은 오는 2023년까지 200가지 이상으로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안드레아스 치즈너 수석(유럽 자동차 담당)은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충전시설 확립과 관련해 ‘내 일이 아니다(Not my job)’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콜린 맥커래처 BNEF 애널리스트 역시 “더 많은 전기차를 팔기 위해선 전기차업체가 나서서 친(親)전기차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 쇼룸에 주차된 테슬라 '모델 3'. [UPI=연합뉴스]

테슬라는 예외였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테슬라는 지난 2012년부터 일찌감치 슈퍼차저를 확장 설치했다”며 “현재 슈퍼차저는 전세계 1400개 지역에 1만3000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당분간은 전기차 충전시설 부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 매체는 “(최근 중국 상해 공장 건립을 계기로) 저가 모델인 ‘모델3’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다면, 슈퍼차저 부대시설 역시 더욱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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